요즘 아주 핫하다. 영국에서 실시하는 주 4 근무 파일럿 실험! 최근 영국의 옥스포드, 캠브릿지 대학과 미국의 보스턴 컬리지가 영국의 회사 70곳에서 신청을 받아 3300여 명 정도가 주 4일 근무하는 6개월짜리 실험에 참여한다는 기사가 났다. 실험의 근간은 80% 일하고 100% 월급을 받으며 100% 생산성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주 5일 근무, 2일 휴일의 근무 패턴을 80년 동안 유지해왔고 유럽 내에서 근무시간이 가장 긴 편이라 은근 불만이 있어왔다. 최근에는 주 36-38시간 (4.5일) 근무하는 회사들이 많아져서 이러한 실험이 가능했으리라 추측이 된다. 그러면 주 4일 (32시간) 근무를 한다 생각했을 때, 평상시 대비 4-5시간 정도만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셈이라 사실 엄청 과감하지는 않다.
이런 실험을 가능케 한 것도 사실 코로나로 재택근무라며 집에서도 일하는데 생산성이 나쁘지 않네?에서 기반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내가 주 4일 실험에 참여했다면 이 정책을 유지토록 하기 위해서 정말 최선을 다해 실험에 참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기사들을 보면 이미 주 4를 실시해왔던 회사들의 경우 직원들의 양심과 생산성이 더 향상됐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과 부모가 아이들을 케어하는 시간도 늘어나 워라벨이 한 층 더 좋아졌다고 한다. 근무하는 시간이 적은 만큼 딴짓하거나 농땡이 부릴 틈이 없다는 반증 아닐까.
최근에 있던 회사 워크샵에서도 이와 관련된 얘기가 나왔는데, 지금은 새로운 시대고, 2년 동안 유연하게 일해 왔고,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굳이 과거로 돌아가는건 말이 안 된다는 사람들의 주장이 많았다. 예전엔 안됐지만 지금은 해보니 가능하다! 가 요지다. 윗선에서도 사실 매출만 잘 나오면야, 딱히 문제가 되지 않으니 굳이 반발사는 일괄적 근무 패턴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로 직원을 믿고 가야 한다가 (내가 이해하기엔) 결론이었다. 결국 서로 간 신뢰의 문제다.
주 5-6일을 하다 온 입장에서 4.5일 근무했을 때의 변화를 말하자면 사실 능률과 건강 측면에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일단 주중에 피곤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고, 때문에 항상 만성 피로라고 느꼈던 회사에서의 그 몽롱한 상태가 사라졌다. 자연스레 커피 마시는 양이 줄었다. 내 시간이 많아지니 취미와 운동하는 개수/횟수가 점점 늘어났고, 그 깊이도 깊어졌다 (대신 늘어난 시간을 개인 여가 활동으로 모두 채우니 지출하는 금액이 한국보다 훨씬 커진다) 업무 도중 사적인 일한다고 중간중간 부산 떠는 일도 없어졌다. 선순환이다. 근무시간이 짧으면, 일을 못 끝내면 어차피 남아서 하는데!라고 밍기적되는게 아니라, 최대한 이 시간 안에 끝내보자!는 마인드셋으로 장착이 되기 때문에 집중력이 고도로 상승한다. 그런데도 혹 그 시간내로 일을 못하거나 휴가 중 커버해 줄 인력이 없다면 업무가 많은 것이니 사람을 추가로 뽑아달라 요청한다. 노동시간 단축이 결과적으론 추가 고용, 유연한 근무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예전엔 30분 아니 10분만 퇴근 늦어져도 발 동동 구르고 짜증이 났는데, 여유가 생겨서인지 그냥 30분 한 시간 정도는 인지상정으로 도와주자 라는 마인드가 ‘의외로’ 생겼다. 그래서 여간해선 초과근무에 대한 상신은 안 한다. 퇴근하고 업무상 연락이 오면 예전엔 그렇게 화가 났는데, 여기선 굳이 시간에 쫓기는 것이 아니니 간단한 정도는 응답을 다 해주게 되었는데 이런 전반적인 변화가 사람이 갖게 되는 시간적 여유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서는 모성/부성/휴가를 쓰는 경우나 다른 개인적인 사정으로 풀타임 근무를 못하는 사람들은 파트타임으로도 일을 할 수 있다. 주 2-3일 출근을 한다거나, 일주일에 20시간 근무한다거나 식으로 근무시간/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사람들은 근무시간이 보통 풀타임 직원보다 더 짧기 때문에 일이 쌓여있어 여유 부릴 시간이 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일하는 시간이 짧다고 일을 안 한다거나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어느 곳이나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게 정책 반영의 관건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다수의 사람이 혜택을 못 받는 효율적인 제도를 거부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결국 기존의 20세기 찰리 채플린이 떠오르는 산업혁명식 근무 형태에서 21세기식 산업에 맞는 근무방식으로 변화하기 위한 주 4일 근무, 재택근무 같은 제도는 신뢰에 기반한 성숙한 사회와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적용되어야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윈이 언급한 996이나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전원 출근이라든지, 100시간 근무는 유럽 사회에서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뉴노말 시대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 요즘 쏟아지는 기사와 여론의 분위기다. 앞으로 6개월 동안의 파일럿이 대 성공하길 바라며
참조:
Thousands of UK workers begin world’s biggest trial of four-day week | Productivity | The Guardian
Four-day week could be within reach for British workers | Work-life balance | The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