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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Feb 26. 2022

투자는 저축이다

적립식 투자의 본질

적립식 투자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시장 변동성이 두렵기도 하고 당장 큰돈도 없기 때문입니다. 예금금리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모아놓은 투자금도 없으니 적금 붓듯이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것이지요. 적립식 투자 찬성론자들은 투자금과 매수 타이밍이 분산되어 리스크가 적고,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주가가 낮을 때 매수한 주식 덕택에 평균 매수단가가 낮아지는 현상)가 있다는 점에서 적립식 투자를 추천합니다. 하지만 적립식 투자가 특별히 더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왜 엇갈리는 의견이 나오는지 아래 몇 가지 경우를 살펴보며 확인해 보겠습니다.


하락장

일시금 투자자는 가장 비싼 가격에 투자하게 되기 때문에 손실이 막심하고, 적립식 투자자는 매수평균 단가가 중간가격 정도이기 때문에 일시금 투자자의 절반 정도를 손해 봅니다.


상승장

하락장과 정확히 반대입니다. 일시금 투자자는 최저가에 매수했기 때문에 큰 수익을 보게 되고, 적립식 투자자는 일시금 투자자 대비 절반 정도의 수익이 납니다.


횡보장

일시금 투자자의 수익이나 적립식 투자자의 수익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하락도루묵장

일시금 투자자는 수익이 없고, 적립식 투자자는 하락했을 때 사모은 주식 덕분에 수익이 발생합니다.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의 장점 극대화)


상승도루묵장

일시금 투자자는 수익이 없지만, 적립식 투자자는 주가가 높을 때 산 주식 때문에 손실이 발생합니다.


5번의 대결을 표로 정리해 보면 위와 같습니다. 5전 2승 1무 2패로 동률이군요. 이 결과만 보면 적립식 투자가 더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적립식 투자에 찬성입니다. 최근 국내외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로 시장이 떠들썩하지만 그럼에도 제게는 현재 4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인 국내 주식형 펀드가 있습니다. 운용 실력도 시원찮아서 벤치마크를 상회한 적이 거의 없는 펀드인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 이유는 제가 이 계좌를 2010년에 개설해서 아직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운용 실력이 별로여도 어쨌든 박스피라 불리던 코스피 2천 부근에서 10년 넘게 매수해왔기 때문에 코스피가 당시보다 오른 지금 꽤 큰 수익이 난 것입니다. 코스피가 3천일 때는 수익률이 50% 부근이었습니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급등의 수혜를 본 사람들은 언제 집을 산 사람들일까요? 이들은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다가 2013년~2015년 즈음 바닥을 직감하고 매수한 노련한 투자자들일까요? 최근 부동산 급등의 수혜를 본 사람들은 다수가 2009년~2017년에 집을 산 사람들입니다. 9년 동안 아무 때나 샀다면 지금 꽤 짭짤한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적립식 펀드를 드는 것이나, 집을 사놓고 대출을 갚는 것이나 그 근본 원리는 장기 적립식 투자와 맞닿아 있습니다. 시장의 장기적 상승을 믿는다면 상승장에서 소외되지 않을 자산을 골라 꾸준히 매입해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앞에서 시장의 움직임을 5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긴 시계열에서 보면 이러한 움직임은 잔파도에 불과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계단식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2천대에 있던 박스피가 단기간에 3천으로 뛰어올랐고, 장기간 횡보하던 집값이 순식간에 솟아올랐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계단 아래에 있을 때 충분히 사서 모으고 기다리다가, 시장이 레벨업을 할 때 과실을 향유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계단 아래서 시장이 장기간 횡보하게 되면, 대부분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 시장은 끝났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수가 포기하고 시장을 떠났을 때 시장은 놀리듯이 갑자기 계단을 뛰어오릅니다. 많은 이들이 계단 아래에 있을 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시장이 뛰어오르면 그제서야 뒤늦게 투자에 뛰어듭니다.


적립식 투자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소액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어 아무 생각 없이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2. 별다른 기술이나 지식도 필요 없고 시장에 무관심해도 크게 상관없다.


소액 투자를 지속할 수 있고 시장 변동이나 다른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부동심이 있다면 투자는 저축과 같아집니다. 돈을 넣는 곳이 예적금이냐 투자자산이냐의 차이일 뿐 투자자에게 필요한 지식과 태도는 같습니다. 코스피가 3,000이면 어떻고 2,600이면 어떻습니까. 코스피 4천이나 5천을 확신하며 투자한다면 지금은 항상 싼 가격입니다.


결국 진정한 적립식 투자를 하려면 다음 3가지를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1. 누구나 인정하는 우량한 자산에 투자할 것

2. 없어도 아쉽지 않은 소액으로 할 것

3. 아무 생각 없이 10년 이상 넣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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