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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운욱 눈사람 Aug 27. 2022

투자는 운전이다

당신은 레이서입니까?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운전면허 소지자는 3,370만 명입니다. 총 인구를 5천만 명으로 본다면, 웬만한 성인은 대부분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운전에는 교통사고라는 무서운 위험이 존재합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면허를 따고 운전을 하는 것은 운전이 매우 편리한데다 위험도 관리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운전을 하려면 먼저 면허를 따야 합니다. 면허를 따려면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실기시험도 치러야 하지요. 하지만 면허를 땄다고 해서 바로 운전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운전 경력 있는 지인이나 전문 강사와 함께 연수를 받기도 하고, 초보 시절에는 누구나 한두 개 쯤은 고생한 무용담도 생기기 마련이지요. 결국 수년의 경험이 쌓여야 무리 없이 운전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투자도 운전과 마찬가지로 손실이라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재산을 불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투자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투자 역시 이론을 공부하고 실습을 좀 한다고 해서 금세 베테랑 투자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 정도 노력으로는 면허를 갓 딴 초보 운전자 정도 밖에 되지 못하지요. 운전에서 주행 경험을 쌓지 못하면 면허를 땄다 해도 ‘장롱면허’가 되듯이, 투자에서도 장기간 경험을 쌓지 못하면 제대로 된 투자자가 될 수 없습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이 아주 가끔씩 찾아오는 매서운 하락장을 견뎌낼 수 있어야 고수라고 할 수 있지요. 장기 무사고 운전자가 되려면 안전운전이 몸에 배어야 하는 것처럼, 진정한 투자자가 되려면 하락장을 견딜 수 있는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어야 합니다.


운전의 근본 목적은 목적지까지 제시간에 도착하는 것입니다. 안전한 도착과 도착 시간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안전한 도착입니다. 30분 또는 몇 시간 늦는 것은 괜찮지만 과속은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운전을 시작하면서 급가속 추월이나 드리프트를 먼저 배우는 사람은 없습니다. 투자에서도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한 주행과 사고 발생 시 수습 방법입니다.


교통사고 위험에도 운전자들이 별 부담 없이 운전을 할 수 있는 것은 사고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줄여 줄 여러 안전장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호와 규정속도 준수, 충돌 방지 시스템은 사고를 막아주고, 안전벨트와 에어백, 자동차보험 등은 사고의 피해를 줄여 줍니다. 하지만 개인의 투자 사고(대규모 손실)는 국가 관할이 아니므로,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피해를 방지할 방법을 스스로 마련해야 합니다. 개인 투자자에게는 자산배분과 분산투자, 충분한 여유자금이 바로 그 해답입니다. 제대로 된 자산배분과 분산투자는 과도한 손실을 막아 줍니다. 여유자금이 충분하면 손실을 보더라도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고, 노련한 투자자처럼 위기를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트랙을 달리는 레이싱의 목적은 빠른 속도지만 일반 도로에서 운전의 목적은 안전한 도착입니다. 투자에서 레이싱은 기관투자자들의 몫입니다. 이들은 벤치마크를 이겨야 하고 더 높은 수익률로 남들을 앞질러야 합니다. 하지만 일반 도로를 달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목표는 은퇴 준비일 뿐이고 목표 달성 시기는 좀 늦어져도 괜찮습니다. 속도보다는 손실을 피하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레이서와 기관투자자들은 모두 속도를 중시하지만, 그만큼 안전규정도 까다롭습니다. 여러 다른 전문가들이 운행의 안전성을 함께 체크하고 늘 감시합니다. 아무리 세계 1등의 카레이서라 할지라도 일반 도로에서 레이싱을 하지는 않습니다. 일반 도로에서 광란의 질주는 오히려 운전 좀 한다고 믿는 일반인들이 저지릅니다. 30분 먼저 가려다 30년 먼저 간다는 말은 운전과 투자에 모두 적용됩니다. 아직도 빨리만 달리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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