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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Oct 31. 2024

엄마가 된다는 건 작가에게 무슨 의미일까

2024년 엄마가 되면서, 창작을 생각해 보았다. 

엄마가 된다는 건 작가에게 무슨 의미일까

2024년 엄마가 되었다. 낯설었고 두려웠지만 내 품에 안긴 생명체를 본 순간 감격스러웠다. 아기란 존재는 마음을 무장해제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아기가 때론 세상이 떠나가듯 울었고, 때론 세상 아름답게 웃으며 나를 긴장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기저귀를 어떻게 갈아야 하는지, 트림을 어떻게 시키는지도 몰랐지만 초보 엄마는 조금씩 배우고 적응하며 아기와 공존하게 되었다. 


아기에게 2시간에 한 번씩 수유를 하는 사이 작업 시간은 줄어갔다. 절대적인 작업량은 줄었지만 이야깃거리는 많아졌다. 소중한 사람이 생긴 순간부터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겐 가장 아름다운 장면과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다. 아름다운 마음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스트레스 더미는 도처에 깔려있고 아름다운 풍경은 금방 사라진다. 내 아이는 늘 아름다운 마음을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을 수집하고, 자꾸만 보여주고 싶다.


아기를 낳고 작품의 방향은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진행하게 되었다. 내가 아기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아기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그 말을 표현하기 위해 아기가 잠을 잘 때면 열심히 드로잉도 하고 스케치를 하였다. 언젠가 아기가 컸을 때 이 작품을 본다면 행복하겠지, 이런 기분 좋은 상상이 곁들여질 때면 피곤한 마음도 누그러졌다. 


물론 창작을 하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줄었다. 시간을 줄었지만 밀도는 높다. 사랑하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작업을 할 땐 아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다. 육아와 병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때론 답답하기도 하다. 엄마가 되면서 나의 개인적인 시간은 줄고 공유하는 시간이 늘어간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내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연약한 아기의 모습을 보면 이내 마음이 누그러진다. 어쩌면 시간을 오롯이 아기에게 쏟는 것이 아쉬운 게 아니라 훗날 그리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다행히 창작자에게 아기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과 감동, 아쉬움, 속상한 감정은 창작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어딘가에 기록만 해놓는다면 그 씨앗은 뿌리내려 어딘가에 싹틀 수 있다. 훨씬 표현의 스펙트럼도 넓어진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미디어 아트를 투영할 수 있는 공간이 전시장, 아트홀과 같은 전통적인 전시장만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낳고 좀 더 특별한 돌잔치, 백일잔치를 생각하면서 자연스레 특정 행사와 연계한 미디어 아트를 함께 연계하여 고민을 해보게 되었다.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장소, 스토리, 제작 형식을 시도하게 되었다. 더 과감해졌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내 아이가 볼 영상과 스토리라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아기를 낳은 뒤, 내 인생은 앞으로 계속 걸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절대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힘들다고 아기가 없었던 시절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도망쳐서도 안된다. 아기와 함께 하는 일은 모든 게 처음이고 그래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부담도 크지만 도망칠 순 없다. 그저 마주하고 함께 공존할 수밖에 없다. 아기로 인해 그동안 했던 창작의 양식과 주제가 달라졌다고 한들 계속 앞으로 나가고 마주하고 부딪힐 수밖에 없다. 11월에 진행될 미디어 아트 전시도, 12월의 작품집 발표도 모든 게 다 떨린다. 그래도 내 창작의 원천이 함께하니 괜찮을 것이라 믿는다. 설사 아프고 쓰러진다 하더라도 나에겐 나의 가장 큰 지원군인 아기가 있으니, 다시 또 앞으로 걸어가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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