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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진 Feb 08. 2024

검사와 피고인의 모두진술

#2 재판은 어떤 순서로 진행될까? (2) 

 형사재판은 검사와 피고인의 싸움입니다. 변호인은 피고인을 조력하는 사람일 뿐이고 싸우는 당사자가 아님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검사는 싸움을 절대적으로 지배합니다. 수사를 통해 확실한 증거들을 수집하여 피고인을 재판정에 세운 사람입니다.     


  이에 반해 피고인은 소극적으로 검사의 공격에 대응하는 입장입니다. 억울한 피고인은 크게 두 가지로 읍소할 수 있습니다. [1] 나는 무죄인데, 억울하게 기소되었다. [2] 잘못을 받아들이기는 하나 가벼운 형을 선고해 달라. 당신의 입장이 [1]인지, [2]인지에 따라 대응방법이 크게 달라지므로 입장을 정리해 보시길 바랍니다.     


  검사의 ‘모두진술’은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됨을 알리는 종소리입니다. 모두진술이란 맨 앞에 하는 진술이라는 뜻입니다. 우리에겐 다소 어색한 단어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85조(검사의 모두진술)
검사는 공소장에 의하여 공소사실ㆍ죄명 및 적용법조를 낭독하여야 한다. 다만, 재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검사에게 공소의 요지를 진술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검사의 모두진술에 대응하여 피고인도 모두진술을 합니다. 피고인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공소사실을 인정 여부를 진술하여야 합니다. 자신의 죄를 자백할 수도 있고 죄가 없다고 다툴 수도 있습니다. 양심에 따라 본인이 정해야 합니다. 잘못이 있다면 죄를 자백하고 선처를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신중해야 합니다. 법률적으로 무죄 주장이 가능한 상황인지는 변호인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형사소송법 제286조(피고인의 모두진술)
① 피고인은 검사의 모두진술이 끝난 뒤에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를 진술하여야 한다. 다만, 피고인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피고인 및 변호인은 이익이 되는 사실 등을 진술할 수 있다.


  이해를 위해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법 중에는 ‘전자금융거래법’이라는 법이 있습니다. 이 법에는 ‘전자금융거래에 관한 접근매체를 사용 및 관리함에 있어서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접근매체를 양도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조문이 있습니다. A는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B에게 받았습니다. A는 공인인증서가 담긴 USB를 B에게 전달했고, 그 사실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A는 자신도 대출을 받기 위해서 B에게 공인인증서를 건넸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이 경우 공소사실을 인정해야 할까요, 부인해야 할까요.     


  정답은 ‘부인’의견입니다. 공인인증서가 담긴 USB를 ‘양도’하는 것을 처벌하는 것인데, A는 B에게 단순히 접근매체(USB)를 빌려주거나 일시적으로 사용하게 하였을 뿐 ‘양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죄가 없다는 의견, 즉 부인의견으로 정리합니다. 이 사건은 실제 제 사건으로 결국 A는 무죄를 받았습니다. A는 저를 만나기 전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인정’으로 정리한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러나 국선변호인 선정 후 저는 ‘부인’의견으로 A의 입장을 정리하였고, 변호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결국 무죄를 받게 되었습니다. 최초 의견을 잘 제시하여 좋은 결과를 얻은 사례입니다. 물론 구체적·개별적 사실관계에 따라 유·무죄 여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범행을 부인하지만, 그 주장이 명백한 증거에 반하고 법률적인 가능한 주장이 아닐 경우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경우도 많습니다. 본인은 사기범행을 할 고의도 없었고 변제능력, 변제의사도 있었다고 주장하나, 살펴보면 다른 채무가 많아 돈을 빌리더라도 갚을 수 없었던 상황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대개 법원은 사기죄를 유죄로 판단하므로, 죄를 인정할지 부인할지는 먼저 변호인의 조언을 듣고 결정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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