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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라 Aug 07. 2023

무언가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나의 진로 찾기

헬로카봇에 등장하는 차탄의 엄마는 못 하는 것이 없다. 그녀의 자격증 수첩은 어마어마하게 두껍다. 엄마는 원래 그런 것일까? 엄마가 된 순간부터 사회복지사 2급, 바리스타 2급, 국가 미용사 메이크업, 운전면허,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 생활스포츠지도자.. 자격증을 줄줄이 획득해왔다. 뭐든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나 보다. 



어린 시절 잠깐 뮤지컬 조연출을 한 이후 알바생을 전전하며 꿈을 놓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그러다 운 좋게 결혼을 했고 순식간에 아이도 낳았다. 


적든 많든 남편은 자신의 수익을 착실하게 가져다주었고 할 수 있는 한 형편에 따라 살았다. 가계라는 것이 늘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자연스럽게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도록 돈을 벌 수 있는 궁리를 하게 되었다. 


30대의 나는 독신주의자에 커리어우먼으로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잦은 도전과 실패의 명성만 쌓고 말았다. 야심 차게 시작한 카페를 접으며 사실 눈앞이 캄캄했다. 난 도대체 뭘 해 먹고 살아야 하나. 


물론 엄마라는 훌륭한 자리가 있지만 이 한국 사회에 뭐라도 기여하고 싶었다. 나도 태어난 이유가 있을 텐데 뭘 해야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쉽게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속내도 물론 있었다(나는 아직도 종종 로또를 산다.). 


보험이나 방문판매직은 진입장벽이 낮지만 나와 맞는 일은 아니다. 카페를 다시 하기 위해선 목돈이 필요했고 취직을 할 필요가 있었다. 아이를 보며 오래 할 수 있는 일. 몇 년을 머리를 짜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우연히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인생 처음으로 70kg을 넘겨봤다. 아들이 마지막으로 본 내 몸무게는 77kg이었다. 살기 위해 빼야 했다.


외모에 관심이 없고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살면서 다이어트란 걸 해본 적도 없었던 사람이 30 중반에 들어서야 난생처음으로 몸을 가꾸고 운동을 했다. 그래서인지 금방 몸이 변화하고 좋아지진 않았지만 몸을 활기차게 움직인 후의 보람을 처음 느끼게 되었다. 생각보다 센스도 있는 편이었다. 아픔에 예민해서인지 근육에 자극이 오거나 자세가 틀어진 것을 늘 유의하는 편이었고 그렇게 점점 집중하게 되었다. 


정말 매일 운동을 했던 때도 있었지만 아이가 아프거나 시댁에 일이 생기거나 남편의 부탁 등등 백수여도 할 일이 많은지라 헬스장을 못 갈 때도 있었다. 그럴 땐 집에서 땀을 흘렸다. 각종 해괴한 동작들로 몸의 라인을 만드는 유튜버들이 꽤 많았고 덕분에 질리지 않고 여러 운동을 할 수 있었다. 



필라테스 강사를 한번 해보라는 지인의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건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면서였다. 생각보다 독하게 잘 해내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나도 주변도 놀랐다. 처음엔 정말 변화가 더뎠는데 어느 순간 작은 옷들이 헐렁해졌다. 무엇보다 평생 너는 뚱보일 거라며 저주 아닌 저주를 하던 엄마가 정말 깜짝 놀랐다. 어렸을 적부터 잘 먹지 않아 마르고 작은 셋째의 옷을 예쁘게 입었을 때의 그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때의 몸무게가 49kg. 운동을 제대로 시작했을 당시가 70kg이었으니 20kg 넘게 감량한 것이다.


많은 숫자를 감량하고 처음으로 마른 몸을 가져보았지만 바디프로필을 찍을 당시의 몸에 만족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쉬웠고 그래서 더 제대로 운동하고 배워보고 싶었다. 보디빌딩 식으로 극단의 식단을 하는 것은 오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 몸은 아주 잠깐이겠지만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만족할만한 몸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혼자만 보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상이나 어떤 인정을 받을 만한 결과물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래서 우선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을 따고 일을 하며 대회를 준비할 계획이었는데 양쪽 무릎과 주변부 인대에 크게 손상이 왔고 통증도 생겼다. 대회는 미루게 되었지만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은 딸 수 있었다. 


먹보였던 내가 했다면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작게 식단챌린지도 시작했다. 내가 누군가를 이끄는 리더가 되다니. 돈을 받고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구성원분들이 정말 열심이어서 오히려 에너지를 받았다. 


이력서도 열심히 준비하고 협찬이 들어온 덕에 필라테스 강사 프로필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사진빨 덕분인지 이력서를 넣는 곳마다 화색 하며 나를 불러주었다. 의욕이 너무 앞섰던 것일까 면접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사진과 너무 달랐던 탓인가?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가정사와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 자신감이 없었던 것이 크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자리가 없으면 만들라는 말이 있다. 나이 36에 무경력, 아이 엄마에 조금 수줍은 타입. 하지만 열정은 넘치고 늘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인성이 나에겐 있다. 그래서 인터넷 강의 플랫폼에 영상작업을 한 후 집에서도 따라 할 수 있는 초보 필라테스 교육 영상을 올렸다. 


필라테스의 원조인 조셉 필라테스가 직접 만든 34가지 동작을 땄고 바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동작(물론 근력과 탄력성이 아주 많이 필요한 고도의 동작들도 있다)들이기 때문에 집에서 혼자 따라 하실 수 있도록 준비 자세와 스트레칭, 사전 지식들을 촬영하고 편집했다. 



어떤 곳은 인터넷에 강의를 올리겠다는 내 말을 무시하기도 했지만 직접 면접 보신 채용전문가께서 나를 끝까지 믿어주셨기에 해낼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먼저 데뷔했다. 현재는 클래스 유에도 입점한 상태에서 클래스유에서 필라테스를 검색하면 내 강의를 보실 수 있다. 



지금은 강의를 오픈하고 보디빌딩 지도자 즉 트레이너를 위한 국가자격증에 도전 중이다. 아버님의 장례식이 끝난 바로 다음 날 독하게도 필기시험을 본 결과 턱걸이로 합격하게 되었다. 구술시험도 밤낮으로 공부해 합격했다.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은 잠시라도 쉴 수 없냐고 타박을 한다. 물론 내년으로 미룰 수도 있다. 합격만을 위한 공부라 실전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주 답답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떨어지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내년이 물론 오겠지만 내가 그 시간을 맞이하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완벽보다는 최선. 가장 잘하는 것보다는 나다운 것. 더 일찍 찾았다면 좋았겠지만 돌고 돌아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가 꼭 있으리라. 많은 사람을 만나 많은 일을 겪으며 반드시 깎이고 다듬어져야 했던 마음들이 있으리라. 그렇게 다독이며 꾸준히 한장이라도 공부하고 정보를 찾는다. 인생은 자신감, 자신감은 노력에서 나온다. 조금 더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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