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이 을 회사에 입사한 지도 어언 이십여 년이 되었습니다. 한번 둥지를 틀면 그 곳을 뜨지 않고 성실히 다니는 성격이라 그렇게 오래 다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월급 받는 직원이었지만 차츰 사장의 신망을 얻어 회사 을 회사 주식을 직접 보유할 기회가 생겼고 보유주식 수도 제법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을 회사가 건설회사다 보니 경기에 민감하기는 하지만 회사가 성장해야 나 자신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갑은 을 회사를 마치 자신이 직접 세운 회사인 것처럼 정성을 쏟으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한 정성을 하늘이 알아준 것일까? 을 회사는 점점 굵직굵직한 공사를 수주하더니 매출액도 늘고 순이익도 커져갔습니다. 이에 을 회사는 이러한 이익잉여금을 현금으로 배당하기로 결의하였고 갑은 을 회사의 주주로서 처음으로 상당한 배당소득을 얻게 되었습니다. 갑은 자신이 을 회사의 진정한 주주로서 대접을 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회사를 믿고 회사를 위하여 청춘을 바친 자신이 기특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였습니다.
한편 을 회사는 위 배당결의 후 갑으로부터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였고, 갑은 지급받기로 한 배당금 전액을 배당소득으로 하여 귀속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하였습니다.
갑은 을 회사로부터 받기로 한 배당금이 통장에 입금되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이미 가족들에게도 모두 알린 상태라 가족들의 기대도 만만치 않았고 큰 아들이 결혼날짜를 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배당결의 있던 그 해 하반기부터 부동산규제 정책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와 세계적인 금융위기 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아파트 미분양 사태 등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을 회사는 영업수지 악화와 급격한 이자 부담증가로 결국 다음 해 도산하게 되었고 갑은 을 회사로부터 받기로 한 배당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었으며 오히려 회사조차도 그만 두어야 할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갑은 허탈하였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갑은 당장 한 푼이 아쉬웠습니다. 갑은 배당은 받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배당받을 것임을 전제로 하여 이미 납부한 소득세는 돌려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갑은 국세기본법 상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를 이용하여 자신이 납부한 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납세의무의 성립 후 소득의 원인이 된 채권이 채무자의 도산 등으로 인하여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되었다면, 이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2014. 1. 29. 선고 2013두18810사건)
갑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 원인은 우리나라 소득세법상 소득실현주의가 아닌 권리확정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주식투자를 해본 사람은 배당채권이라는 권리가 확정된 시기와 실제 배당금을 수령하는 시기 사이에는 시간적 간격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배당금을 수령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을 받기로 하는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시기에 (마치 그때 실제로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보고) 미리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입니다. 이는 소득실현주의를 택하게 되면 납세자가 소득세를 납부하고 싶을 때(유리한 때)를 스스로 선택하여 소득을 수령하려는 시도를 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된 정책이라 할 수 있어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로 시정할 기회가 있는 현 체제 하에서는 반드시 불합리하지만은 않다고 봅니다(사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