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도 어느덧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커피 한잔을 마셔도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커피숍 실내에 들어가 마시고 싶습니다. 오후 4시가 넘어가면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게 되고, 저 또한 누군가에게 불쑥 전화해 오랜만에 만나 술이나 한잔 하자고 말하고 싶은 날씨입니다. 그렇게 오늘도 한여름 날이었고, 몇 년간 회사를 차려 제법 잘나간다는 친구Y로부터 갑작스런 전화가 걸려온 날이기도 했습니다. 제 사무실 옆을 우연히 지나가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였다고는 하였으나 광화문 골목집에서 간재미 무침에 막걸리 한두 병이 비워갈 즈음에는 그가 제 사무실 근처를 지나가다 우연히 저를 찾아온 것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 Y는 모 주식회사를 차려 100% 주식을 모두 보유하면서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가 소위 ‘대박’이 났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승리감에 도취된 제 친구 Y는 잠시 무엇에 씌웠던 것인지 회사 돈을 상당부분 개인적인 주택구입, 자녀유학비 등 용도로 마음대로 사용해 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제 친구 회사는 세무조사를 받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대표이사이던 제 친구Y의 자금유용행위가 밝혀지고 만 것이었습니다. 결국 제 친구Y는 업무상 횡령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 친구Y가 불법사용한 금액 상당액은 당초 손금으로 처리하였지만 세무조사결과 회사의 익금으로 산입되어 법인세가 추가 과세되었고 그 금액 상당액은 대표이사였던 제 친구에게 추가로 상여처분되어 제 친구Y는 그 금액 상당액에 대하여 소득세를 추가 납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제 친구가 다 써버려 이미 없어진 돈을 마치 법인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처럼 처리한 후, 다시 그 돈을 다시 대표이사인 제 친구가 상여금으로 가져간 것으로 처리하여 제 친구에게 근로소득세를 추가 부과하였다는 것입니다.
술에 취해 얼굴이 벌개진 제 친구Y는 무슨 수가 없겠느냐고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인 주주 겸 대표이사가 법인의 자금을 횡령한 경우 이를 감시 감독할 만한 통제수단이 없고,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없는 점, 횡령한 자와 법인의 의사가 동일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도 사실상 일치하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처음부터 회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어서 사외유출(상여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2010두16974, 2010.11.25선고) 물론 예외적인 경우에는 달리 볼 여지도 있다는 판례(대법원 2008.11.13.선고 2007두23323판결)도 있지만 제 친구의 경우에는 적용되기는 어려워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제 친구는 금전을 횡령할 당시 회사의 1인 주주 겸 대표이사였기 때문에 회사를 실제로 단독으로 지배하면서 경영하고 있었던 반면, 이러한 횡령행위를 회사의 내·외부에서 적어도 통제 내지 감시·감독할 만한 소액주주 내지 감독기관이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 친구의 횡령행위로 인하여 회사에게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제 친구를 상대로 실제로 행사될 가능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100% 주주이자 대표이사의 행위를 누가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제 친구와 유사한 경우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하는 생각도 드는게 사실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