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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로스코 Jan 05. 2019

내 인정 욕구를 무시하지 마세요

칭찬에 인색하고 비난을 일삼는 이들에게 

얼마 전 친구와 어떤 주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친구가 물었다. "너는 사람이 생각을 시작하게 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그의 질문에 흥미를 느끼며 나는 답했다. "생존과 종족 보존의 욕구 때문이 아니었을까?" 잠시 생각에 잠긴 눈빛을 띤 친구가 말을 이었다. "나는 사냥을 할 때 역할 분담을 하기 위해 생각이 시작되었다고 봐." 그 말을 듣고 나는 '결국 그 말이 생존 욕구와 별반 차이가 없잖아'라고 생각했다. 얼마 후 또 다른 질문이 뒤따랐다. "보통 인류의 3대 욕구를 '수면욕, 식욕, 성욕'이라고 말하잖아? 그에 상응하는 욕구가 있다면, 그게 무엇이라 생각해?"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 이론이 떠올랐다. "글쎄, 자아실현의 욕구? 뭐라고 생각하는데?" 그는 주저 없이 말했다. "나는 인간의 기본 욕구만큼이나 강한 것은 '인정 욕구'라고 생각해."

그 말을 듣고 나는 고민에 잠겼다. 흥미로웠다. 인정 욕구라니. 스스로 인정 욕구가 크다고 자가 진단하는 나 자신의 과거 행적을 회상해봤다. 그러고 보면 회사 생활에서나 인간관계에서든 나의 인정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스스로 그 당시를 만족스러웠다고 기억하는 듯했다. 친구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의 말을 더 들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보기엔 사람들이 인정 욕구를 충족하기 어려운 것 같아. 칭찬에 약하고 비난에 강하고..." 중추 뼈를 강타하는 발언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다. '주입식 교육'과 그에 상응하는 '교과 과정' 그리고 '평가 체제'에서는 측정 기준이 단일화되어있다는 것을. 그것은 바로 '점수'와 '순위'였다. 급성장하는 사회에서는 고품질의 생산력을 빠르게 평가하고 알아보는 게 필요했고, 그것은 곧 '방대한 양의 정보를 같은 시간 안에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흡수하는가' 따위의 객관화된(?) 기준이 합리적인 방안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노력형 자수성가형 부모님들은 그 기준에 맞춰 자녀들의 '순위'를 높이도록 훈육하는 것이 과거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현명하고 지당한 것이라고 여겼고, 그 과정에서 '상대 평가'에 짓눌린 아이들의 수가 늘어났다.


그것은 과도기였고, 아노미를 극복하는 당 세대의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상대평가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일반화의 오류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상대 평가로 인해 소위 '상위권'에 머무르지 못하는 이들에겐 인정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 인정 욕구의 불만족은 누군가에겐 자존감 하락을 야기했다. 


나의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위 내용과 관련된 몇 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같은 학급 내 가장 친했던 안 모양이 우리 집과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인 바로 앞집에 살았고, 그런 이유로 나는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 매일 등하교를 함께 했다. 이따금 그 친구의 집에 가면 그의 아버지가 우리를 차로 학교까지 바래다주셨고, 가는 길에 아버지는 딸의 친구가 궁금한지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곤 하셨다. 

나중에는 그 호의가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친구의 아버지는 나와 당신의 딸을 비교하기 시작하셨기 때문이었다. 나도 부담스러웠는데, 당사자인 친구는 어땠을까.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몇 주 뒤 앞으로 등교는 따로 하자는 요청과 함께, "나는 항상 어딜 가든 내가 칭찬받던 비교의 대상이 되었었는데, 내가 너 때문에 반대가 되는 걸 겪었어야 했어"라며 갑작스러운 화를 내비쳤다. 당시 전교 2등이었던 나로 인해 그녀는 반에서 영락없는 2등 신세였었고, 아버지는 그걸 핑계로 그녀와 나를 계속 비교했던 것이었다. 그녀의 인정 욕구는 아버지에게 참혹히 무시당했고, 그 결과는 그 친구와 나의 금 간 우정이었다. 


그런데 우스꽝스러운 것은 나의 인정 욕구도 어딘가에서 무시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전교 2등 성적표를 받고 기쁘게 집으로 돌아가던 날, 나는 아버지에게 뿌듯함을 애써 숨기며 성적표를 보여드렸다. 돌아온 말은 내가 예상한 것과는 달리 '전교 1등과 2등의 차이점'에 대한 훈계로 내가 왜 전교 1등을 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핀잔이었다.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나와 부모의 관계는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새로운 내재 자아를 생성한다. 쉽게 말하면 커서는 내 속에 부모의 역할을 하는 사고가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보통 인정 욕구는 내재적 동인과 외재적 동인 두 가지에서 기인하고 충족된다. 이렇게 나와 같이 인정 욕구를 충분히 만족하며 자라지 못한 경우에는, 성인이 되어 외재적 동인에 기반한 인정 욕구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참고)
McCandless와 Evans(1973)은 아동의 연령에 따른 자아개념의 특성을 밝혔다. 첫째, 연령이 증가하면서 자신에 대한 기술이 단순한 기술에서 복잡한 기술로 바뀐다. 둘째, 나이가 들면서 자신에 대한 주관적인 견해를 갖게 된다. 셋째,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안정적인 자아개념을 지니게 된다. 자아개념은 자존감과 관련시켜 연구되기도 한다. 자존감이란 자아를 긍정적인 가치로서 인식하는 개념으로 다른 사람들의 수용과 인정으로부터 형성된다. 학동기에 있어 자존감은 매우 중요하여 학교생활과 친구관계의 성공 여부는 자존감과 관련되어 있다. 자존감이 높은 아동은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친구들이 따르는 지도자가 되며,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나, 자존감이 낮은 아동은 자신을 쓸모없는 인간이라 여겨 솔선해서 행동하지 못하며, 새로운 과제에 불안감을 보인다. 자존감은 부모와의 관계에서도 비롯될 수 있는데 부모가 자녀의 행위를 인정하고 격려해 준다면 높은 자존감을 갖게 되나 부모가 자녀의 잘못한 면만 들추어낸다면 부정적인 자아개념, 즉 낮은 자존감을 획득하게 된다.


사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회사나 기타 외부 활동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자존감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처럼 '마케터'로 종사하는 이들은 직장 생활에서 끊임없이 팀원에게 상사에게 또는 광고주에게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쉴틈 없이 받는다. 불행하게도 마케터들에겐 칭찬보다 비난이 일상인 경우가 허다하다.



비단 마케터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현상은 직종에 상관없이 만연한 듯싶다. 밀물처럼 가판대를 장악하는 책들은 최근에 들어 유독 '외부 요인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기'와 같은 내용이 다수이다. '신경 끄기의 기술'부터 '자존감 수업',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까지 '자아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존재에 대한 이유와 안정을 찾는 것이 아닌, 나 자신 내부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각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보면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음을 지키는 법'에 관한 심리 에세이의 인기 몰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문제로 아파하고 고민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들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나 정보를 공유하려 한다.  


1. 상대방의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되, 비난은 무시하자. 
- 비난을 일삼는 이들은 땅에 떨어진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다른 이를 비난함으로써 자존감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은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안 된다. 갈증을 느낀다고 바닷물 마시는 것과 동일하달까

2. 결과에 집착하지 말자. 
- '성공'이라는 결과에 집착하지 말자. 노력한 과정을 중요시 여기자.

 3. 자기 합리화와 자기 연민 사이에서 중용을 잘 지키자.
- 자기 합리화와 자기 연민 둘 중 하나가 지나쳐도 자존감의 밸런스가 깨진다. 

4. 비교하는 습관을 버리자.
- 비교는 샴푸를 고를 때나 고양이 사료를 고를 때에만 필요하다. 나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지 말자.

5. 매일 목표를 세워라. 그리고 꾸준히 실천하라. 
- 무엇이든 좋다. 실천하기 쉬운 가벼운 과제부터 목표로 설정하자. 매일 목표를 성취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면, 어느 순간 높아진 자존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인정 욕구는 경험상 외재 동인보다 내재 동인을 통해 만족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외재 동인이 쓸모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외재 동인도 필요하다.)

6. 관계에 의존하지 말아라.
- 관계는 녹는점과 같다. 0도에서 조금이라도 기온이 오르면, 얼음이 녹는 것처럼 사소한 것에 일희일비하게 되는 것이 관계다. 관계를 통해 사회성과 집단 소속감을 느끼며 안정감을 느끼는 정도는 괜찮지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7.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인정해라.
- 말 그대로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나와 타인이 다르다고 해서, 그 타인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혹시 자기가 비판을 하는지 비난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7번 항목을 마음에 새기자. 나와 다르다고 누군가를 평가한다면, 그것은 비판보다 비난일 확률이 크다. 만일 곱씹어 봤을 때, 비난을 많이 했다고 판단되면, 지금이라도 시정하자. 당신은 아마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경험이 있을 수 있다.



인정 욕구는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인정 욕구는 자기 계발의 원동력이 되고 삶의 활기를 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인정 욕구가 크다고 해서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자. 무엇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약도 오용하면 독약이 될 수 있다. 인정 욕구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나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항상 스스로를 보살피자. 그리고 칭찬에 인색하고 비난을 일삼는 이들이여, 타인의 인정 욕구를 무시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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