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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로스코 Aug 21. 2020

선천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있다?

"코로나는 우리 몸 속 여행 유전자를 못 꺾는다" (아주경제, 2020.05.01, 정숭호)
불륜은 인간 본성…절반은 ‘외도 유전자’ 타고난다” (중앙일보, 2019.06.29,한경환)
"메일 왔는지 확인 또 확인하는 당신, 중독입니다" (동아일보, 2019.08.10, 김기윤)

위 세 가지 보도자료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유전자가 있다. 이는 인간의 선천적 기질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하는 유전자는 무엇일까? 어떤 유전자가 당체 현대판 흑사병과도 같은 코로나의 위협을 뚫고 우리로 하여금 여행을 갈망하게 하며, 불륜을 저지르게 할까? 아래 카드 뉴스를 통해 살펴보자.



앞선 기사에서 공통적으로 이름이 불린 유전자의 정체는 도파민 D4 수용체(이른바 DRD4)다. 신경 유전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DRD4 유전자가 '호기심'과 '보상심리'를 담당한다고 밝혔다. 이 유전자는 도파민 수용체 중 네 번째 유전자로서 'D(4) dopamine receptor'를 줄인 말이며, 변이 횟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도파민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서 쾌락, 기쁨, 의욕과 같은 인간의 감정에 관여한다. 결과적으로 DRD4가 아래 그림처럼 변이가 거듭될수록 도파민을 전달하기 어려워지고, 이 현상은 사람으로 하여금 더 많은 자극을 추구하도록 유도한다. 


DRD4 유전자 변이를 나타낸 사진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마케팅 부교수이자 심리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애덤 알터(Adam Alter) 교수는 그의 저서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나약하고 타락한 소수만 중독된다고 믿었던 전문가들의 주장은 세월이 흐르면서 무색해졌다.'고 말한다. 신경학자들은 중독에 빠진 개인이 오로지 스스로의 나약함에서 비롯된 선택이 아닌, 도파민 수용체 변형과 같은 유전자의 선천적인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애덤 알터 교수는 더 나아가 내재된 DRD4 유전자 때문에, 인간이 그간 '열대과일, 담배, 마약, 코카콜라'와 같은 것들에 중독됐다고 짚는다. 또한 이를 보유한 인류의 10%는 실제로 남보다 중독에 쉽게 노출된다고 밝혔다. 반면,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문화심리학과 스티븐 하이네(Steven J. Heine) 교수는 그의 책 '유전자는 우리를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나'에서 유전자에 대한 운명론적 사고를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는 인간에 대해 이전의 어떤 세대보다도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심지어 인간의 고유 특질을 형성하는 핵산 서열을 해석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인간은 과도하게 유전자에 맹신하는 경향이 있음을 언급한다. 대표적으로 '비만 유전자'가 이에 해당한다. 처음 '비만 유전자'가 널리 알려졌을 때는 영국의 <더 미러> 지는 유명 팝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요절이 비만 유전자로 인한 예정된 결과였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그러나 스티븐 하이네는 비만의 경우 비만이 될 확률을 높인다고 알려진 흔한 유전 변이는 적게 잡아도 97종이나 존재한다고 반박한다. 


인간의 알코올 중독이나 불륜에 빠지는 행위는 어디까지가 선천적이고, 어디부터가 후천적일까? 인간의 유전자를 해석하는 패러다임에 따라, 누군가에게 중독은 변명할 여지가 생긴다. 중독 자체를 바라보는 시선 외에도 무익한 중독을 치료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방법도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DRD4 유전자와 정신분열병의 발생 관련 가능성에 대한 주제인 '정신분열병에서 도파민 D4 수용체(DRD4)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으로 논문 작성에 참여한 이헌정 교수를 만나 물었다. 실제로 관련성이 얼마나 높다고 생각하는지. 그는 '크게 유의미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번에겐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묻겠다. 

당신은 DRD4 유전자에 대해 어떻게 믿고 싶은가? 유전자는 우리를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을까?



참고문헌

Sheng Wang (2017), D4 dopamine receptor high-resolution structures enable the discovery of selective agonists, SCIENCE20 OCT 2017 : 381-386

Jiang Y (2013), The role of D4 receptor gene exon III polymorphisms in shaping human altruism and prosocial behavior, Front. Hum. Neurosci. 7:195.

이헌정, 이홍석, 이민수, 한덕정 (2000), 정신분열병에서 도파민 D4 수용체(DRD4) 유전자의 다형성, 생물정신의학, Vol. 7, No. 2, December 2000

스티븐 하이네, 유전자는 우리를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나, 서울:시그마북스, 2018

애덤 알터,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서울:부키, 2019

동아일보, "메일 왔는지 확인 또 확인하는 당신, 중독입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809/96907533/1, (2020.08.21)

중앙일보, “불륜은 인간 본성…절반은 ‘외도 유전자’ 타고난다”,https://news.joins.com/article/23510464, (2020.08.21)

주간경향,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4) 나는 DNA로 결정되나요?",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910141629051&code=116, (2020.08.21)

아주경제, "코로나는 우리 몸 속 여행 유전자를 못 꺾는다", https://www.ajunews.com/view/20200501085751115, (202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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