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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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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민 Dec 30. 2021

말년에는 몸도 마음도 + 웃음도?

웹예능 <말년을 건강하게> 정신 건강 특집

 침책맨의 ‘침’, 주펄의 ‘펄’, 기안84의 ‘기’가 모여 이른바 침펄기. <말년을 건강하게>는 침착맨 이말년 작가를 중심으로 침펄기의 ‘건강한 말년을 위한 노후대비 운동 입문기’를 다룬다. MBC ‘M드로메다 스토디오’ 채널의 웹예능 <말년을 건강하게>. 그중 단시간에 100만 조회수를 기록한 두 편에 걸친 ‘정신 건강 특집’을 소개하고자 한다.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웹예능

 이말년, 주호민, 기안84 모두 유쾌함 하면 빠질 수 없는 화제의 인물들이다. 1편의 오프닝 ‘일찍 와주길 바라’ 코너부터 ‘그림 심리 평가’, ‘무용 동작 치료’, 템플스테이‘까지 그들의 현란한 애드리브와 장난기 넘치는 모습은 기복 없이 이어진다.

 비난 금지라는 규칙을 내걸고 가진 자기소개 시간에 주호민 작가는 자꾸만 비난이 튀어나오는 자신의 입을 봉인이라도 하듯 틀어막는다. 이에 주호민 작가의 손이 움직임에 따라 자막이 달달 떨린다거나 ’습관성 비난 증후군‘ 같은 재치 있는 자막이 위트를 더한다. 템플스테이를 시작하며 교무스님과 차담을 나누다, 스님에게 우리 동종 업계(유튜버)잖아요제가 선배지만외람되지만 조회수가 안 나오면 번뇌를 느끼시는지 하고 서슴없는 발언을 하는 이말년 작가와 기안84 작가, 그리고 그것에 체념하듯 인정하는 스님까지 유쾌한 상황은 계속된다.

 세 사람이 본격적으로 템플스테이를 시작하며 펼친 스님들과의 족구 경기는 2편의 문을 연다. 기존 <말년을 건강하게>는 무술, 필라테스 등의 활동성 있는 운동에 주력하며,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줄곧 화제가 돼 왔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전공(?)과 같은 막간 족구 경기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새벽 기상 벌칙에 걸리지 않기 위해 몸을 던지는 진심 어린 경기, 또 스님들과 주호민 작가의 케미스트리는 1편의 재미를 잇는다.


<말년을 건강하게>가 정신 건강을 만날 때

 이번 특집에서는 이들이 사뭇 진지해지는 순간도 있다. 무용 동작 치료 중 그들은 ○○잘했어, “잘하고 있다라며 서로가 듣고 싶은 한마디를 한 바퀴 빙 둘러 건넨다. 칭찬을 듣는 세 사람은 부끄럽고 어색해 보였지만, 그런 서툰 표정에 많은 공감의 댓글을 얻었다. 정신 건강에 관련된 여러 체험을 하는 침펄기의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인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복잡미묘한 감정을 포착하게 되는 장면이자 뭉클함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5학년 자신에게 말을 전하는 참선 시간, 주호민 작가는 낙서 계속하다가 너 만화가 된다라며 평소처럼 웃음기를 보이다가도 나중에 어른이 되면 그리고 싶어도 못 그리는 게 생긴단다그러니까 낙서할 때의 즐거운 마음을 잘 기억하고 있어야 돼라는 담담한 고백을, 뒤이어 기안84 작가도 과거의 모난 자신을 받아들이고 주변 지인을 챙기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씁쓸하지만 왠지 모를 웃음이 튀어나오기도 하는 현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야 경험할 수 있는 속내를 담담하게 전하는 그들에 감동을 발견한다.

 <말년을 건강하게>의 정신 건강 특집은, 이렇게 유쾌하고 담백하게 힐링의 요소를 포착해낸다는 점이 특별하다. 세 사람은 체험 중간에 자신이 힘든 상황임을 털어놓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이어 잔잔하고 슬픈 전개가 예상되는 순간에도, 이말년 작가가 옆 사람이 우는지 확인하듯 장난기를 놓치지 않는다. 침펄기 표 웹예능의 속도감 있는 전개가 정신 건강의 주제와 맞닿으며 그들만의 특집이 재탄생되었다.

 사실 지금껏 <말년을 건강하게>가 아쉬웠던 것은 격한 운동을 하는 세 사람의 서툰 몸짓이 주요 웃음 포인트라는 점이다. 이번 특집에서도 웹예능의 짧은 분량 속 많은 활동을 담아내다 보니 다소 조급한 진행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온전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정신적 건강에 주목하여 이렇게 특색 있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말년을 건강하게>만의 정신 건강 특집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세 사람이 그려내는 좋은 에너지를 다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부디 세 사람의 말년이 건강하고, 유쾌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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