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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랑 Feb 02. 2020

#54. 방어는 거품을 향해 입을 뻐끔뻐끔

 오른쪽 눈가가 삼 센티쯤 찢어져 뻘건 살이 드러난 방어 한 마리가 수조 장치에서 나오는 거품을 향해 달려들었다.


 수조에는 많은 방어가 작은 소쿠리에 담긴 귤이나 사과처럼 쌓여 있었다. 살아있지 않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 물건처럼.

 아직 살아있는 수조 속 방어들은 서로의 몸을 밀쳐내며 힘껏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이었다면 분명히 압사했을 텐데 물속이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걸까.


 거품을 향해 달려들었던 오른쪽 눈가에 상처가 있는 방어는 주위의 다른 방어들을 밀쳐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온몸을 흔들어 재꼈다. 거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며 입을 뻐끔거렸다. 눈가에 있는 상처는 먹힐 뻔했던 증거일까.


 커다란 망을 든 사람이 가게에서 나와 방어가 든 수조 옆 다른 수조에 다가갔다. 이름 모를 생선들이 종류별로 담겨 있는 곳에서 몸부림치는 물고기 하나를 건져 올렸다. 가게 앞을 지나가던 사람이 그놈 참 싱싱하다 말했다. 그는 검은색 망에서 흔들거리는 물고기를 들고 씩 웃어 보이고는 가게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우리는 겨울철 별미라는 방어를 먹기 위해 가게 앞에서 삼십 분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꿈을 꿨다. 내가 가고자 하는 층을 아무리 눌러도 계속 1층으로 돌아가는 꿈이었다.


 며칠을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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