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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브릭 Nov 23. 2018

벚꽃 오프닝

브런치(brunch)를 시작하며

우연한 계기로 카카오 임팩트라는 강연을 통해 브런치(brunch)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어떤 형태로든 나만의 글을 계속해서 쓰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하루키 본인은 야구장에서 야구경기를 보다가 소설가가 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쓰기 시작한 그의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 신인 문학상까지 타버린다. 그의 에세이를 읽다 보면 정체불명의 자신감이 내 속에도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그래서 나도 시작한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일단 쓰고 보자.



아이폰 5


약 30년을 살았던 아파트 단지에는 해마다 벚꽃이 예쁘게 피었다. 꽃봉오리들이 한창 물이 오를 때면 경비아저씨들이 백열전구들로 나무 사이사이를 이어놓는다. 밤이 되면 따듯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을 등지고 혹은 마주하고 연인들, 가족들이 사진 찍기에 초집중한다. 스마트폰이 보급화 되면서 사진 찍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났던 것 같다. 


속상하게도 나는 더 이상 저 아파트 단지에 살지 않는다. 정말 속상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다. 할아버지 할머니 때부터 살았던 나의, 우리의 그 공간은 여러 문제가 겹쳐 정리해야만 했다. 현재 사는 아파트는 지어진지 5년도 안된 최신식 아파트다. 지하주차장도 잘 돼있고 단지 조성도 잘 되어있다. 그런데 내 추억과 친구는 없다. 실내화 주머니 던지기도 없고, 열심히 연습하던 마이클 잭슨의 문워킹도 없고, 하굣길에 힐끔힐끔 쳐다보던 예쁜 선배 누나도 없고, 공중전화도 없고, 모래 놀이터 축구경기도 없고, 지나가다 우연히 만나는 친구도 없고, 그리고 백열등이 환하게 빛나는 벚꽃 로드도 없다. 


요즘도 종종 근처에 볼일이 있을 때면 꼭 이 아파트 단지를 찾는다. 얼마 전에 내가 살던 동을 찾아가 보았다. 입구의 비밀번호 기계가 최식식으로 바뀌어 있었고 비밀번호 역시 내가 알던 숫자들이 아니었다. 입력 오류를 알리는 '삐' 소리를 연거푸 들으니 씁쓸했다. 나는 아직 마음이 환하게 열려있는데, 이 친구는 이미 마음을 잠가버린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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