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빠의 소원

(딸에게 쓰는 편지)

“나의 소원은 딸이 성년이 되었을 때 둘이 팔짱끼고 호프집에 가 맥주 한잔 하는 겁니다.”


따님의 육아로 정신없던 시절, 누군가 소원이 뭐냐고 물었을 때 나의 답변이다.

그때 질문했던 이는 내게 욕심이 많다고 했다.


따님과 팔짱끼고 맥주 한잔 하려면 부녀관계가 좋아야 하고,

환갑이 지나 맥주를 마실 정도의 건강도 있어야 하며,

부녀가 외식할 정도의 여유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건강과, 여유와 화목한 가족관계, 모두를 바라는 것은 너무 욕심이 과하다는 것이다.


아직 사춘기가 오지 않은 따님과의 관계는 나쁘지 않다.

따님은 아빠를 때로는 남자친구로, 때로는 든든한(?) 아빠로, 가끔은 엄마에게 혼나는 챙겨줘야 할 사람으로 생각한다.


딸을 먼저 키워본 주변에서는 너무 정주지 말라고 훈수를 둔다.

사춘기가 되면 딸들은 아빠에게 멀어지게 돼 있다고....


이제 곧 사춘기를 맞이할 따님의 변한 모습이 상상이 안 되지만,

어느 정도는 마음을 다잡고 있다.

딸에게 부담주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둬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이 1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 다시 아빠의 품이 아니라 아빠 곁으로 다가올 녀석의 모습을 상상해 보며 위안을 삼는다.


그래도 소원은 바꾸지 않는다.

따님의 팔짱을 끼고 맥주 한잔 하는 날이 온다면 정말 행복할 거다.


그날을 위해 술은 조금 줄여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별과의 첫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