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면 한다 vs 알아서 한다

주도성에 대한 오해

by eyewisdom

어릴 적 엄마가 하셨던 말 중에 가장 두려웠던 말이 있다.

"너 알아서 해!"

이 말은 워딩이 아니라 상황적 문맥이 중요한데,

예를 들면 친구들과 한참 놀다가 학원을 가기 싫어 전화해 떼를 쓰던 나에게

엄마가 마지막 통첩처럼 날리던 말, "몰라, 네가 다 알아서 해!" 뚝.

그만큼 알아서 한다(?)라는 말이 좀 허 깔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맘때 부모님께 칭찬받는 아이는

말을 잘 듣는 아이, 부모가 시키는 대로 잘하는 아이였다.

엄마가 "숙제해~" 하면 하고, 선생님이 "조용히 해~" 하면 조용해지는 아이.

그런 아이가 착한 아이로 불렸다.

그때 배운 인성은 분명 유효했다. 질서를 지키고, 규칙을 따르고, 어른의 말을 존중하는 태도.

하지만 성인이 되어 회사에 들어오면, 그 인성의 태도는 또 다르게 전환되거나 확장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말 잘 듣는 사람''주도성 없는 사람'으로 번역되기 때문이다.




1) 집에서 배운 대로, “시키는 대로 하면 착하다”


집에서는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안전했다.

• 정답이 늘 누군가에게 있었고

• 책임도 늘 누군가에게 나눠졌었고

• 무엇보다 “왜 그렇게 했어?”라는 질문에 “시켜서요”라고 말하면 끝이 났다.

말을 잘 듣는 건 성실함이고, 성실함은 인성이니까.

그래서 많은 사람이 회사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살곤 한다.

• 시키면 하고

•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하고

• 지시가 없으면 멈춘다.

어찌 보면 그건 게으른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훈련받아 온 ‘안전한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2) 회사에서 살아남는 인성: “알아서 움직여야 일이 굴러간다”


하지만 회사는 집과 구조가 다르다.

집에선 ‘돌봄’, 과 '챙김'이

회사는 ‘성과’가 기본값이다.


여기서 성과는 개인의 능력이라기보다

일이 앞으로 잘~굴러가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회사는 이 업무의 담당자인 우리에게

“이 일, 다음 단계는 뭐죠?”

“변수가 생겼는데, 어떻게 처리할까요?”

“지금 막히는 지점이 뭐예요?” 이렇게 질문한다.

그런데 이런 질문들 앞에서 그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라는 말은 무력 해질 뿐이다.

왜냐하면 회사 일은 대부분 시키는 사람도 정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회사에서의 주도성은

“정답을 몰라도, 정답이 없을 때에도 일의 진행을 만들겠다”라는 태도일 것이다.




3) 주도성은 ‘나댄다’가 아니라 ‘빈칸을 메우기’다


"이 사람은 참 주도적이다."

이 주도성을 성격으로만 바라보면 둘 중 하나로 망한다.

• 튀는 사람, 나대는 사람이 될까 봐 숨거나

• 주도적으로 혼자 결정하다 월권이 되거나

어렵지만 회사에서 살아남는 주도성은 그 사이에 있지 않나 싶다.

업무에서 빈칸을 발견하고 → 선택지를 만들고 → 공유하고 → 실행하는 힘

그래서 ‘알아서 한다’는 말의 진짜 뜻은

“제가 혼자 결정하겠습니다”가 아니라

“결정을 하실 수 있게 정리해 오겠습니다”라는 것.


주도성은 거창한 포부가 아니라, 조금 다른 업무적 대화의 표현으로 시작된다.


1) “어떻게 할까요?” → “제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질문의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전자는 답을 기다리고, 후자는 진행을 만든다.


2) “이건 제 일이 아닌데요” → “제 일은 아니지만 연결돼 있습니다”

주도성은 경계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경계를 인정한 채 연결하는 능력일 수 있다.


3) “말씀 없으셔서…” → “확인차 공유드립니다”

회사에서 침묵을 눈치껏 허락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주도성은 눈치가 아닌 명확한 확인일 것이다.




5) 오늘부터 주도성을 10%만 키우면 된다


그럼 회사에서 '알아서 일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주도성은 결코 큰 일에서 시작하지 않으므로

나의 일에서 단 10%만 더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결과물을 제출할 때, 10%를 더해서 다음 단계의 한 줄을 덧붙여보기

"이렇게 완료했고, 다음은 A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슈를 보고할 때, 10%를 더해서 대안 한 두 개를 같이 제시하기

" 일정이 밀리게 됩니다. 따라서 1) 범위를 재조정하거나 2) 인력보완 중 선택이 필요합니다."

*회의 후엔, 결정사항 등을 요약해 공유하기


이런 10%가 쌓이면

회사는 당신을 이렇게 부르지 않을까?

"알아서 일하는 사람"


시키면 하는 사람은 안정적일 수 있지만

알아서 하는 사람은 일의 진행을 만든다.

그리고 조직이 정말 원하는 건,

일의 빈칸을 같이 메워주고 일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것.


이제 우리

“어떻게 할까요? ”가 아니라

“제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로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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