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동을 제대로 걸고 질주하고 있는 2번놈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새끼는 하필이면 날 닮았다.
온 인류가 자신의 친구이며
자고로 불의란 꾹 참는법인데 못참고 덤벼대고
모친의 미모를 빼다박은 미소년의 외모에(이것은 객관적 사실임을 밝힙니다)
체육음악미술기술가정에 능하고
수학과학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이며
지적인면을 하나도 갖추지 못했으나
때때로 시를 쓰고 스스로 도취되어 감격에 빠지는가하면
삐쩍 말라가지고는 어깨빵 당하는건 안된다며 매일 아령을 해대고
나 몰래 친구에게 돈을꿔서 헬스장에 다니다가 걸려들어 그 모친의 분노장애 스위치가 켜지는 바람에 죽다 살아나셨다.
사실..그 외의 무수한 기행들은 차마 부끄러워 밝힐 순 없다.
간만에 평화가 깃든 저녁시간, 그의 방에서 방언소리같은 끊이지 않은 소리가 들린다.
잠옷바람에 교복 넥타이를 매고 책상에서 중얼중얼..
*2번!뭐하냐 그 꼬라지로?
-어머니 제가 학생회를 지원하려고 면접준비중입니다.
* 그래 잘 해보려무나(뭔 꿍꿍이일까..)
모친의 찰진 욕과 분노에 의해 일어나던 그는
면접당일 스스로 일어나는 기적을 행하셨다.
샤워를 하셨으며 공들여 드라이로 아주 촌스런 헤어를 완성하셨다.
흡족해 하며 학교로 가던 그의 호기로운 뒷모습이 아직도 그려진다.
그가 말했다.
학생회 누나들과 친하다고.
붙을거라고.
그가 방금전 불합격 소식을 전해왔다.
친분을 과시하던, 자신의 매력에 자신있어하던 그는 지금 비맞은 강아지의 모습으로 방으로 들어가셨다.
보통의 엄마라면 그런 자녀가 안쓰러울텐데
나는..뭔가 통쾌하고..복수한 시원한 기분에..웃음이 나온다..
으하하하!
이 새키야!세상이 니 중심으로 돌아갈 줄 알았지?
으하하하!
살짝 엄마가 이런 마음을 가져도 되는가 싶지만
그간 2번에게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
그가 떨어진것이 사실..고소~~~하다..
이게..솔직한 나의 마음이다
아마 2번은 지금 매우 깊은 슬픔에 빠져 허우적 거리며 우울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일 아침이면 학교의 어여쁜 누님들을 만나러 신나게 달려 갈 거다.
누나아~~~~
2번의 불합격을 통쾌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