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가져올 노동 부족에 대하여
저번 글을 올리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변명을 하자면, 그동안 글을 써야 할 일이 많아서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내 생각의 흐름은 기록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계속해서 글을 올려본다.
https://brunch.co.kr/@playersysy/14
앞선 글에서는 고령화의 국제적 추세에 대해서 다루었다. 그럼 왜 국가들은 고령화를 대처하려고 노력하는 걸까? 고령화는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걸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이번글에서는 제시해보고자 한다.
고령화의 부정적인 영향은 노동 측면, 그리고 자본 측면에서 모두 발생한다. 노동의 측면은 굉장히 직관적이다. 우리가 흔히 알듯, 나이가 들면 사람의 정신 및 신체적 기능은 떨어진다. 노동은 정신 및 신체적 역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나이 든 노동자의 노동 생산량은 줄어든다. 능력 저하로 인한 생산량 감소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숫자 자체도 줄어든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은퇴를 하거나 앞둔 고령층이 새로 노동에 진입하는 젊은 세대에 비해 많아진다. 은퇴의 속도가 노동 진입보다 빨라지며 일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남아있게 된다. 기업은 적어진 노동 공급 때문에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모순적이게도, 기업은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하고도 생산량 저하를 경험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비효율적인 자원 배치가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이전 시대에서는 노마지지(老馬之智)와 같이 나이 든 노동자가 기술이나 노하우를 통해 더 높은 생산량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노동은 예전과 큰 차이점을 가진다. 바로 기술의 변화가 엄청난 속도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취득한 기술은 몇 년 되지 않아 낡아버리며,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면 이를 습득한 노동자에 비해 뒤쳐지게 된다. 즉, 우리 시대는 숙련도가 노동 생산성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고령화가 노동 생산성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다른 시대에 비해 더욱 심해진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어떨까? 줄어든 노동 생산량을 새로운 노동자들이나 기술이 채워주지 못하면 그 사회는 생산량이 감소한다. 경제 성장에 대한 지표로 가장 자주 활용되는 것이 국내 총 생산량 (GDP)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생산량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다. 새로운 노동자는 줄어들고, 나이 든 노동자와 퇴직자가 늘어나는 고령화는 생산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고령화는 나이 든 노동자 개인, 기업, 사회 모두에게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이러한 노동 부족에 대해서 ‘인구 대역전’의 저자인 굿하트와 프라단의 연구는 중국의 고령화가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20세기말만 해도 선진국이 고령화되어도 외국인직접투자를 통해 중국 노동력을 활용해 부족한 노동을 공급할 수 있었다.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에 공장을 만들고 제품을 생산해 다시 수입하는 방식으로 (세계 2차 대전 이후 교통 기술의 발전으로 상품을 운송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줄었다.)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인구가 많고, 임금이 저렴하며,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한 자녀 운동과 같은 정책을 통해 인구수를 조정하면서 고령화가 발생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중국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노동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연구의 설명이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00456.html
하지만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굉장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 점을 보면 이 주장의 신빙성은 약해지긴 한다. 국제 사회가 중국의 고령화 때문에 노동 부족을 경험한다면, 중국의 청년들이 시장에 나오는 대로 취직이 되어 실업률이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베트남, 인도와 같은 신흥 국가에서 노동력을 수급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중국의 고령화가 일시적으로는 노동 공급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그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이런 노동력이 중국에서 공급되는 교육받은 노동력과 다르다고 주장할 수 있겠으나, 기존에 중국에서 기대하던 노동력은 잘 교육받은 노동력보다 제조업에 투입될 수 있는 단순 노동력이었다. 중국이 아닌 다른 개발도상국이 노동 부족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꼭 노동자가 아니어도, 기술로도 노동 공급 부족과 싸울 수 있다. 산업화 이전에는 다수가 필요하던 작업이 방직기의 개발과 함께 기계를 돌릴 노동자 한 명만 필요하게 된 것이 예시이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 시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복잡하던 자동차 조립은 소수의 노동자가 기계와 함께 진행되며, 수많은 사람이 필요하던 설문은 온라인 설문지로 대체되었다. 이처럼 기계는 업무에 필요한 노동력을 절대적으로 줄여 노동 공급 부족을 대처한다.
기술 대처 방식에도 문제는 있다. 이 시대의 특징은 기술이 고급화될수록 잘 교육된 인재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며 새로 생겨난 직업은 코딩을 잘하는 사람이며, 이러한 코딩 기술은 본능적인 능력이 아닌 교육을 통해 습득해야 한다. 단순 반복 작업을 인공지능 기술이 대체하면 필요한 건 그 작업을 지시하고 안내할 수 있는 비평적 사고가 가능한 사람이다. 경험과 교육이 필수인 인재는 자동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잘 만들어진 교육 시스템이 없다면 이런 인재는 길러지지 않는다. 즉, 기술의 발전이 적은 노동력으로도 높은 생산량을 만들도록 하려면 좋은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교육의 발전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고령화가 노동뿐만 아니라 자본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나이 그 드는 것과 자본이 무슨 상관일까? 자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써보도록 하겠다. 부디 이번에는 꾸준히 써볼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