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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AYER SYSY May 22. 2022

‘자동 진행’ 게임은 게임일까? (1)

1부: 자동 진행은 왜 등장했을까?

  <간편 요약>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등장한 터치 조작의 불편함이 자동 진행을 만들었다.
          단, 불편한 조작감이 만든 자동 진행이 플레이어의 선택과 통제를 제한해선 안된다.


게임 같은 영화에 이어서 영화 같은 게임에 대해 생각해보자. 근래 화제가 되었던 게임의 다수는 영화 같은 게임이었다. 영화와 같은 연출, 시네마틱 영상이 포함된 게임은 기존의 놀이라는 프레임을 뛰어넘어 게임을 예술의 영역으로 이끌었다. 그래픽 기술의 발전과 영화 장르와의 접목을 통해서 게임은 영화의 장점을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갓 오브 워, 용과 같이 시리즈 등의 게임은 스토리와 연출의 우수성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게임이 영화의 특징을 흡수하며 ‘감상을 통한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게임은 역동적인 참여뿐만 아니라 정적인 감상도 중요한 장르가 되어갔다.


그런데, 게임은 ‘참여를 통한 경험’을 특징으로 하는 매체이다. 일방적인 전달과 그에 대한 감상으로 경험이 만들어지는 책, 영화와 달리 게임은 직접 참여를 해야 한다. 게임 플레이어는 조작을 통해 게임에 참여하고, 게임 시스템은 이에 대응하여 행동한다. 게임은 플레이어의 참여를 통해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매체이다. 그럼에도 게임은 감상을 허용하고,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심지어는 참여의 영역을 최소한으로 하는 ‘자동 진행’ 게임도 등장했다. 게임이 참여라는 본질을 줄이며 감상의 영역을 확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 진행’ 게임은 게임일까?



'자동 진행' 게임은 왜 등장했을까?

-조작과 참여의 관계

플레이어는 어떻게 게임에 참여할까?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조작을 통해서 게임에 참여한다. 플레이어가 버튼을 움직이면 화면 속의 캐릭터가 움직인다. 현실에서의 움직임을 키보드 마우스, 혹은 게임 패드를 통해서 디지털 상 캐릭터의 움직임과 동일하게 만든다. 이처럼 조작은 플레이어와 게임을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다. 플레이어는 더 편안한 조작감을 찾기 위해 조작 키를 바꾸거나, 자신에게 맞는 컨트롤러 패드를 사용한다. 조작감이 불편하다면 플레이어는 게임에 제대로 몰입할 수 없다.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하면, 플레이어는 게임을 자신이 능동적으로 통제한다고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게임 속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화하지 못하고 게임 시스템과의 상호작용을 포기한다.


오늘의 주제인 ‘자동 진행’ 게임이 등장한 계기도 조작과 참여 때문이다. 게임 디바이스가 물리적 버튼이 없는 스마트폰으로 바뀌며 조작이 불편 해 졌고, 조작을 통한 참여는 줄어들고 감상이 늘어났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즐길 수 있는 게임도 나왔다. 문제는 기존의 콘솔 혹은 PC와 달리 기계에 물리적 버튼이 없다는 점이다. 물리적 버튼을 통한 조작에 익숙해진 사람에게 터치 조작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터치 조작의 특성상 물리적 버튼에 비해 섬세한 조작이 불가능하다. 스마트폰에서 플레이어는 적극적으로 캐릭터를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불편한 조작감은 플레이어의 참여를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그 어떤 디바이스보다 보편적으로 보급되었기 때문에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터치의 불편한 조작감과 함께 이전에 게임을 즐기지 않았던 유저까지 흡수하기 위해선 참여를 줄이고 감상을 늘려야 했다. 이 때문에 정교한 조작이 필요하지 않은 ‘방치형 게임’, 혹은 ‘자동 진행’ 게임이 등장하게 되었다. 자동 진행 게임은 다양한 유저를 게임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고 스마트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 장르가 되었다.


그렇다면 자동 진행 게임은 게임이긴 한 걸까? 참여를 줄이고 감상의 영역을 증가시킨 장르가 기존 매체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여가 적어도 선택에 따라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면 게임이다. 게임이 되기 위한 조건 두 가지를 뽑아낼 수 있다. 첫째로 플레이에 있어서 '선택'이 있어야 한다. 게임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플레이어는 조작을 통해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한다. 선택이 결여되고 일방적으로 묘사만 된다면 책, 영화와 같은 전통 매체와 다른 점이 없다. 둘째, 게임은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인해 '결과가 통제'되어야 한다.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결과가 유의미하게 바뀌지 않는다면 게임이라 부를 수 없다. 게임의 본질은 플레이어와 게임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통해 부여하는 경험이다. 상호작용이라 함은 서로가 서로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다음 행동이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게임 시스템은 영향을 받고, 게임 시스템의 행동에 의해 플레이어의 선택이 영향을 받는 특징을 가지는 것이 바로 게임이다.



이 글에서는 자동 진행 게임의 등장 배경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자동 진행 게임을 특징에 따라서 크게 ‘자동사냥형’, ‘방치형’, ‘수집형’, ‘오토배틀형’ 4가지 유형으로 나눈 뒤, 각각의 유형의 게임이 게임으로의 본질을 잘 유지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모바일 게임은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자동 진행 게임이 정말로 게임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지 게임 기획 차원에서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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