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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Mar 05. 2024

평생 질병없이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사는 방법

단식 8일 차,  먹는 것이 바로 나다

단식 8일 차 아침. 긴 휴가를 마치고 오랜만에 일을 하니 아직 몸이 따라오질 못한다. 아무래도 기력이 딸리다 보니 느릿느릿 천천히 움직이게 된다. 행동도 천천히 말도 천천히 호흡이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배 속에 느껴지는 허기는 이제 당연한 것이 되어 그다지 불편하진 않다. 뱃속이 텅비어 있는 것이 디폴트가 되었다. 

반면 육체는 느려졌지만 정신은 빨라졌다. 육체가 뇌를 따라오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또렷하고 반짝인다. 의사결정이나 선택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졌고, 상황을 한 번에 파악하는 시야가 넓어졌으며, 정보를 처리하고 이해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기능이 월등하게 향상되었다. 신기한 일이다. 


남해에서의 단식 휴가를 보내고, 속세로 돌아오니 유혹들이 넘쳐난다. 점심시간에 동료들이 먹는 점심 식사 냄새와 후식으로 먹는 케이크, 빵, 쿠키 등등. 눈으로 안 보려고 하지만 자꾸 나도 모르게 눈이 간다. 아, 먹고 싶다. 아마 단식원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나는 감히 이렇게 길게 단식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3일만에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 현실에서 단식이나 생채식은 거의 문명을 거부하고 자신을 유배시키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맨발로 콘크리트 도로를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음식들이 넘쳐나고 있다. 3분만 걸어가면 편의점에 각종 먹을거리들이 넘쳐나고, 유튜브와 티브이에서는 먹방과 음식에 대한 영상들이 쏟아지며, 배달음식 앱을 키고 손가락 한번만 튕기면 안방에 앉아 편하게 먹고 싶은 음식을 코앞까지 배달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 음식들이 내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자연에서 온 좋은 음식들인가. 우리가 돈을 주고 사 먹는 그 많은 음식들이 진정 우리 몸에 필요하고, 우리 몸이 원하는 진짜 음식들인가. 내 몸은 정말 그 많은 음식들을 필요로 하는가. 이런 질문들은 거의 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에게 음식은 생존에 필요한 필수불가결하고 귀중한 것이 아니다. 더 맛있고 더 특이하고 더 예쁘고 더 혀를 만족시키는 화려한 것을 욕망하는 사치재로 변화했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맛집에는 더 많은 줄이 서고, 웨이팅이 있는 식당과 블로그의 맛집 리뷰 등을 보면 나도 저기에 동참해야 할 것 같고, 저것들을 먹어야 할 것 같다는 강박감이 올라온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진짜 내 몸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진짜 나의 순수한 욕망일까.


단식을 하고자 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가 이런 나의 욕망을 바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밥을 먹어 배가 부른데도 습관적으로 빵이나 과자 등의 후식을 찾거나 가끔 초콜릿이나 단 것에 대한 욕망이 올라오면 배가 부른데도 먹을 때가 있다. 평소 적정량의 식사를 하고 배고픔과 허기가 만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음식, 더 맛있고 혀를 만족시키는 음식, 각종 첨가물로 뇌를 중독시킬 만큼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욕구가 나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과연 그 음식들에 대한 욕구가 진짜 내 몸의 진실한 욕구였을까. 내 몸은 이미 충분히 먹어 배가 부른데 그 이상의 무언가를 먹어 내 몸을 혹사했던 것은 아닐까. 화학 첨가물로 범벅되어 뇌를 마비시키고 중독시키는 가공식품들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 음식들에 대한 욕구는 사실 내 몸이 순수하게 원하는 욕구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가공식품 회사에 의해 주입된 욕망이다. 각종 매스미디어의 광고와 sns의 이미지들, 정보들이 나를 촘촘하게 둘러싸고 있어 그 욕망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러나 그 욕망이 내 몸속에 들어와 어떤 작용을 할지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조리되었고, 어떤 재료를 어디서 가져왔으며, 이 음식이 내 몸에 들어와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단식이 끝난 후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것이다. 무언가를 먹기 전 내가 먹는 이것이 과연 진정으로 내 몸의 허기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본주의 사회가 주입한 중독된 맛을 탐하는 거짓 욕망인지를 질문하는 것. 그리고 지속가능한 생채식 식단을 통해 내 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깨끗하고 건강한 음식, 행복한 식사를 하는 것. 이 두가지가 병행된다면 건강하고 행복하게 100세 시대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잘 먹어서 건강하게 사는 것이 행복한 인생을 사는 가장 확실한 방법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성공하고 풍요가 넘치며 행복해도 몸이 아프면 아무 소용없다. 아파보면 안다.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먹는 것이 바로 나다. 이 명제를 기억하고 잘 먹고, 건강하게 행복한 삶을 영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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