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 5시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따뜻한 물을 한잔 마시고, 바로 차키를 들고 집 근처 산으로 출발. 아직 해가 뜨기 직전 주변은 아직 어둡고, 산에는 새소리만 가득하다. 나는 아침에 오는 산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새로운 날이 시작된다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부풀어 오른 상태에서 오르는 아침 산의 맛은 각별하다. 공기는 청명하고, 서늘한 새벽 숲 공기는 모든 것을 깨끗하게 정화시켜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샌들을 벗고 맨발로 산을 오른다. 맨발로 숲을 걸으면 저절로 걸음이 느려진다. 느려진 걸음으로 숲을 느끼면 숲의 속살을 느끼며 걸을 수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춤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는다. 오늘은 조그만 가방에 핸드폰과 수첩, 그리고 볼펜을 함께 챙겼다. 오늘 하고 싶은 것들을 적기 위해서다. 일명 "오늘의 두근두근 퀘스트" 오늘 하고 싶은 것들, 두근두근 재밌어 보이는 것들을 적는다.
"오늘의 두근두근 퀘스트"
1. 2025년 버킷리스트 쓰기
2. 두부채소찜 해 먹기(마늘, 애호박, 가지, 버섯, 두부)
3. 앤 드라마 보기, 앤 소설 읽기
4. 도서관, 카페 가서 글쓰기
5. 한살림 장보기
6. 책 반납하고, 꿈 내비게이션 대출해서 읽기
7. 영화 <가타카> 보기
8. 오늘 하루 블로그에 사진 일기 쓰기
9. 오늘의 3가지 감동 일기로 쓰기
10. 글쓰기 - 아침의 산은 맛있다!, 궁극의 긍정법 - 운을 최강으로 만드는 법
11. 블로그 포스팅 - 여름 산행 필수품, 괄사마사지기
12. 드라마 그레이스 앤 프랭키 보기
13. 2024년 상반기 결산
중간중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산을 걸으니 이곳은 천국이다. 이사오 사사키의 피아노 음악 'sky walk' 정말 하늘 위 천국을 걷는 기분이다.
그렇게 행복한 기분에 입꼬리를 잔뜩 올리고 하산했는데! 이럴 수가. 내 신발이 없어졌다. 누군가 나의 신발을 통째로 가져가신 듯하다. 나이* 신발을 신고 와서 벗어둔 나의 잘못이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황당한 나의 경험을 말씀드리니 다음부턴 절대로 아무도 안 훔쳐갈 만한 헌 신발로 신고 가라고 하신다. 안 쓰는 오래된 슬리퍼를 주신다니 앞으로는 그걸로 오는 걸로. 살면서 신발 도둑을 당하기는 처음이니 정말 신선한 경험 했다! 하하!
집에 돌아오니 아직도 창창한 아침. 새벽을 아침 숲 산책으로 시작하면 하루가 길어지는 마법을 체험할 수 있다. 갑자기 음악이 듣고 싶어서 멜론을 오랜만에 들어가 보았다. 멜론에서 오랜만에 이벤트를 진행 중이어서 첫 한 달 100원 결제로 무제한 + 오프라인 음악 듣기 이용권을 판매 중이어서 당장 결재! 그동안 음악은 유튜브로만 들었는데 오랜만에 멜론으로 돌아왔더니 새롭다. 내가 아주 예전에 만들어둔 플레이리스트와 좋아요 표시한 음악들을 다시 들었다.
'와 너무 좋아.'
이것으로 오늘 귀중한 첫 번째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음악과 걸을 수 있는 자연만 있다면 어디서든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좋은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하는 책을 보는 것도 아주 좋아한다. 내가 처음 들어보는 다양한 클래식, 재즈, 팝, 월드뮤직 등을 소개해주는 책을 읽고, 안 듣던 음악을 듣는 것이 매우 재미있다. 그래서 알라딘 서점에 들어가 예술 분야의 음악 관련 신간들을 써치 해보았다. 오랜만에 들어가니 새로운 책들이 아주 많이 나왔다. 우선 재밌어 보이는 흥미로운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오늘 발견한 책들!>
<음악에 빠진 영화 이야기>는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가격이 10만 원을 넘는 걸까? 신기한 책도 발견.
장바구니에 추가해 둔 책들을 한 권씩 찾아보며 좋아하는 음악의 경계를 넓히는 놀이도 아주 재미있는 놀이다.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과 음악은 나의 행복을 책임지는 핵심 요소이다. 그리고 내 삶의 행복을 책임지는 또 하나의 핵심요소가 바로 책이다. 책을 읽고 마음을 울린 문장, 내 삶에 실행하고 싶은 내용을 발견하면 나는 그 문장을 고이고이 감싸 필사노트에 기록해 둔다. 소중한 문장들.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풍성하게 살찌우는 책의 문장들. 이 문장들 덕분에 나는 행복해지고, 지혜로워진다.
여러 문장들을 필사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짧은 문장 하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쓰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 무라카미 하루키
내 삶의 행복을 구성하는 요소 중 네 번째 주인공이 나왔다. 바로 글쓰기. 나는 글을 쓸 때 몰입을 경험한다. 손 안의 모래처럼 사라지던 하루의 수많은 일들과 생각들이 기록을 통해 보물이 되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되었다.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시동을 걸기가 어렵지 막상 시작하고 나면 글쓰기만큼 나의 정신을 100% 쏟아부어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나는 글쓰기에서 몰입을 경험한다. 글로 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버렸을 수많은 생각들이 쓰기를 통해 비로소 조명을 받고, 귀중한 깨달음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었다.
나의 네 번째 행복을 위하여 점심을 먹고 짐을 챙겨 카페로 향했다. 노트북과 무선 이어폰, 노트와 펜을 에코백에 넣고 출발! 집에서 차로 7분 거리에 있는 할리스 커피로 향했다. 도서관에서 글을 써볼까도 생각했지만 노트북 타자 치는 소리가 걱정이 되어 카페로 온 것이다. 그러나 카페의 소음은 상상 이상의 수준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대화소리와 카페 매장 내의 음악 소리가 혼재되어 글을 쓸 수 없는 상태. 이럴 때를 대비하여 무선 이어폰을 가져왔지. 집중하는 데 최고인 비발디의 사계음악을 틀고 글을 쓰니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완벽하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써보았다.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으니 카페는 거의 오질 않는다. 제주도 여행 중에 북카페에서 노트에 펜으로 글을 써본 것이 다이다. 이렇게 사람 많은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경험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 신선하다! 종종 글을 쓰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을 때 한 번씩 오면 좋을 듯하다. 그러나 역시 나 자신을 깊이 성찰할 수 있는 글은 '자기만의 방'에서 고독하게 써야 하는 법이라는 것을 새로운 깨달음에 추가해 본다.
나의 일요일 행복을 책임지는 4가지를 다 누렸는데 아직도 시간은 감사하게도 3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충분히 가능한 시간이다. 참으로 감사하고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 3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