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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Aug 18. 2022

모든 것이 명상이다

"고원 명상 체험"

연희동의 고원 명상 체험을 다녀왔다. 고원은 연희동 골목 끝 높은 언덕에 있는 작가의 작업실에서 이루어지는 약 1시간 동안의 몰입형 전시 체험이다. 고원은 태어나 자란 곳, 자신을 만들어 낸 곳이라는 의미다.



이곳에서는 우리를 겹겹으로 둘러싼 무수한 생각과 꼬리를 무는 연결고리들을 걷어내고, 온전히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시간은 사실 언제 어디에서도 가질 수 있으나, 여간해서는 쉽지 않습니다. 뭇 상념과 주변의 모양과 소리가 부지불식간에 자꾸만 나를 타넘고 들어와 쌓이기 때문입니다.
손 닿는 곳에 끝이 있는 작은 방에서, 고원이 마련한 소리와 빛과 향은 당신이 자신을 마주하고 알아차리는 시간을 돕습니다. 

- 체험 소개글 중에서



연희동에 자리한 그곳은 마치 은둔자의 굴처럼 텅 비어 있었다. 새하얀 공간에 꼭 필요한 물건 몇개를 제외하면 남은 공간은 모두 공기와 소리로 가득 차 있는 셈이다. 처음 그 공간을 들어선 순간 일상의 익숙한 공간에서 낯설고 새로운 이질적인 공간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바닥에 앉아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들이쉬고 내쉰다. 싱잉볼의 소리에 따라 몸 안에 들어왔다 나가는 숨의 길에 감각을 집중시켰다. 그 짧은 찰나에도 수많은 생각들과 상념들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본다. 


그리고 안쪽의 한 사람이 간신히 몸을 숙여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안내되었다. 그곳에서는 바닥에 누워 헤드셋을 끼고, 명상을 한다. 머리 쪽에는 향이 피워지고 헤드셋에서는 음악 소리가 들린다. 온통 까맣고 어두운 공간에 오직 소리와 향이 타는 냄새, 그리고 향이 불빛에 반사되어 신비롭게 움직이는 장면이 전부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누워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만 집중한다. 

낯선 공간에 누워 낯선 향내음을 맡으며 낯선 소리를 듣고 있는다는 것 자체가 의식을 깨어있도록 만든다. 우리는 평소에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일들을 처리하며 익숙한 사람들과 익숙한 생활을 이어나가기 때문에 의식이 깨어있기가 매우 어렵다. 의식적으로 깨어있겠다는 의지를 발현하지 않는 이상 어제 하던 대로 과거에 습관에 이끌려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 이렇게 누워있으니 사실 그 모든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숨을 쉬는 것은 얼마나 기적과 같은 일인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고 완벽하게 뛰고 있는 심장의 박동은 또 얼마나 신비로운가. 모든 기적과 신비가 한데 어우러져 지금 여기 나라는 존재를 살리고 있으니 이곳을 나가 어디에 있든 나는 명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그 순간 깨어있는 의식으로, 마음다함의 자세로 순간에 머무른다면 말이다. 


누워서 하는 명상 체험이 끝나고 나는 동굴같은 명상실을 나와 커다란 창이 있는 다실로 안내되었다. 그곳에서는 안내자가 마련해주는 백호차를 마시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나지막하게 파도소리와 물소리, 숲의 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여기 있다. 

그리고 차를 마시고 있다. 

숨을 쉬고 있다. 

창밖을 보고 있다. 

소리를 듣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거기에 더하거나 뺄 것도 없다. 그냥 모든 것이 지금 이러한대로 완벽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 체험이 끝나더라도 이곳을 떠나더라도 나는 명상하듯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호흡을 음미하고,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함의 기적에 놀라워하며, 살아있음을 음미하고 만끽하며 살고 싶다. 그곳이 어디이든 나의 고향, 내가 태어나고 돌아갈 곳, 완벽한 천국임을 알기에 완전히 마음을 열어 평화의 시간 위를 흘러가듯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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