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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수집가 Aug 13. 2022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토요일 아침 6시.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 공기가 서늘하고 시원하다. 더위가 시작되기 전 여름의 아침 공기는 가을처럼 기분좋다. 기지개를 켜고 물을 한잔 마신 후 잠옷을 벗는다. 그리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운동복을 꺼내입는다. 가방에는 이어폰을 챙기고 등산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나에게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아주 분명하고 견고해서 하고 나면 반드시 행복해질 수 밖에 없는 것들. 그것들이 있어 아침이 행복하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첫번째는 숲속을 걷는 것이다. 나는 나무들이 우거진 초록빛 숲을 산책하면 반드시 행복해진다. 두 다리를 아무 생각없이 움직이며 숲 사이를 걷다보면 내가 텅 비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이 좋다. 머리를 굴리고 생각을 하며 나를 통제하는 것들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그냥 걷는다. 숲속에서 풍겨오는 향긋한 향기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숲에는 숲만의 공기가 있다. 청량하고 맑고 건강해지는 공기. 그 공기를 폐 가득 들이쉬면 온 우주가 내 몸 속으로 들어온다. 나에게 숲 산책은 우주를 호흡하는 행위다. 


두번째는 숲산책을 하며 오디오북을 듣는 것도 좋다. 가끔은 부정적인 생각이나 잡생각이 몰려와 산책에 집중하기 힘들때가 있다. 생각을 비우고 싶지만 쉽지 않은 날, 그런 날에는 오디오북을 들으며 산책을 한다. 새로운 생각과 좋은 생각들을 귀로 듣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과 잡생각들은 어느새 사라진다. 새로운 경험과 지혜를 귀로 듣다보면 내 안의 낡은 것들은 어느새 빠져나간다. 매일 세수를 하고 이를 닦아 내 몸의 때를 벗겨내고 청결함을 유지하듯 머리와 마음도 쓸고 닦아 깨끗하게 유지한다. 몸의 청결과 마음의 청결 그 모두를 만족시키는 오디오북 독서 산책. 어디에 있든 나는 평생 이것을 할 것이다. 


세번째는 나만의 행복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산책을 마무리 하는 것. 내 핸드폰에는 나만의 베스트 송만 담겨 있는 플레이리스트가 있다. 들으면 반드시 행복해질 수 밖에 없는 노래와 음악들이 들어있다. 그 음악을 들으면서 산책을 마무리한다. 그냥 집안에 앉아 음악을 들을때와는 다른 행복감이 나를 채운다.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 행위는 그곳이 어디이든 나를 반드시 행복하게 만든다. 입꼬리는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마음은 벅찬 기쁨과 나만의 행복으로 몽실몽실 간질간질하다. 그냥 행복해진다. 아무 이유없이 행복해지는 것들이 있는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들으며 산책하는 것은 그 중 상위권을 차지하는 루틴이다. 


마지막은 글을 쓰는 것. 행복했던 순간들을 글로 쓰며 다시 한번 그 순간을 살 수 있다. 더 깊이 내밀하게 그 순간을 더듬을 수 있다. 사람의 뇌는 실제와 상상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냥 그 순간에 있다고 상상만해도 행복해진다. 그래서 글을 쓰는 것은 행복했던 순간을 영원히 남기는 루틴이다. 현재를 행복하게 음미하고, 그 순간을 다시 음미하는 사치. 글쓰기는 그런 사치를 나에게 선물한다. 그래서 글쓰기를 하면 반드시 행복해진다.


내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언제이든 나는 이것들을 하면 반드시 행복해진다. 그래서 평생 이 소중한 루틴들을 수행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불필요한 것들을 놓아주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매일의 루틴으로 만드는 것. 그래서 견고하지만 느슨하고, 단단하지만 몰랑몰랑한 이 행복의 루틴으로 하루를 채우는 것. 그것이 내가 하루를 사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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