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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할 때마다 호출되는 친정엄마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이사다. 사실 누가 이사가 좋으련만.... 나도 이사가 싫다. 잘 버리지 못하는 습관 때문인지 이사할 때면 정말 많은 짐들이 버겁게 나오기도 하고 정리도 잘 못해서 이사하고 나서 정리되지 않은 짐들을 마주하는 순간이 늘 깜깜하다.


 거기에 이사하고 나서 짐 정리는 늘 내차지고 혼자 정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이사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남편의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다. 아니 무존재ㅎㅎㅎ


결혼하고 어느새 공식적인 이사도 5번째다.(비공식적인 이사도 3번 정도 있었네... ) 똑같은 이사인데도 마음이 제각각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투자를 목적으로 이사를 한 때는 또 기분이 그나마 뿌듯하고, 이 고생이 씨앗뿌리는 일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고, 원치 않는 상황 탓에 이사를 하는 때도 있고...


이번 이사는 사실 여러모로 나에게는 좀 힘든 이사다. 농촌유학으로 인해 세집살림을 하고 있던 탓에 늘 집이 관리가 안되어서 속상했다. 생각보다 만족스러워서 길어진 농촌유학의 상황, 개인적인 상황으로 인해서 도저히 하나는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막상 이사를 하려고 하니 이 집을 구하러 다닐 때가 오버랩되었다. 작은 아이를 아기띠에 메고 한놈은 손에 잡고 집 구하기 어려운 때였던지라 약속시간을 어기면 집도 안 보여주던 때다. 애 둘을 델고 맘 급하게 다니던 그날의 애처로움이 여전히 내 기억에 생생했다. 나 혼자 전전긍긍, 어떻게든 애들 크기 전에 편안한 보금자리 한번 마련해 보려고 애태웠던 시간....  그 사연도 이야기하자면 한 보따리지만... 이건 나중에 다시...


이삿날이 오기 전 엄마에게 미리 전화를 드렸다.

"엄마... 나 이사하는 날 좀 도와주면 안 될까?"

남들은 부모님 이사를 도와주는 판에... 도저히 혼자서 두 집 살림을 합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정신적 지주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 정신줄 붙잡게 해 줄, 나의 이런 상실감을 잊게 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하필이면 이사 며칠 전 엄마의 발목에 이상이 생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일이라니 발 벗고 오셨다. SRT로 엄마를 픽업 갔는데 유난히 작아진 엄마의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나에게 언제나 그냥 산 같은 존재였다. 그런 엄마의 어깨가 갈수록 작아지는 느낌이 무척이나 낯설었다. 그렇게 작아진 엄마와 함께 집으로 왔다.


엄마가 오는 순간 그냥 힘이 났다. 정리하기 어려워 보이던 거대한 일들이 조금은 만만해지고 작아 보이기 시작했다.


여든이 다 되신 노인이 냉장고 열면서 뭐라도 정리한다고 하니 내가 지치고 감상에 빠질 시간이 없어졌다. 그렇게 새벽까지 정리를 마치고 한숨 자고 나니 어느새 아침이다.


새벽부터 이삿짐센터 직원분들이 부지런히 오셨다. 큰 짐이야 센터 직원분들이 옮겨주시는 것이니 그렇다 하지만 그때그때 정리 및 처리할 일들까지 혼자 혼비백산했다.


사실 근 한 달 동안 양쪽 집 살림을 나름대로 정리하느라 정말 지쳤다. 한쪽은 버릴 것을 정리하느라 또 한쪽은 들어올 짐을 정리하느두 배의 노력과 힘이 들어갔다.


빈 아파트를 보는데 여러 가지 감정들이 솟구쳤다.

-나의 서재를 만들 수 있어서 무엇보다 설레던 순간

-아이들의 이층 침대를 직접 조립하던 나던 순간

-아이들과 잠자리를 구분하며 수면분리하는 순간

-새롭게 가구를 바꾸고 제2의 인생 터닝포인트로 삼자던 생각

어디 한 곳 빠지는 곳 없이 내 숨결과 순간들이 베어 들어 있었던 공간들...


이사할 곳으로 가니 더더욱 아수라장이다. 두 집의 짐이 합쳐지고 같은 규격과 사이즈가 아닌 집인지라 모든 것이 자리를 잡는 것에 내가 필요했다.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엄마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계셨다.

"가면 주방 정리할게 필요하니 책장하나 챙겨라."

"파란 비닐 챙겨서 재활용할 것들 따로 담아라."

"세탁실 공간에라도 자전거 거치대 설치해 달라고 해라."

내가 놓치는 것들을 그 바쁜 사이에 말씀해 주셔서

조금이라도 일처리가 수월하고 매끈하게 진행되게 해 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 한마디 한마디만으로도 나에게는 힘이 심적인 안정감과 편안함을 찾게 되었다.


이사는 짐 옮기고 가 더 힘든 시간이다. 산처럼 쌓인 이삿짐은 사실 보기만 해도 "으앙"하고 눈물이 터질 것 같다. 그냥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는데 엄마가 이것만은 해 놓고 가겠다며 옷방부터 해치우자는 엄마 덕분에 사부작사부작 옷방 정리를 시작했다.


그 많던 옷들이 차곡차곡 자리를 잡아간다. 엄마가 아니었으면 정말 손 놓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있을 마음상태였는데... 결국 하루 만에 손도 못 델 같던 옷방이 정리되었다.


엄마에게는 정말 마법 같은 힘이 있는 것 같다. 일은 내가 하더라도 그냥 바라보고 같이 이야기해 주는 것만으로도 나의 동력을 이끌어내 주신다.


아빠가 아프신 와중에도 딸 부탁에 선뜻 먼 거리를 와주신 엄마 그렇게 꼬박 5일을 이삿짐만 정리하다 가셨다. 정신없는 와중이라 맛있는 식사도 제대로 못 사드리고 콧바람 쐬러도 못 가고 엄마가 좋아하는 골프장 예약도 한번 못 해 드렸다. 와중에도 아직까지는 너를 도와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엄마...


엄마를 터미널에 모셔다 드리는데 왜 이리 마음이 답답하고 서러운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지 모르겠다. 남들처럼 호강은 못 시켜드릴망정 매번 큰일치르고 혼자 감당할 자신이 없을 때면 엄마에게 먼저 전화가 간다. 이젠 엄마가 나이가 드셨는데도 여전히 나는 철없는 막내딸이다.  아마 내가 60살이 되어도 여전히 나는 엄마에게 심적인 의지를 많이 하고 있을 같다.

언제 클래.... 완쏘야...


그날의 마음과 감정을 잊고 싶지 않아서 기록해 놓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글 쓰는 와중에 왜 이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엄청 높고 파랗던 하늘, 엄마가 탄 버스, 그리고 정류장 오랫동안 기억에 같다.


터미널로 엄마를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이들이 할머니가 가시니 쓸쓸하다며 전화하자고 한다.


존재만으로도 마법 같은 힘을 가진 것... 바로 나에게는 엄마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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