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MI
우리 아빠를 표현하는 한 단어를 고르자면 TMI 다.
Too Much Information
아니다, 또 있다.
Too Much Talker
우리 가족 중에서 가장 말이 많은 아빠.
남자가 나이 들면 여성 호르몬이 많아진다고 하던데,
그래서 말이 많아진 건가?
#2. 앙숙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에는
고민하지 않고 엄마라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빠를 정말 많이 닮았다. 외모부터 시작해서 성격까지.
그래서일까? 비슷한 사람끼리는 더 싸운다고 하잖아요.
우리 가족 중에 가장 앙숙은 저와 아빠예요.
# 3. 아빠의 확신
아빠는 오빠가 33살이 넘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결혼 압박을 주기 시작했다.
따로 독립한 오빠가 집에 올 때마다 만나는 사람은 있냐, 결혼은 안 할 거냐 묻는 게 일상이었다.
맨 처음엔 웃으며 대답해주던 오빠가 잔소리 좀 그만하라고 성을 내니, 아빠는 이렇게 외쳤다.
“너! 그러다가 나중에 독거노인 된다고!!”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 아빠는 평소보다 더 열심히 EBS 교육방송을 시청하며 영어를 공부했다.
그날 오후, 오빠는 이런 문자를 받게 된다.
sejin, you can’t happy never without love
#4. 내 친구들은 예비 며느리 후보
시작은 아마 대학교 때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우리 집에 놀러 오는 친구들은 하나 같이 말했다. “너희 아버지 이제야 뵙는구나!” 우리 아빠의 유별난 잔소리와 상대방을 정말 피곤하게 하는 TMI적 성격 때문에 나는 항상 친구들에게 나의 고됨(?)을 토로했는데, 그때마다 친구들은 “와 너무 웃겨! 너희 아버지 만나 뵙고 싶어ㅋㅋㅋ”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한 친구가 우리 집에서 며칠을 묵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자 아빠는 말했다.
“쟤는 며느릿감 2위야”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졌고, 아빠가 왜 내 친구를 맘대로 순위 매기냐고, 그리고 왜 2위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아빠는 아직 내 친구를 다 만나본 게 아니니 일단 2순위로 올린 것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친구의 남자 친구 유무를 꼬치꼬치 캐묻더니 (없었지만 있다고 거짓말했다. 없다고 하면 연락처를 달라고 하거나 이보다 더한 행동을 할 수 도 있으므로...)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는 건 아니니까~” 라며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