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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주치의 Jun 26. 2019

자신의 성격구조를 알면 좋은 이유

어린 시절의 어머니는 종종 쥐덫, 일명 찍찍이를  안 한두 곳에 놓아두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주택이었는데 시즌이 되면 쥐가 가끔 나타났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찍찍이 정 가운데에 멸치 몇 개를 올려두었는데 다음 날 자고 일어나면 쥐가 아침부터 찍찍이에 붙어서 찍찍거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통방통한 일인 거 같다. 어떻게 어머니는 쥐가 나타날 곳을 알고 찍찍이들을 배치시킨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어머니에게 우리 집이라는 구조는 손바닥 안처럼 뻔한 구조였는지도 모르겠다.


현재로 돌아와서 오늘 진료 중에 어떤 젊은 여성분이 자신에 대해서 물어봤다.

"저는 이게 병인가요? 성격의 문제인가요?"


나는 대답했다.

“우선은 성격적인 원인에서 이유를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내게 여성분은 되물었다.

“그럼 성격이랑 우울증이나 불안증 같은 은 어떤 차이가 있죠?”


그 질문을 받자 어린 시절 쥐가 출몰할 시기가 되면 집 앞 슈퍼에서 찍찍이 한두 장을 사 와서 집 내부에서 쥐가 나타날만한 곳에 정확하게 찍찍이를 배치시키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비위가 덜 상하는 예를 들자성격은 자신이 가진 집이고 정신질환은 집 안에 비가 새는 상태라고 보면 얼핏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성격은 몇몇 집처럼 아주 튼튼하고 굳건한 구조를 갖고 있을 수도 있지만 몇몇 집처럼 때로는 아주 큰 결함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마치 비바람이 몰아칠 때 튼튼하고 결함이 작은 집은 버텨낼 수 있지만 아주 취약한 구조의 집은 비바람에 때로는 집 안까지 비가 들어오고 바람이 불 수 있고 때로는 유리창이 깨져서 집안이 난장판이 될 수도 있듯이 개인의 성격이 안정적인 구조인 경우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잘 이겨낼 수 있지만 성격적인 취약성이 클수록 주어지는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힘들어지면서 정신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유전적인 영향이 높은 질환 경우에는 성격 구조와는 별개로 정신질환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은 예외다. 그저 이러한 예는 성격적인 문제와 정신질환이라는 것에 대해 알아보는 정도로 보면 적당할 듯하다.)


정신과적 면담을 통해 개인의 성격적 취약성을 알고 통찰을 얻는 과정은 마치 자신의 집 구조에서 취약적인 부분을 같이 찾아보고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바르는 수리 과정이라고 보면 좋을 듯하다. 만약 어디가 취약한 지 알아보지 않거나 수리를 하지 않는다면 어찌 되느냐고? 년 장마 때마다 집안에 빗물이 새는 것처럼 매번 스트레스 상황마다 고통을 반복하겠지.


결국 어떤 이도 완벽한 성격적인 구조를 갖고 있지는 않다. 누구나 어느 부분에서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또한 누구나 상처가 있고 상처 기억은 개인의 취약한 성격을 더 취약하게 만든다. 결국 내 집 구조 상 어디가 비가 새는 곳인 지 알고 있다면 장마철이 올 때마다 빠른 대처가 가능하듯이 정신과 치료를 통해 자신어떤 성격적인 취약성을 갖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면 어떤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상처를 받지 않은 자는 없다. 그리고 그 상처 기억은 개인에게 취약함을 만든다. 결국 그 취약한 곳을 알고 대처하며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다른 이들보다 더 튼튼하고 굳건한 집과 같은 성격을 가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내가 사는 집의 구조를 모르고 사는 이는 없듯이 내 성격의 구조 정도는 알고 삶을 살아야 다. 그래서 나는 여성분에게 우선은 자신의 내면에 집을 우선 탐구하고 더 튼튼한 집을 지어보시도록 권유했고 그분 또한 비바람에 더는 무너지지 않고 싶다고 다짐한 후 면담을 마쳤다.


내 마음 속엔 어떤 집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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