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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페지오 Feb 26. 2024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좋게 말하면 무슨 일이든지 이런저런 가능성을 다 따져본 후 행동하는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걱정과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은퇴를 하고 시간이 많아지니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는 병이 더 심해졌다. 별 것도 아닌 일을 부풀려서 이 생각, 저 생각을 만들어내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 난 걱정과 근심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 버렸다. 머릿속이 온통 일어나지도 않는 나쁜 일로 가득 차니 불안하고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는 친구와의 카톡 창을 들여다보면서 그녀가 나에게 서운한 일이 있어서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그녀에게 서운하게 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내려고 뜬 눈으로 며칠 밤을 새웠다.


회신이 오지 않는 이메일을 보면서 상대방이 나를 무시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분에 넘치는 제안을 받고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임이 분명한데도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결국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전화를 걸어 물어보면 바로 해결될 일도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오해와 불안을 키웠다.


무슨 일이든 부정적인 측면부터 바라보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게 되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추운 겨울 내내 나만의 동굴에 숨어서 웅크린 채로 숨어 있었다.


더 이상 이렇게 지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어느 날, 책상에 앉아서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걱정거리를 노트에 적어 보았다. 그리고 노트 서너 페이지를 빼곡히 채운 수많은 걱정거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 딜동안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걱정하면서 시간을 낭비한 것을 깨닫고 나니 후회가 밀려왔다. 걱정한다고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쓸데없이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오늘부터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또다시 이유 모를 불안과 걱정이 찾아오면 내가 걱정하고 고민해서 상황이 더 나아질 수 있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그 대답이 '노'라면 더 이상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때로는 단순함이 정답인 것 같다.

세상에는 고민하고 생각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들도 많다.

오늘부터는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고 하루하루에 충실하며 살아보아야겠다.


내가 웅크려있던 겨우내 나무들은 봄을 기다리며 새싹을 키우고 있었다. 눈이 쌓인 나무에서 봄을 발견하고 나도 기지개를 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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