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책은 중학교 때였나, 고등학교 때였나.. 데미안을 읽고 너무 오랫만이다. 그렇게 데미안을 좋아한다고 하고서 왜 다른 책은 안읽었을까?
사실 예전에 북클럽 할 때, 헤세가 노벨상을 수상한 유리알 유희를 읽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난해하다는 평이 있어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언젠가는 읽어야지 그런 마음으로..
그런데 요즘 불교에 관심이 가며 그의 싯다르타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세는 내게 그런 믿음을 주는 작가이다. 그라면 내가 불교를 가장 잘 느낄 수 있게 해줄 것 같다는..
몇년 전 데미안을 다시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청소년기에 읽은 것 만큼 감동은 없었다. 내가 너무 자란 것인지, 혹은 기독교적 세계관이 이젠 새롭지 않아서였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 싯다르타를 읽는데 어렸을 때 데미안을 읽었을 때의 그 감동이 온다. 데미안에서의 “알을 깨고 나온 새”는 싯다르타에서 “새장 속을 탈출”한다.
그 새는 뭔가 멋진 곳으로 날아간 것이 아니다. 알을 깨고 나와 무언가를 찾으려고 했지만, 찾지 못하고 새장 속에 갇혀 있다 공허를 느낀다. 그리고 평화로운, 인자한 미소를 띈 뱃사공을 찾아간다. 그 미소의 비밀을 알고 싶어서..
싯다르타를 읽으며 알게 된 것인데 헤세가 종교사상을 메인 소재로 쓴 책이 세 권이 있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그린 데미안, 불교를 그린 싯다르타, 그리고 유교와 도가를 그린 유리알 유희.
다른건 몰라도 이 세 권의 책은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싯다르타도 읽었으니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건 유리알 유희. 싯다르타를 읽고 나니 이제 조금 마음의 준비가 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