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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엘라 Oct 29. 2023

사업이 잘 되고 있는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

이 시기를 견디는 게 제일 어렵다는 걸 왜 몰랐을까


2018년, 대학교 4학년, 만 23살.

남들 다 첫 직장에 들어갈 취업준비를 하는 시기에 나는 첫 창업을 했다.



처음 시작한 창업아이템은 향수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어렸을 때 향수를 좋아했고, 작년에 다녀온 유럽여행의 작은 향수 가게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간단한 이유.


(중학교 2학년 때, 향수 샘플을 몇 십개 사서 뿌리고 다녔을 정도로 향수 덕후였다. )



화학 전공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작은 퍼퓨머리 조향 학원 수업을 신청하는 것이었다. 처음 향을 배우던 2018년에는 조향이라는 분야를 사람들이 잘 몰랐다. 배울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다. 어렵게 선택한 학원에서 처음 조향을 배웠을 때,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좋아하는 향수를 만들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슬프게도 자신감의 시기는 1년을 채 가지 못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이 없어졌다. 유명 향수 브랜드 겔랑은 한 향수를 만드는 데 7년 간의 시간과 몇 십억의 인풋을 투자한다. 이런 글로벌 기업보다 좋은 향을 내가 만들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제품을 다 만들어놓고 출시하지 못한 것만 몇 십개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자신감을 찾기 위해서는 나만의 강점을 만들어야 했다. 유명 해외 브랜드보다 더 나은 나만의 것. 그걸 찾기 위해 향수공방을 시작했다.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은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나만의 데이터를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운인지 불운인지, 향수공방을 오픈하고 나서 고객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코로나 시절 순풍을 타고 매일 클래스는 만석이 되었다. 초보 창업자였던 나는, 장사가 잘 될수록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 모든 기회와 매출들이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만들고 싶었던 건 제품과 브랜드였는데, 이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점도 들었다. 



점점 커져가는 매출과 사업장, 직원 4명까지.

스물 다섯 살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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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나에게는, 불안감을 상쇄할 도피처가 필요했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이 나의 구세주가 될 것만 같았다. 



연남동에 작은 빌라를 빌려 예쁘게 꾸민 후 에어비앤비를 시작했다. 코로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없이 꾸준히 수익이 들어왔다. 새로운 나의 세컨 하우스가 생긴 느낌이었다. 리프레시가 필요할 때마다 이 공간을 찾았다. 여행 온 외국인들, 유학생들, 다녀간 게스트들은 모두 이 곳에서 느꼈던 행복한 순간을 후기로 남겨줬다. 큰 보람을 느끼고 행복한 순간들이었지만, 그 느낌은 오래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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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는 아무리 잘 해도 첫 번째 사업에 비해 확장성과 한계성이 명확했다. 에어비앤비를 할 시간에, 본업에 시간을 투자했으면? 아마 나의 성장 속도도, 매출도 10배 이상 더 늘었을 것이다. (내가 에어비앤비 사업을 한다고 시간을 투자했던 시기는 2020년- 이었다. 이 때는 코로나로 인해 향 브랜드들이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였다. 돌이켜 보면 이 시기를 놓치면 안됐다. )



이걸 깨달은 순간, 바로 에어비앤비를 권리금을 받고 팔았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또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게 된다. 



앞 날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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