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를 견디는 게 제일 어렵다는 걸 왜 몰랐을까
슬프게도 자신감의 시기는 1년을 채 가지 못했다.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이 없어졌다. 유명 향수 브랜드 겔랑은 한 향수를 만드는 데 7년 간의 시간과 몇 십억의 인풋을 투자한다. 이런 글로벌 기업보다 좋은 향을 내가 만들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제품을 다 만들어놓고 출시하지 못한 것만 몇 십개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자신감을 찾기 위해서는 나만의 강점을 만들어야 했다. 유명 해외 브랜드보다 더 나은 나만의 것. 그걸 찾기 위해 향수공방을 시작했다.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은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나만의 데이터를 쌓아나가기 시작했다.
운인지 불운인지, 향수공방을 오픈하고 나서 고객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코로나 시절 순풍을 타고 매일 클래스는 만석이 되었다. 초보 창업자였던 나는, 장사가 잘 될수록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 모든 기회와 매출들이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만들고 싶었던 건 제품과 브랜드였는데, 이게 맞는지에 대한 의문점도 들었다.
점점 커져가는 매출과 사업장, 직원 4명까지.
스물 다섯 살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것들이었다.
연남동에 작은 빌라를 빌려 예쁘게 꾸민 후 에어비앤비를 시작했다. 코로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없이 꾸준히 수익이 들어왔다. 새로운 나의 세컨 하우스가 생긴 느낌이었다. 리프레시가 필요할 때마다 이 공간을 찾았다. 여행 온 외국인들, 유학생들, 다녀간 게스트들은 모두 이 곳에서 느꼈던 행복한 순간을 후기로 남겨줬다. 큰 보람을 느끼고 행복한 순간들이었지만, 그 느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에어비앤비는 아무리 잘 해도 첫 번째 사업에 비해 확장성과 한계성이 명확했다. 에어비앤비를 할 시간에, 본업에 시간을 투자했으면? 아마 나의 성장 속도도, 매출도 10배 이상 더 늘었을 것이다. (내가 에어비앤비 사업을 한다고 시간을 투자했던 시기는 2020년- 이었다. 이 때는 코로나로 인해 향 브랜드들이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였다. 돌이켜 보면 이 시기를 놓치면 안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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