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11년을 알고 지낸 동네 친구 K
동네 언니들 대부분은 필요에 의해 관계가 형성되곤 하는데 K는 다르다. 외동딸이라 외롭게 자란 나에게 정말 언니 같은 존재가 생긴 것이다. 언제 만나도 편안하고 서로의 아픔을 나누어도 손해 봤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푸근한 외모에 말투도 정다워서 나는 종종 고민 상담을 한다. K의 직업은 심리상담사,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나에게 자녀 교육에 대해 상담을 받곤 한다.
반면에 J가 있다. 그녀를 만날 때면 마음에 불편함을 느낀다. 가만히 있어도 불편하고 내가 말을 많이 해도 뭔가 잃어가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그녀는 만날 때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한 보따리 꺼내 와서 툭 던져두고 간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만 들으러 온 들러리처럼 함께한 사람들은 그녀의 이야기에 반응해 주고 손뼉 쳐 줘야 할 분위기가 만들어지곤 한다. 정작 본인은 모른다는 거.
가깝지만 멀기도 한 G. 다른 사람들의 말을 너무 잘 믿어서 손해를 많이 보는 스타일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고 늘 허황된 꿈을 꾸지만 때로는 소녀 같은 면이 많다. 그녀의 나이는 나보다 한참 많지만 가끔 보면 열정은 40대 못지않다. 젊은 시절 산전수전공중전까지 안 겪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방대한 이야기보따리를 지닌 사람이다. 만나면 늘 옛날이야기를 펼쳐둔다. 듣기 싫으면서도 뭔가 빠져드는 묘한 느낌에 나는 그만 귀가 팔랑거린다.
마음껏 고마운 사람, 뭔가 모르게 불편한 사람 등 관계는 다양하다. 내가 편하면 상대도 편할 것이고 내가 불편하면 상대 역시 불편할 것이다. 그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 내가 느끼는 감정 그 이상으로 자세히 보아야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