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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별빛 Feb 10. 2021

" 루비똥과 똥 세례 "

두 개의 전혀 다른 똥이 나를 움직인다

월요일부터 새벽 기상의 포문을 열었으나
첫날은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에 

오히려 새벽 4시까지 잠 못 이루는

환장의 역대급 날이 되었다.


둘째 날은 비장한 각오를 장착한 채

밤 10시부터 침대에 누웠지만
날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낮잠을 두어 시간

잤던 까닭에 바로 잠들지 못했다.

그렇게 이튿날도 나는 실패했다.

그리고 어스름한 아침,
새벽 기상 66일 도전에 성공하면
내 생애 첫 루비똥을 보상으로 주겠다던
신랑은 두 번은 못 참는다는 듯
아주 랄한 비난과 조롱을 했다.

드디어 오늘. 세 번째 아침이 밝았다.
길고양이의 희미한 울음에도 번뜩 눈이 떠지는
놀라운 유전자를 가진 나는 어느 정도 확신했다.

모든 조건이 새벽 기상향한
자축의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6시 두어 차례 울리는 알람을 끄고
"어휴 꽤 쌀쌀하네 " 란 생각이 5초 안에
내 머릿속을 감싸기 전까지는 말이다.

"일어나야지" 하는 생각이 바로 이불을 박차고
어둠 속에서 몸을 일으키는 행위로 이어지진 못했다.

결국 그 망할 놈의

" 아 귀찮은데... 되게"  란 의지박약이

 침대 밑으로 나를 거세게 끌어당겼다.

30분간 미적거리다 나를 일으켜 세운 건
어이없게도 어제 신랑이 퍼부은 비난의 똥물이었다.
오늘은 한층 더 쿠린내 나는 똥을 철퍽하고
내 얼굴에 던질게 뻔하다.

"내 그럴 줄 알았어. 때려쳐..
"넌 애초에 그거밖에 안되니까 그냥  살던 대로 살아"

에잇.
거친 발길질로 몸을 일으켰다.

출근하는 신랑이 입꼬리를 짝 말아 올리며 물었다.
" 몇 시에 일어났어?"

기어가는 목소리로 수줍게 말했다.

"6시 ......... 40분"


잘 알고있다.
루비 똥은 물 건너갔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전혀 다른 두 종류의 똥이 나를 가열차게 움직이게 했다.

하나는 내 나이에 한 개쯤은 꼭 있어야 한다는
품격의  완성 "루비똥"이고

하나는 신랑의 맹렬한 비난의 폭격 "똥" 세례다.


어떤 똥이 나를 더 질주하게 했는지 잘 안다.
칭찬과 격려보다는 결국 비난과 구정물 섞인 감정의
폭탄이 더 나를 움직이게 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무조건 피해야 하는 살벌한 똥 세례 속에서도
사람은 목표를 향해 전진한다.

도전 속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성공과 실패는
희극과 비극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성공을 쫒아 가다가 실패를 경험할 때 오는 좌절은
그래서 더 고통스럽다.

나는 실패해도 덤덤해지는지는 법을
여럿 똥 세례 속에서 스스로 깨달았다.

좋고 안 좋고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두 개를 그대로 직면한다면 성공과 실패는 양날의 검이다
때론 성공이 비극으로 가는 결말이 되고,
실패가 주는 역경이 삶의 지혜가 되어
해피엔딩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화 < 인사이드 아웃> 에서 기쁨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에게 기쁜 기억 만을 주고 싶어

슬픔 이를 자꾸 밀어낸다.
그러나 슬픔 후에 찾아오는 기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그들의 감정 본부는 행복을 저장하기 시작한다.

성공과 실패.

그 뚜렷한 고 그름의 경계를 허물고 두 가지를 사이좋게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면  두 가지 ' 똥'에서도
충분히 성장이라는 행복한 결말을 얻지 않을까

나는 다소 민망한 오늘 기상시간에
성공이란 동그라미를 하사해도 될까를 살짝 고민했다.
그러나 어설픈 시작이라도 비집고 들어간
내가 기특해 나는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를
이쁘게 넣어주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고
오늘의 나의 태양은 맑음이니
나는 더할 나위 없이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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