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소하고도 평범한 순간들
문득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언제가 제일 행복했니?”
행복했던 순간들이 여럿 떠올랐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이라던지 사회생활에서의 첫 성취감을 느꼈던 하루라던지. 하지만 이런 순간들은 행복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긴 하지만 ‘제일’이란 단어를 앞에 붙이기엔 뭔가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제일 행복했던 순간]
제일이란 단어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몇몇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는데, 놀랍게도 그 장면들은 하나같이 그리 대단한 날들은 아니었다. 부모님 집 마당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아빠와 함께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던 순간이라던지, 가만히 앉아있다가 엄마 밥 짓는 냄새가 나던 순간이라던지, 아니면 어쩌다 우연찮게 붉은 노을을 마주한 하루라던지. 이처럼 당장에 떠오르는 날들은 전부 지극히 사소하고도 평범한 나날들이었다.
최근에 개봉한 디즈니 x픽사 영화 <소울>을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거야?”
How are you going to spend your life?”
“잘 모르겠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히 알아. 나는 매 순간순간을 살아갈 것이란 걸”
I’m not sure, but I do know I’m going to live every minute of it!
이렇듯 우리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실 사는 것은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단순한 것이다. 그리고 그저 매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면 된다는 것. 하지만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탓에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지극히 사소하고도 평범한 날들이 주는 행복을 자꾸만 알게 모르게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는 경쟁사회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러므로 더더욱 스스로에게 이렇게 얘기 해줘야 한다.
[사실 행복은 별게 아니라고]
그저 하루가 끝날 즈음 붉은 노을을 마주한 순간이라던지, 날씨 좋은 날 길가에 핀 꽃들을 구경하던 때라던지, 모닥불을 그냥 멍하니 쳐다보던 순간들. 그리고 그저 앞에 잘 구워진 홈런볼과 달달한 멜론, 그리고 시원한 맥주와 함께 영화 한 편을 즐기는, 그런 소박한 밤들 속에 진정한 행복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머님은 살면서 언제가 제일 행복하셨어요?”
대단한 날은 아니고, 나는 그냥 그런 날이 행복했어요. 온 동네에 다 밥 짓는 냄새가 나면 나도 솥에 밥을 안쳐놓고, 그때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던 우리 아들 손을 잡고 마당으로 나가요. 그럼 그때 저 멀리서부터 노을이 져요. 그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그때가.
<눈이 부시게> 대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