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아침이다. 완전 꿀잠을 잤다. 3일 차가 되니 제법 이 공간에 적응한 모양이다.
이게 뭐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그냥 뿌옇다.
습기를 가득 머금고 있은 해무 가득한 바다. 어젯밤 화려한 야경은 어디로 갔을까?
아침으로 계란프라이와 두유, 간단한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다 보니 안개가 조금 걷혔다. 평화로운 시간이다.
이런 날은 뭘 해야 할까. 어제 지나가다 본 찜질방이 생각났다. 오늘은 찜질하고 체력보충을 하면 좋겠다. 무릎 수술을 하신 엄마는 민망하다고 안 가려고 하신다. 왜 엄마들은 한 번에 좋다고 하는 법이 없을까.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왜 민망할까.
찜질방 가는 길, 흐린날의 여수
해수탕이 있는 찜질방
해수탕은 관절통이나 신경통 등에 좋다고 한다.
내가 독립하고부터는 혼자서 팔 닿는데만 씻었을 엄마를 위해 세신을 시켜드렸다. 민망하다고 안 온다고 할 때는 언제고 너무 개운해하신다. 5년 만에 목욕탕을 와본단다. 마음이 아파온다. 짠하다. 누군가에게는 목욕탕 한번 가는 게 흔한 일상일 수도 있지만 우리 엄마는 무릎이 불편하셔서 혼자 갈 수가 없다. 목욕탕에 모시고 가는 건, 오로지 딸인 나의 몫. 독립하고 살았던 때부터 현재까지 최근 5년 동안, 엄마는 혼자 집에서 목욕을 하셨을 테다. 그동안 내가 소홀했던 것 같아 죄스러움이 몰려 온다.
남편과 둘만 있는 찜질방 안.
"몽골 못 간 거 후회 안 해?"
"응. 몽골은 현실적으로 무리였지"
"그럼 대만 못 간 건?"
"후회 안 해. 지금 아니면 언제 2주 살이를 해보겠어"
“그래 네가 좋다면 나도 좋아 “
엄마와 둘만 있는 찜질방 안.
"너는 김서방이 시어머니 모시고 2주 살이 하자고 하면 갈 수 있어?"
"응! 못할게 뭐 있어?"
"그럼 김서방도 같은 마음이겠구나. 고맙게"
남편은 내 마음이 어떤지을 살피고, 나는 엄마의 마음이 어떤지 살피고, 엄마는 사위의 마음이 어떤지 살핀다.뭐야 이 삼각관계는.
엄마는 사위가 2주간 같이 여행을 함께 하는 것에 대해 표현은 고맙다고 했지만 그 보다 미안함이 더 커 보인다. 여수에 와서 첫날, 방값이 훌쩍 넘는 목돈을 주셨다. 이걸로 맘 편하게 먹고 자고 쓰자고. 그때에도 나는 미안함을 읽었다. 엄마는 자식에게 뭐가 그렇게 미안할까. 아직도 엄마의 그 깊은 속 마음은 알 길이 없다.
바닷바람이 많이 부는 밤이다. 간간히 바람소리가 창을 뚫고 들어온다. 은은한 조명을 켜놓고 소파에 앉아 티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몽골이 하나도 아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