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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한 마리가 남기고 간 교훈

08.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는 순간 (9-11일 차)

by 근엄과 낭만사이


그저께 아침에는 거의 태풍 급으로 바람이 불었다. 그간 잔잔했던 바다는 넘실대고 있었다. 에너지를 담은 바닷바람이 유리창에 부딪힐 때에는 휘익 끼익 심상치 않은 소리를 냈다. 간간이 들려오는 여자들의 꺄악~ 하는 소리들. 창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보인다. 이미 뒤집어진 우산, 그 우산이 날아가지 않게 꼭 붙들고 있는 그림이. 밖에서 일어나는 소리들이 너무 잘 들린다. 방음이 잘 안 된다는 점이 이 숙소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 전까지는




오늘은 뻐꾸기 소리에 잠을 깼다. 그 외에도 작은 새들 여러 마리가 함께 지저귀는 소리가 얼마나 상쾌하던지! 뻐꾸기 소리를 실제로 듣다니. 이 소리가 뻐꾸기 소리인지는 어릴 적 고모네 집에 있었던 뻐꾸기시계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뻐꾸기는 꽤 오랜 시간 울어주었다. 그동안 나도 옛날 생각에 잠깐 잠기며 침대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서울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만약 숙소가 방음이 잘 되었다면 오늘 아침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

영원한 단점은 없다. 앞으로 가게 될 회사와 만나게 될 사람들에 대하여 속단하지 말고, 함부로 가치 판단 하지도 말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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