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라는 옆 동네도 가고, 냉장고 파먹기를 하면서 보냈다. 아르떼뮤지엄도 가고, 엄마 친구분들께 드릴 선물도 사고,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어 낮에 잠깐 집 앞 바다 둘레길로 산책도 했다. 1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큰 마트도 이제는 혼자 다녀올 수 있다. 길도 많이 익숙해졌을만큼, 정이 들었나 보다.
엄마와 다시 2주라는 시간을 같이 보내다가 이제는 가끔 찾아뵙는 사이로 돌아가야 한다. 마음 한편이 시리다. 왜냐하면 5년 만에 엄마랑 살아보니 그동안 엄마가 많이 늙으셨다. 그럴 만도 한 것이 5년은 참 긴 시간이고 늙는 것은 세상의 이치인데 엄마의 노화에 대해서 나는 왜 이렇게 적응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 인정하기 싫다. 나에게 엄마는 항상 씩씩하기만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겁쟁이고 기력도 약하고 가만히 앉아서 드라이브를 갔다 와도 피곤해하신다. 엄마도 책 읽는 것 좋아하시지만, 돋보기를 끼고 책을 보다 보면 얼마 되지 않아 못 보겠다고 하신다. 나는 그런 엄마가 이제 낯설기만 하다.
사실 2주 살기에 엄마를 끌어들인 건, 엄마가 혼자 계시니 챙겨주는 사람 없이 혼자 끼니를 대충 해결하고 심심하게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 같아서였다. 내가 앞장서서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 눈에 보여야 마음이 놓일 것 같은 마음에서 말이다. 14일 동안 이곳이 여수인지라 맛집 많이 다녔고, 체한 적도 있었을 만큼 먹는 것 하나만큼은 잘 챙겨 드린 것 같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내가 뾰족하게 굴었을 때도 있고, 엄마 방에 가서 시간을 보낸답시고 같이 잔 날, 생각과는 다르게 엄마를 불편하게 했다.업어가도 세상모르고 쿨쿨 자는 나를 잘 알면서 내가 깰 수도 있어 자세 한번 못 바꾸고 조심해서 자느라 선잠을 주무셨단다.
하지만 어제 돌산공원에 들렀다 오는 차에서 여수 2주 살기 어땠냐는 질문에, 너무 좋았고, 다음에는 어디 갈까?라고 대답하신 걸로 보아서는 엄마에게도 특별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고, 그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