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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엄과 낭만사이 May 11. 2023

나는 엄마가 이제 낯설다

09. 반짝이는 마지막 바다 (12-14일 차)

내일이면 떠나야 한다. 그런데 실감이 나지 않는다. 가야 하다니..


마지막 3일은 정말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남해라는 옆 동네도 가고, 냉장고 파먹기를 하면서 보냈다. 아르떼뮤지엄도 가고, 엄마 친구분들께 드릴 선물도 사고,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어 낮에 잠깐 집 앞 바다 둘레길로 산책도 했다. 1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큰 마트도 이제는 혼자 다녀올 수 있다. 길도 많이 익숙해졌을 만큼, 정이 들었나 보다.




엄마와 다시 2주라는 시간을 같이 보내다가 이제는 가끔 찾아뵙는 사이로 돌아가야 한다. 마음 한편이 시리다. 왜냐하면 5년 만에 엄마랑 살아보니 그동안 엄마가 많이 늙으셨다. 그럴 만도 한 것이 5년은 참 긴 시간이고 늙는 것은 세상의 이치인데 엄마의 노화에 대해서 나는 왜 이렇게 적응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 인정하기 싫다. 나에게 엄마는 항상 씩씩하기만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겁쟁이고 기력도 약하고 가만히 앉아서 드라이브를 갔다 와도 피곤해하신다. 엄마도 책 읽는 것 좋아하시지만, 돋보기를 끼고 책을 보다 보면 얼마 되지 않아 못 보겠다고 하신다. 나는 그런 엄마가 이제 낯설기만 하다.


사실 2주 살기에 엄마를 끌어들인 건, 엄마가 혼자 계시니 챙겨주는 사람 없이 혼자 끼니를 대충 해결하고 심심하게 시간을 보내고 계실 것 같아서였다. 내가 앞장서서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 눈에 보여야 마음이 놓일 것 같은 마음에서 말이다. 14일 동안  이곳이 여수인지라 맛집 많이 다녔고, 체한 적도 있었을 만큼 먹는 것 하나만큼은 잘 챙겨 드린 것 같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내가 뾰족하게 굴었을 때도 있고, 엄마 방에 가서 시간을 보낸답시고 같이 잔 날, 생각과는 다르게 엄마를 불편하게 했다. 업어가도 세상모르고 쿨쿨 자는 나를 잘 알면서 내가 깰 수도 있어 자세 한번 못 바꾸고 조심해서 자느라 선잠을 주무셨단다.

하지만 어제 돌산공원에 들렀다 오는 차에서 여수 2주 살기 어땠냐는 질문에, 너무 좋았고, 다음에는 어디 갈까?라고 대답하신 걸로 보아서는 엄마에게도 특별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고, 그러길 바란다.


함께해 준 남편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반짝이는 여수 밤바다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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