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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엄과 낭만사이 May 08. 2023

뻐꾸기 한 마리가 남기고 간 교훈

08.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는 순간 (9-11일 차)


그저께 아침에는 거의 태풍 급으로 바람이 불었다. 그간 잔잔했던 바다는 넘실대고 있었다. 에너지를 담은 바닷바람이 유리창에 부딪힐 때에는 휘익 끼익  심상치 않은 소리를 냈다. 간간이 들려오는 여자들의 꺄악~ 하는 소리들. 창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보인다. 이미 뒤집어진 우산, 그 우산이 날아가지 않게 꼭 붙들고 있는 그림이. 밖에서 일어나는 소리들이 너무 잘 들린다. 방음이 잘 안 된다는 점이 이 숙소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 전까지는




오늘은 뻐꾸기 소리에 잠을 깼다. 그 외에도 작은 새들 여러 마리가 함께 지저귀는 소리가 얼마나 상쾌하던지! 뻐꾸기 소리를 실제로 듣다니. 이 소리가 뻐꾸기 소리인지는 어릴 적 고모네 집에 있었던 뻐꾸기시계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뻐꾸기는 꽤 오랜 시간 울어주었다. 그동안 나도 옛날 생각에 잠깐 잠기며 침대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서울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만약 숙소가 방음이 잘 되었다면  오늘 아침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

영원한 단점은 없다. 앞으로 가게 될 회사와 만나게 될 사람들에 대하여 속단하지 말고, 함부로 가치 판단 하지도 말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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