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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Jun 18. 2022

하나 둘 셋 넷, 결혼 준비 시작!

결혼, 그리고 제주행을 마음먹은 뒤 지난 4개월 동안 큼직한 과정들을 해나가고 있다. 맨 처음 결혼을 결정하고서 가장 먼저 해야 했던 건 예식장 예약하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위치, 비용, 일정 등을 모두 고려해서 결정하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나는 하고 있는 일을 10월까지 하기로 했기 때문에 곧장 제주로 넘어가기 위해선 10월 말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다. 심지어는 11월 둘째 주에 친척 언니 결혼식이 있어 더 넘어가서도 안됐다. 서울과 경기의 중간쯤 교통이 편리한 곳에 10월 말 일정이 비어있다고만 하면 무조건 할 생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고, 우연히 당일날 진행하던 박람회를 통해 괜찮은 조건으로 딱 하나 있는 시간대를 예약할 수 있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오전 타임 결혼식이었지만, 그마저도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준비하며 처음으로 발품을 팔고 직접 전화해 완성한 커다란 한 꼭지.


자, 그럼 이제 시작이다. 날짜가 정해지면 할 수 있는 게(혹은 해야 하는 게) 무지 많다. 웨딩사진, 드레스, 메이크업, 결혼식 사진과 영상 촬영을 맡길 곳들을 비교 분석하여 예약해야 한다. 신랑과 신부의 취향이 어떤지, 욕심은 어디까지 부릴 것인지, 보통은 다들 얼마큼 비용을 들이는지 등을 따져보며 결정하게 된다. 난생처음 결혼을 하는 것도 낯선데 갑자기 선택해야 할 것들이 쏟아져서 당황스러운 시간이었다. 웨딩 사진은 설정해둔 예산에 맞는 업체들 중에서 빠르게 결정했다. 숙제가 생기면 미리 해두어야 속이 편한 사람인지라, 2월에 결혼을 결정하고서 3월 안에 웬만한 것들은 결정을 마쳐버렸다.


과정 중에  하나의 중대한 , 상견례도 있었다. 결혼 날짜는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부모님과 함께 만났다. 이전에 각자 부모님과는 식사를 했었지만, 부모님과 부모님의 만남은 처음이었다.  2  서로의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어서 그런지 낯설지 않으셨다고 했다.  만남부터 우리는 수다가 많았고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 즐거운 시간을 이어갔다. 가족과 가족이 서로 대화가 통하고 마음이 통하다니, 이런 시간이 정말 나에게 찾아오다니 감동스러운 순간이었다.  울지 않는 우리 모녀가 눈물을 보이기도 했 .


이렇게 하나, 둘 해나가다 보니 5월 말 우리의 웨딩 스냅 촬영이 다가왔다. 틀에 박힌 스튜디오 사진엔 관심이 없던 나는 조금 욕심을 부리자 싶어 제주 스냅을 예약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제주를 다녀오려니 항공권, 숙박, 렌터카 등 비용이 꽤 많이 들게 되었다. 이만큼 들 줄은 몰랐지 뭐야...? 그럼에도 뻔하지 않은 풍경 속에 우리가 담긴 모습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결혼하고 찾아갈 제주, 그곳에서 남긴 첫 사진이자 첫 추억이었기에 더 의미 있었다. 드레스를 입고 계속 웃어야 하는 공주놀이는 내 체질에 맞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웃고 울었던 웨딩촬영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신혼여행은 결정했냐고? 슬슬 여유 있게 해도 될 줄 알았는데. 올해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서 결혼하는 커플이 많아지고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 와중에 기름값은 치솟고 환율도 계속 올라 무엇이든 더 비싸지고 있었다. 원하는 곳에 가지 못할까 봐, 계속 더 비싸지기만 할까 봐 서둘러 결정해야 했다. 매번 서둘러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걸까! 아무튼 우리는 잠시 몰디브를 꿈꾸기도 했지만, 돈이 정말 많이 드는 걸 깨닫고 과감히 포기했다. 결국, 휴양지 중에서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발리로 결정했다. 항공권을 직항으로 알아보다 갖고 있던 마일리지가 생각났고 그렇게 비용을 훅 줄일 수 있었다. 발리에서는 총 6박. 여행사를 끼지 않고 우리 마음대로 루트를 짜느라, 합리적이면서 취향대로 숙소를 고르느라 또 한참 시간을 보냈고 결국 2곳에 3박씩 머물기로 했다.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벌써 4개월이 지났고 이제 결혼식까지 4개월이 남았다. 모든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 최선을 다한 우리 너무 수고했다!


이제 커다란 선택과 예약은 마쳤다. 틈틈이 예산과 지출을 관리했고 에버노트에 정리한 리스트도 여럿이다. 낯설고 서툰 과정이었지만 대충 미루지 못하는 성격에 직접 알아보고 직접 예약했다. 남편이 될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으로 함께 큰 금액을 결제하면서 이렇게 함께 어른이 되는 건가 싶어 정신이 번쩍 들었고 새삼스레 신기했다. 내가 정말 결혼을 하다니, 우리가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니! 감사하고 감격스러우면서도 허둥지둥 조급하게 보내기도 했다. 보통 신부가 하자는 대로 신랑은 따라간다고 하는데, 우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나에게 믿고 맡겨준 그에게 고맙다. 우린 앞으로도 누구보다 잘 해낼 거야!


그런데 잠시만… 우리 제주도에 신혼집을 구해야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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