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다운 청첩장 제작까지
부부로 함께 사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사랑과 책임이 깃든 팀워크의 극치가 아닐까? 결혼을 준비하면서 사소한 것부터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까지 함께 의논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대학시절, 전공 특성상 팀 프로젝트를 수없이 했었고 지금도 팀으로 움직이는 업무들 위주로 해왔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팀워크는 처음이라 참 서툴렀고,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제 결혼식이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 이 과정을 무사히 해냈던 모든 신랑 신부에게 박수를...
우리의 팀워크, 그 시작은 서로의 역할을 구분하는 일부터였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먼저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하나씩 해나가는 나는 월별 체크리스트부터 (저절로) 만들기 시작했고 그는 그런 나를 믿고 따라와 줬다. 이거 해야 돼! 하면 그때마다 팔로우업, 이렇게 알아봤는데 결정해줘! 하면 그는 나보다 단순한 시각으로 금방 선택해줬다. 그리고 그는 내가 추상적으로 던지는 일들을 실현시켜주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재정을 관리하기 위해 (그와 어울리지는 않는) 엑셀로 예산지출표를 만들어 정리해주었고, 무엇보다 가장 감동적인 것은 벼락치기와 같은 우리의 결혼을 위해 그는 매달 알뜰하게 아껴 월급의 대부분을 결혼준비금으로 모아줬다는 점이다. 각자 20대 동안 열심히 도전하고 일했지만, 특성상 수입이 많지 않았던 우리는 미리 모아둔 돈이 거의 없었는데 그는 그렇게 가장 큰 책임을 맡아주어 우리의 여정이 실현되게 해 주었다.
그리고 결혼에 대한 로망보다는 의미를 꽉 담기 원했던 우리. 나는 남에게 맡기는 건 적성에 맞지도 않아서 처음부터 플래너 없이 혼자 알아보고 예약하고 진행을 해나가고 있다. 이제 웨딩사진도 나왔겠다 지인들을 만나기 전에 청첩장을 완성해야 할 타이밍! 그동안 자연스레 모아 왔던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우리는 직접 청첩장을 만들어갔다. 디자인, 팸플릿 제작, 편집 등을 크고 작게 경험했던 터라 우리는 담고 싶은 의미와 취향을 맘껏 쏟아붓는 이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 있는 디자인을 그는 직접 내 눈앞에 만들어 가져다줬고 서로 피드백을 하며 하나하나 고쳐나갔다. 인쇄 샘플을 받아 폰트가 너무 작지는 않은지 봉투에 넣기에 전체 사이즈는 괜찮은지 확인하며 최종적으로는 깔끔한 엽서 한 장의 형식으로 만들어 직접 고른 봉투와 우리 사진이 담긴 스티커로 완성했다. 여기에 키포인트는 (나와 맞먹는) 의미 쟁이 친구들이 전해준 스탬프 선물로 봉투마다 우리의 이름을 새겼다는 점이다. 고마워 센스 만점 나의 친구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지. 종이 청첩장보다 볼거리가 더 많고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게 되는 모바일 청첩장이 남았다. 보통은 간단하게 업체에 맡겨 진행하겠지만 우리는 또 직접 의미와 마음을 담고 싶어서 무료 홈페이지 제작 사이트를 활용해 만들었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까? 했던 의심도 잠시, 우리는 금세 흐뭇하게 완성된 청첩장 페이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청첩장에 들어갈 문구를 직접 쓰고 적당히 잘 나온 웨딩사진을 고르고 청첩장 페이지의 구성을 정돈했다. 그는 뚝딱뚝딱 내가 상상한 그대로 만들어주었고 여러 번의 피드백을 거쳐 우리의 그대로가 담긴 페이지가 완성되었다. 또 여기서 키포인트는 우리의 결혼식 주제가 담긴 사진 포스터인데, 그는 직접 영어 캘리그래피를 만들어 총 네 장의 웨딩 포스터를 완성했다. 우리의 웨딩 사진에 결혼의 의미가 담긴 캘리그래피와 디자인이 얹어져 완성된 웨딩 포스터는 모바일 청첩장의 첫 대문에 자리했다. 나의 결혼식이라 더 애정 어리게 바라보게 될 테지만, 애정을 담아 만든 만큼 마음이 더 담길 수밖에.
이제는 우리의 바람대로. 결혼식에 초대될 지인들은 맨날 보던 그런 청첩장 말고, 우리 다움이 담긴 청첩장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번거로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그와 함께 만들어가는 결혼식. 이제 정말 많이 왔다. 서툴러도 하나씩 한 걸음씩 해나가며 우리의 팀워크는 오늘도 쌓이고 있다. 나란히 나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