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다다르는 마음의 힘
나는 그 마음이 날 사로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후회를 했고 마음이 아팠다.
그 마음은 맑았지만 묽었다. 묽었기에 바로 내 마음을 물들이지 못했고 맑았기에 언젠가는 물들 마음이었다. 그걸 몰랐다 나는. 그렇게 나는 물들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
내가 완전히 물들고 그 마음에 젖어들었을 때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이미 그렇게 빠져들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던 걸까, 너는 점점 더 묽어지고 있었기에 나는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냥 미워할 수도 없게 너는 끝까지 맑았다. 자꾸만 맑았다. 난 그게 그렇게 아팠다. 차라리 맑지 말아 달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이미 젖어버린 내 마음이 어서 마르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게 제일 아팠기 때문일까. 나는 끝까지 너를 미워할 수 없었다. 아니, 이제는 내가 맑고 묽은 마음을 가질 차례라고 생각했다. 내 맑고 묽은 마음이 너에게 닿지 않더라도, 나는 맑고 묽게 널 사랑할 수밖에 없다. 너도 나도 어쩌면 너무나도 서투르고 바보 같아서 그렇게 그냥 맑고 묽게 사랑할 수밖에, 그저 이렇게 계속 바라보는 것 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제야 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너와 나는 닮았다. 그게 또 나를 아프게 한다.
- [맑고 묽게, 검정치마]를 듣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