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되든, 너니까
이 끝이 뭐가 됐든 어떻게 되든 너라서 마냥 괜찮을 것 같아. 너와 나의 끝이 어디에서 어떻게 끝이 날지, 너도 나도 모르지만 나는 그냥 아무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너와 내 마음 말고는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엇보다 너와 나를 믿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대책 없이 널 사랑할 수 있는가 보다.
나는 모든 일에 대책이 없으면 불안함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 나에게 가장 대책 없고 서로의 마음 말고는 확신도 없는 사랑이 찾아왔다. 원래의 나라면 어떻게든 헤어 나오려 발버둥을 치다 그 사람을 놓쳤을 게 분명하다. 그렇게 놓치는 게 그 사람한테도, 나한테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그렇게 놓치기 싫은 사람을 만나버렸다. 나중에 어떻게 돼도 그냥 딱 한번, 아니 계속해서 꼭 안고 싶은 사람. 눈에 안 보이면 걱정되고 계속해서 기분을 살피게 되고 하지 않던 짓까지 해가며 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려고 하는 모습이 나에게 보이도록 해 준 사람. 그런 사람을 놓치면 지금까지 해왔던 후회와는 차원이 다른 후회를 할 게 뻔했다.
서로의 마음에 확신을 가지기 전, 분명 우리 사이의 기류는 우리한테 말해주고 있었다. 너도, 나도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 기류를 애써 외면하는 게 버거워질 즈음 우리 사이의 기류가, 내가 그리고 네가 가지고 있던 감정과 그 크기는 틀리지 않았다는 게 너무 명확해졌다. 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었던 사랑한다는 말을 네 목소리로 먼저 듣고 나니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왜였을까. 사랑한다는 말이 그렇게 따뜻하고 가슴이 아릴 만큼 벅찬 말이라는 게, 그걸 잊고 있었다는 게, 그리고 그 말을 너에게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물이 나기에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말해줄 걸, 내가 먼저 용기 내서 사랑한다고 속삭여줄걸.
그래서 이렇게 나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잠시 손에서 놨던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말로는 다 전달하지 못하는 마음도 있기에.
우리의 미래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함께 걸어가며 맞춰야 할 길이 한 없이 길고 깊더라도 나는 너를 나만의 방법으로, 고요하면서도 은은하게 사랑할 거야. 우리가 처음 사랑했던 순간이 불꽃이 아닌 은은한 빛 같았던 것처럼. 나에게 그렇게 다가와줘서 고마워. 내가 너에게 소중한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행복해. 내 행복은 너야. 너에게도 내가 행복이 되었으면 좋겠고,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할게. 나랑 늘 함께 행복하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