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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도연 Mar 01. 2024

겜알못의 게임로그 #9: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

Rise of the Tomb Raider, 2015

|타이틀|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 (Rise of the Tomb Raider)

|최초출시일| 2015년 11월 10일

|개발사| Crystal Dynamics

|유통사| Square Enix

|구입처| Steam

|사용기기| M2 맥북 에어 기본형, 엑스박스 시리즈 X|S 컨트롤러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Rise of the Tomb Raider, 2015, 이하 라오툼)>를 시작한 건 작년 11월이었습니다. 기대가 제법 컸어요. 1편인 <툼 레이더(2013)>를 재미있게 플레이했었고 2편인 <라오툼>에 대한 평가도 굉장히 높다는 걸 알았거든요. 실제로 시작은 좋았습니다. 프롤로그 이후로 가장 먼저 탐험하게 되는 시리아의 사막과 그곳에 숨겨진 유적지는 흥미진진한 동시에 아름답기까지 했지요. 그 이후 시베리아의 눈 덮인 황무지로 이어지는 전개도 마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고요.


시리아에 숨겨진 선지자의 무덤을 찾아가는 과정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했어요. 특히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의 크고 작은 동기에 대한 몰입이 유지가 되지 않았습니다. 동선도 불분명하고 혼란스러워졌고요. 그래서 결국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게임이라는 것 자체에 이미 질려버린 걸까 생각했지만, 그 이후로 선택한 <옵저베이션(2019)><바이오하자드 RE:2 (2019), RE:3 (2020), RE:4 (2023)>, <스트레이 (2022)>는 모두 지루해지는 순간 없이 즐겁게 플레이를 한 걸 보면 게임에 질린 건 아닌 듯했습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라오툼>을 다시 시작했고, 이번엔 마지막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라오툼>은 분명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제 발목을 붙잡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도 분명해서 게임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다음에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게임 자체는 시각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훌륭했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제가 원했던 무언가와는 간극이 있었던 거죠.


주인공 라라는 1편의 배경이었던 야마타이 섬에서의 경험에 대해 알리려고 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습니다. 아마 대신할 육체만 있다면 영생을 누릴 수 있는 히미코와 그의 저주, 수백 년 동안 살아남아있던 스톰가드 같은 것들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라라는 자신의 아버지가 삶의 말년에 찾으려고 했던 '영생의 비밀'을 좇기로 합니다.


단서를 따라가던 라라는 결국 시리아에서 '영생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는 선지자의 무덤을 발견하지만 무덤은 비어있습니다. 그곳에서 1편부터 조금씩 존재를 드러냈던 비밀조직 '트리니티'와도 조우하고 '영생의 비밀'을 좇는 게 자기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요. 무덤에서 발견한 단서를 바탕으로 라라는 시베리아 어딘가에 죽음에서 부활한 선지자와 그의 추종자들이 건설한 은둔 도시 키테즈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시베리아로 떠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트리니티와 트리니티에 저항해 마을을 지키려는 현지 원주민들과 만나게 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편이 비교적 단순한 플롯이었던 것에 비해 2편 <라오툼>에는 장소와 인물, 사건의 측면에서 크고 작은 변곡점이 더 많이 등장합니다. 주연과 조연, 배신자와 악역 등의 역할이 분명하게 구분되고 반전 요소까지 들어가면서 조금 더 영화의 설계에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나쁠 게 없지요.


라라 크로프트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힘이 넘치는 동시에 날렵하고 재빠른 움직임으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신뢰감을 주는 듬직한 캐릭터에요. 1편과 얼굴 모델링이 달라지면서 조금 위화감이 들기는 했지만 험한 경험을 하고 몇 년 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낸 만큼 나이가 들고 성숙했다고 생각하면 그리 어색하지도 않았습니다.


왼쪽 위부터, 아나, 콘스탄틴, 제이콥, 소피아.

조연이라고 할 수 있는 아나와 콘스탄틴, 제이콥과 소피아는 모두 크고 작은 비밀을 갖고 있는 캐릭터이고 주요 반전과 연결된 것도 있어 자세히 소개하기는 어렵네요. 예상 가능한 부분도 있었고 신선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야기 전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캐릭터를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도 있었고요. 1편에서는 주변 인물들이 1차원적이고 단편적인 도구적 역할에 머물러서 아쉬웠는데 2편에서는 각자의 목적과 욕망, 인연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제이콥은 1편의 어떤 인물과 공통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상반되는 행동을 보여줘서 더욱 인상적인 캐릭터로 다가왔어요.


시각적으로도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자연 속에 숨겨진 다양한 유적지들의 모습은 웅장하고 아름다웠어요. 게임 후반부에 등장하는 얼음 호수 아래의 도시 키테즈를 발견했을 땐 정말 짜릿했습니다. 특히 도시 구석에서 몽골군이 키테즈 침공 때 사용했던 장비들이 남아있는 걸 봤을 땐 과거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이럴 땐 정말 역사학자가 되어 유적을 발굴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왼쪽, 가운데: 얼음 호수 아래에 숨겨진 도시 키테즈. 오른쪽: 몽골군이 키테즈 침공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공성탑.



이제 본격적으로 아쉬웠던 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는 기본적으로는 메인 스토리의 기본적인 전개와 결말이 이미 결정되어 있는 선형적인 구조입니다. 이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요. 저는 영화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선형적 구조가 더 취향에 맞습니다. 게다가 서사 자체도 영화적으로 아주 잘 짜여 있어요. 좋은 점이죠. 그런데 게임의 다양한 요소들이 이런 중심 서사를 따라가고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는 걸 방해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NPC의 사이드 퀘스트가 있는 것 자체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퀘스트가 게임과 서사의 진행과 무관하다면 시간을 빼앗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임 초반부에는 사이드 퀘스트 역시 중심 서사의 일부라고 생각해 진행했지만 결국 이야기 속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아 굉장히 허탈했습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서사의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는 오픈 월드 게임이었다면 모를까, 선형적인 서사를 따라가는 게임에서 그저 경험치 쌓기 혹은 보너스 아이템 얻기에 불과하면서도 많은 동선을 소모하게 만드는 사이드 퀘스트는 중심 서사 속 캐릭터의 동기와 그에 대한 집중을 흩트려 놓을 뿐이었어요.


비밀 무덤을 탐사하는 과정은 큰 재미 요소 중 하나였지만 본편의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지는 않아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비밀 무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툼 레이더> 시리즈인 만큼 무덤 탐사가 중요 요소일 수밖에 없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무덤 자체를 스토리의 핵심 요소로 가져와야 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초반부에 등장했던 선지자의 무덤을 제외하면 게임 곳곳에 숨어 있는 비밀 무덤 대부분은 게임의 서사에서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퍼즐을 풀며 무덤에 도달하는 과정이 재밌기는 했지만 무덤이 나올 때마다 중심 서사에서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비밀 무덤을 하다도 발굴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그럼 <툼 레이더>라는 제목이 조금 무색해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1편의 비밀 무덤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섬 전체가 히미코의 무덤이었기 때문에 괜찮았어요. 하지만 2편의 주요 배경은 어디까지나 무덤이 아닌 고대 도시니까 사정이 다르지요. 게다가 게임의 재미 중 일부라고 할 수 있는 퍼즐 대부분이 비밀 무덤에 몰려 있었어요. 서사의 진행을 위해 퍼즐을 풀어야 하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보니 필수 요소도 아닌 곳에서 시간을 들여 퍼즐을 풀다 보면 역시 중심 서사와 동기에 대한 몰입이 깨지기 쉬웠어요.


그래서 자그맣고 서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무덤을 여럿 만들기보다는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무덤 몇 개에만 집중할 수 있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무덤 얘기가 나온 김에 꺼내보자면 1편부터 라라는 사실상 문화재 훼손을 일삼는 도굴꾼이었어요. 유적지 보존에는 일말의 신경도 쓰지 않는 데다 기록도 제대로 남기지 않고 심지어 엄연한 타국의 유물을 마음대로 가져가기도 하지요. 누가 영국인 아니랄까 봐. 1편에서는 대놓고 뒷주머니에 챙겨넣는 모습이 나왔는데 2편에선 일부러 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직접 보여주진 않더군요. 물론 애초에 그런 컨셉의 게임이니 어쩔 수는 없지만요.

1편에서 당당하게 유물을 뒷주머니에 챙겨넣던 라라 (원본: @4KnoHUD/YouTube)


여러 기록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이야기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언어 능력치에 따라 고대 유적이나 버려진 소련 기지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어느 것도 게임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어요. 초반에는 무언가 중요한 게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꼼꼼히 읽었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부록으로 딸려오는 배경 설정집을 읽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해보았던 다른 게임에서도 선택적인 정보 수집 요소는 있었지만 대개는 게임 진행에 필수적이거나 중요한 도움을 주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배경을 전달할 뿐 큰 역할을 하지 않는 정보도 섞여있기는 했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죠.


게다가 저는 길어야 한 번에 한 시간 정도 게임을 할 수 있을 뿐이고 매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부수적인 요소에 시간과 동선을 소모하면서 더욱 몰입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게임의 3분의 2 정도 지점부터는 사이드 퀘스트나 비밀 무덤을 무시했어요. 그랬더니 라라의 감정과 해야 할 일에 대해 훨씬 수월하게 몰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렇게 했더라면 게임을 중간에 멈추는 일 없이 더 즐겁게 할 수 있었을 것 같았어요.


앞에서 말한 요소들은 아무래도 다회차 플레이를 위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게임 속에서 그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제게는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게임에도 다회차 요소가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인공/플레이어의 핵심 동선과 동기는 분명하게 보였던 반면, <라오툼>에서는 게임의 시스템이 계속해서 중심 서사 바깥의 곁길로 주인공과 플레이어를 유혹하고 있었어요. 게임이 제공하자고 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처음부터 명확히 알고 있었다면 초회차 혹은 다회차에 따라 선택적으로 잘 즐겼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던 거죠. 물론 재밌게 즐기기는 했지만 효율적이진 않았지요.


야마타이 섬에서의 끔찍한 경험과 첫 (대량)살인보다 사람들이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 게 더 불만이었던 라라.

그리 큰 부분은 아니지만 캐릭터에서도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라라의 트라우마 극복이 중요한 동기이자 성장 요소 중 하나인데요, 여기에 이입하기가 조금 어려웠습니다. 라라의 트라우마는 기본적으로는 야마타이 섬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에서 옵니다. 그리고 아버지 역시 '영생의 비밀'을 쫓으며 같은 경험을 했다는 걸 알게 되고, 아버지가 옳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으로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이 지점에서 조금 의아하게 느껴지는 건 야마타이 섬의 경험 자체가 이미 트라우마 요소 덩어리라는 점입니다. 그곳에서 라라는 수많은 시체와 죽음을 목격하고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으며 멘토와 동료, 친구들을 눈앞에서 잃었어요. 게다가 처음으로 살인(혹은 학살)을 저지르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런 끔찍한 경험 자체가 트라우마가 되는 게 아니라 주변에서 그걸 믿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여기에 자기 아버지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주변의 불신에 괴로워했다는 게 얽히면서 시너지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야마타이 섬에서의 경험 자체는 제대로 된 언급이나 회상조차 없이 넘어가는 게 어색했어요. 플레이어가 라라와 함께 겪은 건 야마타이 섬의 사건이지 그 이후에 1편과 2편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보니 라라의 심리 상태에는 아무래도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기도 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RE:4>의 레온과 비교하면 더욱 그랬습니다. <RE:4>는 <바이오하자드 RE:2> 속 라쿤 시티 사태의 경험이 레온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며 레온이 어떻게 그 기억과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지 보여주니까요.


라라의 역할 역시 좀 애매했어요. 탐험가로서의 역할과 영웅으로서의 역할이 어중간하게 섞여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신성의 원천'을 찾고 싶은 건지 아니면 원주민들을 돕고 싶은 건지, 라라의 최종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물론 둘 다 목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게임 속에서 이 두 목표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편의적으로 휘둘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차라리 원주민들을 돕는 영웅으로서의 역할에는 의도치 않게 말려들었다면 어땠을까, 혹은 일종의 거래를 통해 얽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aod, 2015)>에서 맥스가 퓨리오사 일행을 도왔던 것처럼요.


그리고 악역 콘스탄틴은 중반부에서의 존재감에 비해 마무리가 좀 시시했습니다. 악역이 된 근본적인 동기도, 그 동기가 깨졌을 때의 반응도 이게 끝인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연출이 심심했어요.


조작감은 전작과 비슷했습니다. 몇 가지 새로운 동작이 추가되기도 했고요. 역동감 넘치는 액션과 높은 자유도의 이동 능력은 여전히 이 게임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툼 레이더>를 하고 나서 다른 게임을 하면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요.


다만 무기나 아이템, 컨트롤 방법 등에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어서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건 1편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2편에선 선택지가 더 많아져서 더욱 그렇게 느낀 것 같기도 하네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을 구분하고 나니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게임 제작자들이 전달하고자 했던 것을 제가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작자들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만한 요소들을 이것저것 많이 집어넣은 듯하지만 저는 선택과 집중을 원했나 봅니다. 제가 원한 건 잘 짜인 이야기에 몰입하며 그 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역경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나가는 경험이었던 거죠.


1편에서 기억에 남았던 장면들 중 일부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건 <라오툼>에서 아쉬웠던 점이라기보다는, <라우툼>을 하면서 도드라졌던 1편의 장점입니다. 스토리 자체는 2편이 더 극적이고 영화적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장면장면의 연출을 놓고 본다면 1편이 더 뛰어났던 것 같습니다. 1편에서 괴인에게 붙잡힐 뻔하거나 허리에 구멍이 뚫리거나 비행기에서 떨어질 뻔 하거나 동굴 호수에서 힘겹게 몸을 누이거나 급류에 휩쓸리거나 고장난 낙하산으로 숲을 빠져나가는 장면들, 위기를 극복하고 넓은 공간으로 나와 지나온 길을 바라보는 장면들에서 느꼈던 현장감은 아직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으니까요. 특히 우여곡절 끝에 높고 높은 통신탑에 올라 동료들과 다시 소통하는 장면과 피웅덩이의 검붉은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며 각성하는 순간은 정말 짜릿했습니다. 반면 <라오툼>은 아름다운 유적지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1편과 같은 피부에 와닿는 극적 현장감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네요.



왼쪽: 마녀의 숲을 지나가는 라라. 오른쪽: 크로포트 저택에서 숨겨진 공간을 발견한 라라.


부가 컨텐츠인 <바바 야가: 마녀의 사원>과 <혈연>도 플레이를 했습니다. 사실 <바바 야가>는 도입부를 본편 플레이 도중에 진행했는데, 이때는 이게 본편의 서사 중 일부라고 생각을 했어요. 게다가 마녀의 숲에서 환각 속을  거닐며 괴물과 싸우고 움직이는 거대한 집과 마주하는 내용이다 보니 존재감이 굉장했어요. 그러다가 도중에 어디론가 빠져나왔는데 그 이후로 게임 클리어까지 다시 언급되는 일이 없다 보니 도대체 뭘 하려고 했던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본편을 클리어한 이후에야 <바바 야가>가 부가 컨텐츠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다시 마녀의 숲으로 들어가 <바바 야가>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재미있었어요. 설정도 흥미로웠고요. 다만 아무래도 이게 부가 컨텐츠였다는 걸, 본편은 서사와는 크게 상관없는 거였다는 걸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게임 본편 속에 끼어들어 있었다 보니 좀 혼란스러웠어요.


<혈연>은 크로프트 저택을 탐색하며 그곳에 숨겨진 무언가를 발견하는 내용인데 재미는 있었지만 역시 일방적인 정보 과잉이라는 느낌이 좀 들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숨겨져 있던 공간을 발견한 순간은 정말 멋지고 감동적이었어요.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툼 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3편인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Shadow of the Tomb Raider, 2018)>는 마야 유적지가 배경인 듯합니다. 중학교 시절 마야 문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굉장히 흥미가 가네요. 라라가 악역에 가까운 존재로 묘사된다는 점에서도 궁금증이 커지고요. 물론 1편과 2편에서의 활약을 생각하면 라라는 이미 사신(死神)에 가까운 존재이기는 하지만요. 그런데 게임애 대한 평가는 1편이나 2편에 비하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네요. 그래도 해보고 싶기는 합니다. 마야 유적지에 나타난 사신 라라라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지요. 조금 시간을 두고 지금의 여운이 충분히 옅어지면 그때 해 볼 생각입니다.


다음 게임은 언제나처럼 고민하고 있어요. 후보는 <데스 스트랜딩 디렉터스 컷(Death Stranding Director's Cut, 2021)>과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7: Biohazard, 2017)>, 그리고 <앨런 웨이크 리마스터 버전(Alan Wake Remastered, 2021)>입니다. <바이오하자드 7>의 플레이타임이 비교적 짧은 편이고 지금 시점에서 클라우드 게이밍을 포함해 맥에서 가능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중 마지막으로 남은 거라서 이걸로 그동안의 바이오하자드 여정을 정리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그때 기분에 따라 다른 걸 먼저 할 수도 있겠지요. <앨런 웨이크>도 맥용이 없지만 지포스나우로 가능해 보이고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왼쪽: <데스 스트랜딩 디렉터스 컷>, 가운데: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 오른쪽: <앨런 웨이크 리마스터 버전>



겜알못의 게임로그

맥북에어(2022)나 아이패드 프로(2020)에서 가능한 것만 합니다. 컨트롤러로만 합니다. 싱글 플레이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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