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털링 실버와 미드나이트
사소한 여담입니다.
- 듀얼센스 무선 컨트롤러 - 스털링 실버
- M3 맥북 에어 15인치 - 미드나이트
- Mac Gamer
결국 듀얼센스를 구입했습니다.
사실 플레이스테이션 5를 구입할까 생각했었어요. 고품질의 게임을 즐기는데 가장 가성비 좋은 선택지는 다름 아닌 콘솔이라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분명 사실이었고요. 게다가 <쥬라기 공원: 서바이벌(Jurassic Park: Survival)>이라는 게임을 꼭 해보고 싶은데 이게 맥 버전으로 나올 것 같지는 않고, 가장 큰 기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하자드 9(Resident Evil 9)>도 맥 버전이 같이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 5에서 돌아갈 거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니까요. 마침 플레이스테이션 30주년 기념 에디션이 아주 예쁜 디자인으로 나와서 조금 혹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결국 그만뒀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이든 엑스박스든 스팀덱이든, 게이밍 전용 기기가 생기면 그 주변 기기도 늘어나기 마련인데 가볍게 시작한 취미 생활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맥 게이머로 남기로 했습니다. 평소에도 항상 들고 다니며 쓰고 있는 환경에서 컨트롤러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니까요. 대신 그동안 항상 궁금하던 듀얼센스만 하나 사기로 했습니다.
사실 30주년 기념판 듀얼센스가 갖고 싶었는데 이건 추첨제로 판매를 하더군요. 응모는 했는데 당첨이 될 것 같지는 않고, 출시 이후에는 프리미엄이 잔뜩 붙을 것 같아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기본형이라고 할 수 있는 화이트는 좀 밋밋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고른 게 스털링 실버입니다. 다른 색깔들은 개인적으로 너무 눈에 띈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스털링 실버는 적당히 개성적이면서 차분한 느낌이 들었어요.
듀얼센스를 직접 손에 잡아보고 잠시 써본 뒤에 내린 결론은, 제 손에는 엑스박스 컨트롤러가 더 잘 맞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듀얼센스는 제 손에는 조금 컸어요. 엑스박스 컨트롤러는 두 손을 모아서 조작하는 감각이었는데 듀얼센스는 여기서 두 손의 거리감이 좀 있다는 느낌이었고, 손가락의 동선도 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3D 게임에서는 왼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주로 상하 방향으로 움직이고 평소에는 앞으로 밀고 있을 때가 많지요. 그런데 듀얼센스는 왼쪽 아날로그 스틱이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 위치에선 엄지 손가락을 상하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앞으로 미는 자세를 유지하기가 조금 어려웠습니다. 엄지 손가락을 옆으로 기울여 내밀면 관절 방향이 좌우를 향해서 그런 것 같고요. 엑스박스 컨트롤러의 왼쪽 아날로그 스틱은 더 가까운 곳에 있고, 그래서 앞으로 밀거나 상하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조금 더 자연스러웠습니다.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은 3D 게임에선 주로 시야 전환을 담당하고, 그래서 상하보다는 좌우로 움직일 때가 많아서 엄지 손가락을 옆으로 기울이는 게 오히려 움직이기 쉬운 느낌이었습니다.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은 듀얼센스와 엑스박스 컨트롤러 모두 같은 위치에 있어서 차이는 느낄 수 없었고요.
물론 실제로는 어느 쪽이든 금방 익숙해집니다. 어디에 먼저 익숙해졌느냐와 취향의 문제일 뿐이지요. 저도 몇 번 써보니 어느 쪽이든 큰 문제없이 쓸 수 있게 되었고요. 다만 엑스박스 컨트롤러가 아무래도 제 손과 취향에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듀얼센스는 닌텐도 스위치에 연결해 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족과 <마리오 파티 슈퍼스타즈(Mario Party Superstars)> 같은 게임을 할 때 컨트롤러가 부족해서 아쉬웠거든요. 그래고 맥에서는 못하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었던 일부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스위치에는 가능해서 나중에 듀얼센스로 해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게이밍 콘솔끼리는 주변기기 지원 관계가 좋지 않아서 별도의 어댑터가 필요하기는 했는데요, 듀얼센스를 스위치에 연결할 때 별도의 블루투스 어댑터가 필요한 건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스위치 전용독 없이 외부 모니터에 연결할 때도 일반적인 USB-C to HDMI 어댑터를 쓸 수 없고 별도의 규격에 맞춘 어댑터가 필요하다는 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도 일반적인 무선 헤드폰은 쓸 수 없고 전용 무선 헤드폰만 쓸 수 있던데, 게이밍 콘솔들은 왜 이렇게 주변기기 연결에 인색한 걸까요?
그나저나, 컨트롤러 파지법에 대해 알아보던 중에 크게 두 종류의 스타일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저는 검지를 범퍼에, 중지를 트리거에 두는 게 보통이라고 생각했는데, 검지로 범퍼와 트리거를 모두 누르는 게 더 보편적인 방법이라고 하네요. 신기했습니다. 범퍼 혹은 트리거만 있던 시절부터 게임을 해온 사람들은 주로 검지만 쓰고, 대부분의 컨트롤러가 범퍼와 트리거를 모두 갖게 된 시절 이후에 게임을 접한 사람은 검지와 중지로 나눠서 쓴다고 하는 얘기도 있는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맥북을 바꿨습니다.
M2 맥북 에어도 성능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작은 화면(13인치)과 부족한 스토리지(25GB), 그리고 조마조마한 메모리(8GB)가 항상 아쉬웠어요. 그래도 당장은 큰 문제없이 쓸 수 있으니 적어도 2026년까지는 사용할 생각이었는데, 메모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애플이 맥북의 기본 메모리를 16GB 올리는 걸 보고는 그때까지 쾌적하게 쓰기는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플이 메모리 사양을 올린 가장 큰 이유라고 언급되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보급되면 더욱 그럴 것 같았고요. 그래서 M4 맥북 프로가 나오면 과감하게 지르자! 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M4 맥북 프로가 공개된 다음에는 조금 망설여졌어요. 저는 평소에는 무거운 작업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동영상 편집은 전혀 하지 않고 사진 편집도 자주 하지 않아요. 컴퓨터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 쓰는 일이라고는 게임 밖에 없습니다. 그마저도 캐주얼한 수준의 취미고요. 그런데 이 캐주얼한 취미를 위해 굳이 맥북 '프로'까지 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도 맥북 프로를 여러 번 쓰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학원 시절 제법 무거운 데이터를 처리해야 했을 때의 일이고, 지금은 사실 M4는커녕 M1 맥북 에어로도 충분히 쾌적하게 작업을 할 수가 있으니까요. 훌륭한 화면 품질, 다양한 포트처럼 프로 모델만이 가진 것에 대한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조금 더 투자할 충분히 가치는 있겠지만, 제가 그리 아쉬워하지 않는 것에 가성비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아무리 가성비가 좋아도 절대적인 가격이 높으면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애플 케어 플러스와 프로 모델을 위한 주변기기까지 넣으면 거의 300만원에 근접을 하니까요.
M2 맥북에어에 대한 아쉬움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화면 크기, 스토리지, 메모리에서 왔습니다. M2 자체의 성능에 대한 게 아니었고요. 그래서 결국 이 세 가지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물론 게임 환경 역시 더 개선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선순위는 조금 낮췄습니다.
그래서 고른 게 M3 맥북 에어 15인치입니다. SSD는 512GB, 메모리는 16GB로 했고요. 칩, 화면 크기, 스토리지, 메모리 모두 기존에 쓰던 것보다 한 단계 씩 올렸습니다.
내년 초에 M4 맥북 에어가 나온다고 하니 그걸 기다리는 것도 좋았겠지만, 평소에 하는 일들은 이미 M2로도 차고 넘쳤기 때문에 M3와 M4의 성능 차이가 제게 체감될 정도일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나마 성능을 끌어 쓰는 게임의 경우, 적어도 애플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M3와 M4 사이에선 10% 정도밖에 차이가 없는 것 같고요. 마침 M2/M3 모델이 제법 큰 폭으로 할인도 하고 있기도 했고요. 그렇다고 M2를 고르지 않은 건 M2와 M3 사이에선 게이밍 성능에 제법 차이가 있는 것 같은 데다, M3에는 하드웨어 가속 레이 트레이싱이나 메시 셰이딩 같은 게임 경험을 올려주는 별도의 기능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레이 트레이싱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꼭 경험해 보고 싶기는 했어요.
색은 미드나이트로 했습니다. 할인 대상 중에서 다른 색은 모두 품절이었거든요. 사실 아이패드부터 맥북까지 스페이스 그레이만 주야장천 써왔다 보니 이번엔 다른 색을 골라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다만 미드나이트가 예쁘기는 하지만 지문이 잘 묻고 흠집에 약하다고 하니 평소보다 좀 조심히 다뤄야겠지요. 그렇다고 케이스 같은 걸 쓸 생각은 없지만요.
화면이 크니 일단 좋습니다. 화면 면적이 13인치에 비해 25% 정도 넓어졌는데 굉장히 쾌적합니다. 여러 자료를 보며 작업을 할 때 창 크기를 조절하거나 가려진 창을 찾는 일이 확 줄어들었어요. 한 가지 작업만 할 때도 널찍하게 펼쳐놓을 수 있어서 좋고요. 2008년 처음 맥북을 구입한 이후로 13인치만 고집해 오다가 처음으로 15인치로 오니 전혀 다른 느낌이네요. 스토리지와 메모리는 당장 체감을 하기가 어렵지만, 일단 심리적 안정감은 있습니다.
게이밍 성능의 차이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이 없으니까요. 예전에 잠깐 해보다가 그만뒀던 <레이어스 오브 피어(Layers of Fear, 2023>가 최근 맥 버전에서 레이 트레이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다시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듭니다. 곧 나온다는 <컨트롤: 얼티밋 에디션(Control: Ultimate Edition, 2020)>의 맥 버전도 레이 트레이싱을 강조하고 있으니 더 궁금해지네요. 언제 할 수 있을지는 언제나처럼 모르겠지만요. 물론 맥북 에어로 대단한 게이밍 성능을 기대할 순 없겠지요. 어디까지나 캐주얼 게이머로 만족해야지요.
기존에 쓰던 M2 맥북 에어 13인치는 당근에서 팔았습니다. 애플 제품은 더 이상 쓰지 않더라도 어지간해서는 그냥 남겨두다 보니 이렇게 중고로 파는 건 처음이었어요. 판매글을 올린 지 두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거래가 끝나버렸는데 2년 동안 항상 들고 다니던 물건이 사라지고 나니 좀 시원섭섭했습니다. 특히 게임이라는 새로운 취미로 안내해 준 존재이기도 하다 보니 더욱 그랬고요. 새로운 사람의 손에서 잘 지내기를 바랄 수밖에요.
인터넷에서 맥 게이밍에 대한 재미있는 밈을 하나 발견해서 붙여둡니다.
겜알못의 게임로그
이제 <맥북 에어(M3)>에서 가능한 것만 합니다. 컨트롤러로만 합니다. 싱글 플레이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