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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도연 Oct 12. 2023

겜알못의 게임로그 #1: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Alien: Isolation (2014)

|타이틀|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Alien: Isolation)

|최초출시일| 2014년 10월 7일

|개발사| Creative Assembly, Feral Interactive

|유통사| SEGA

|구입처| App Store (iOS)

|사용기기| A12Z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엑스박스 시리즈X|S 컨트롤러


Alien (1979), Aliens (1986), Alien 3 (1992), Alien: Resurrection (1997)

저는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를 아주 좋아합니다. <에이리언> 4부작은 DVD/블루레이 박스세트로 갖고 있고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비디오 테이프와 VCD까지 갖고 있었어요. 영화 속 제노모프(Xenomorph)는 제가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우주 괴물이고요. 초등학생 때는 <에이리언>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만화를 그리고 소설을 쓰기도 했지요. 대학원 시절 책상에는 에이리언  관련 피규어도 여럿 있었습니다. <에이리언 4 (1997)> 이후로 15년 만에 <프로메테우스 (2012)>로 다시 시리즈에 다시 불이 붙어 행복했다가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의 실패와 혹평 이후로 시리즈의 미래가 다시 불투명해져 많이 아쉬웠지요.


그러다가 2023년 7월 3일에 <에이리언: 로물루스 (2024)>의 촬영이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에이리언: 커버넌트> 속편이 나온다거나 <에이리언 2 (1986)>에서 다시 이어지는 영화가 나온다거나 하는 소문이 돌다가 엎어지기를 반복했던 터라 그냥 잊고 있었는데 신작의 촬영까지 완료했다니! 하면서 이것저것 찾아봤고 그러면서 <에이리언> 시리즈의 정사(혹은 캐논)로 포함되는 게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에이리언 2> 감독판에서 사진으로만 등장했던 앨런 리플리의 딸 아만다 리플리가 주인공이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호러(!) 게임으로서 평가도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좋으면 뭐하나요. 제겐 플레이스테이션도 없고 엑스박스도 없는데요. 컴퓨터도 맥을 쓰기 때문에 그냥 강 건너 불꽃놀이를 보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더 알아보니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있고 아주 잘 이식되어 놀라운 그래픽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재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내에게 닌텐도 스위치를 줬었지요. 마침 아내가 최근엔 스위치를 거의 쓰지 않아서 방치되고 있던 스위치를 가져와 문제의 게임을 구입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Alien: Isolation, 2014)>입니다.

Alien: Isolation (2014)

닌텐도 스위치로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이하 아이솔레이션)>의 초반부를 해보니 제노모프가 등장하기 전인데도 제법 긴장감 넘치고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1979)> 속 세계관을 정말 잘 옮겨놓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에이리언>의 우주선 노스트로모에 있던 작은 물건들부터 식당이나 의료실 같은 공간까지 정말 영화 속 세상을 걷는 느낌이었죠. 심지어 문이나 환풍구 같은 여러 장치들이 작동할 때의 소리도 영화의 느낌을 그대로 담았고 사운드트랙도 1편의 음악을 재구성한 것이었고요. 리뷰를 찾아보면 게임의 분위기(Atmosphere)를 크게 호평하는 내용이 많았는데 직접 그 세계에 빠져보니 정말 이해가 가더라고요. 이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생겼습니다. <아이솔레이션>의 그래픽이 그려내는 분위기가 너무 훌륭한데 스위치의 화면은 너무 작다는 거였어요. 아이패드로 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고 알아보니 iOS용도 있더군요. 당장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화면이 커진 건 좋은데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려니 너무 불편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긴장감 때문에 손에서 땀이 나는데 손가락으로 유리 화면을 문지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 엑스박스 컨트롤러를 구입했습니다.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닌텐도 스위치 버전, 아이패드 버전

아이패드의 커다란 화면에 컨트롤러까지 갖춰지니 <아이솔레이션>의 세계에 완전히 몰입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아만다 리플리의 시선으로 우주정거장 세바스토폴을 탐험하기 시작했어요.


<아이솔레이션>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아만다 리플리의 어머니이자 <에이리언> 1편의 주인공 리플리는 영화 속 내용인 노스트로모 호 사고 이후 실종되었습니다. 당시 10살이던 아만다는 이제 25살이 되었고 언젠가 어머니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노스트로모 호가 실종된 곳 근처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우주선 아네시도라 호가 노스트로모 호의 항해기록장치를 발견했고 현재 우주정거장 세바스토폴에 보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세바스토폴로 향한 아만다는 소수의 공격적인 생존자들만 남아 싸늘하게 식어버린 정거장을 마주하고 노스트로모 호의 항해기록장치를 찾아가는 동시에 그곳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사상 최악의 우주괴물인 제노모프와의 대를 이은 악연을 시작하게 되지요.


<아이솔레이션>의 장르는 서바이벌 호러입니다. 그러니까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는 건데… 겜알못에게는 게임이 무섭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긴장감 넘칠 수는 있겠지만, 공포라니. 뭔가 끔찍한 게 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라게 하는 건가. 그렇게만 생각했습니다. 영화 <에이리언>도 무섭지는 않았어요. 사실 영화를 보면서 무섭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보니 게임도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오산이었습니다. <아이솔레이션>은 정말 무서웠어요.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정도로요. 주로 가족이 모두 자고 있는 새벽에 플레이를 했는데요, 덕분에 한동안 해도 뜨기 전부터 우주의 심연에 흠뻑 젖고 나서야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공포 영화가 무섭지 않다고 느낀 건 아무리 상황과 인물에 감정을 이입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지켜보는 관객에 불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등장인물 그 자신이 되어 1인칭 시점으로 바로 그 상황을 직접 헤쳐나가는 상황이 되니 전혀 다른 경험이 되었어요. 스토리가 있는 게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땐 그럼 그냥 영화를 보지…라고 했던 게 크나큰 오산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대략적인 스토리가 정해져 있더라도 당사자가 되어 현장에 직접 놓이는 것과 그저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마음만 이입하는 건 전혀 달랐습니다.


<아이솔레이션>에서는 제노모프를 무슨 수를 써도 죽일 수 없어요. 제노모프가 가까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딘가에 숨거나 도망치거나 그냥 포기하고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영화 <에이리언>이나 <에이리언 3>의 등장인물들이 그 괴물을 왜 그렇게 두려워했는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2편이나 4편에서는 적당한 무기만 있다면 어떻게든 그들을 죽일 수 있지만, 1편과 3편에서는 결말부를 제외하고는 결코 죽일 수 없는 신적인 혹은 절대적인 존재로 묘사되니까요. <아이솔레이션>에서도 제노모프는 결코 죽일 수 없으며 유일신이라도 되는 것 마냥 한 마리만 등장합니다. 그걸로도 충분히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요. 길을 헤매고 있는데 어디선가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들리며 컨트롤러가 진동할 때의 오싹함은 정말 잊을 수 없네요.

제노모프와 워킹 조

그리고 제노모프만큼이나 무서웠던 게 안드로이드 워킹 조입니다. 눈빛이 흰색일 땐 좀 멍청해도 착한 로봇이예요. 그런데 눈이 붉게 빛나기 시작하면 여전히 멍청한데 살벌해져요. 워킹 조는 결코 달리지 않으며 일말의 감정도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무의미한 말을 툭툭 뱉으면서 공격해 오는데, 숫자도 많다 보니 제노모프 피해 다니는 것보다 워킹 조 피해 다니느라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워킹 조에게 둘러싸였을 땐 정말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 제노모프에게 공격당해 죽어가는 아만다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냥 지나가는 장면은 정말….


세이브 포인트 역할을 하는 비상전화

요즘 게임 대부분은 따로 저장하지 않아도 중간중간에 자동으로 진행 상황이 저장된다고 하는데요, <아이솔레이션>에는 일부 특별한 지점을 제외하고는 그런 게 없습니다. 긴급전화기처럼 생긴 세이브 포인트에 가서 저장을 해야 해요. 심지어 저장하는데 3초 정도 걸립니다. 그래서 워킹 조나 제노모프가 근처에 있을 땐 저장도 못해요. 그래도 공포감에 쫓기다 보니 세이브 포인트를 발견할 때마다 희망의 샘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요.


다만 후반부에 가서는 공포감이 조금 줄어들기는 했어요. 화염방사기를 획득하고 나서는 제노모프를 죽일 수는 없어도 잠시 쫓아낼 수는 있게 되니까요. 대신 그만큼 제노모프와 워킹 조가 자주 그리고 많이 등장해서 마지막까지 살벌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솔레이션>에는 총 다섯 가지 난이도가 있습니다. 초심자(Novice), 쉬움(Easy), 보통(Normal), 어려움(Hard), 악몽(Nightmare). 원래는 쉬움-보통-어려움만 있었는데 초심자와 악몽이 나중에 추가되었다고 하더군요. 게임 게발자들은 어려움 모드를 추천했다고 하고요. 리뷰를 몇 개 찾아봤더니 게임에 제법 익숙한데도 어려움 모드가 생각보다 어려워 보통으로 난이도를 낮췄다는 사람이 적잖게 있었습니다. 저는 게임이라는 것 자체에 익숙하지 않고 순발력이 매우 떨어지므로 당연히 초심자 난이도로 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공포와 긴장감이 넘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잘 설계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보통 모드로 다시 한번 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초심자 모드와 악몽 모드


저는 <아이솔레이션>을 세 가지 버전으로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가장 처음 구입했던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패드로 마지막까지 플레이했던 iOS 버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스팀에서 구입한 맥 버전이고요. 맥 버전은 아이패드에서 플레이하던 도중에 구입을 했어요.


아이패드로 잘 플레이하다가 왜 굳이 맥 버전을 따로 구입했냐면… 세바스토폴 정거장 관광을 위해서입니다.


아이패드로 <아이솔레이션>을 하면서 제타 레티큘리 항성계의 행성 KG-348을 공전하는 세바스토폴 정거장이라는 공간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에이리언> 1편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낸 것도 있고 정거장 곳곳에 숨겨진 크고 작은 디테일, 그리고 무엇보다 외계행성계의 정거장이라는 배경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세바스토폴 정거장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정거장의 디테일과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PC게임에는 게임의 설정을 일부 바꿔주는 MOD(modification)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맥에서도 그게 가능하더라고요.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 속 세바스토폴 정거장의 내부와 경치

그래서 게임 속에서 주인공을 공격하는 존재들이 모두 주인공을 무시하게 해주는 MOD를 적용시켜 뒀어요. 나중에 시간을 내서 느긋하게 세바스토폴 정거장을 둘러볼 생각으로요. 알고 보니 <아이솔레이션>을 플레이한 사람들 중에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에이리언> 시리즈의 팬이 많다 보니 다들 이 아름답고 음산한 공간을 직접 돌아다니며 음미해 보고 싶은 거겠죠.


이와 더불어, <The Art of Alien: Isolation>이라는 게임 아트북도 샀습니다. 게임의 세부 설정과 더불어 게임에 미처 담가지 못한 많은 요소들이 소개되어 있어서 지금과는 다르게 그려졌을지도 모르는 <아이솔레이션>을 상상하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기면서도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자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The Art of Alien: Isolation>. 왼쪽에 있는 흰색 책은 같이 구입한 영화 자료집 <Alien: Archive>.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은 초등학생 시절 <듀크 뉴캠 3D> 이후로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즐긴 비디오 게임이었어요. 거의 20여 년 만이네요. 몇 가지 게임을 더 해 볼 생각입니다. 틈틈이 시간을 내서 해야 하다 보니 진도는 느리겠지만요. <아이솔레이션>은 새벽과 점심시간에 타이머를 맞춰두고 조금씩 했어요.


<에이리언: 아이솔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여기까지입니다. 영화 <에이리언> 1편의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는 추가 콘텐츠/DLC도 있는데 이건 나중에 하게 되면 그때 얘기해 보는 걸로. 덧붙이는 이야기로 <에이리언> 시리즈와 컨트롤러에 대한 짧은 글도 써볼까 합니다.


그리고 다음 게임은 <툼 레이더(Tomb Raider, 2013)>입니다.

Tomb Raider (2013)



겜알못의 게임로그

맥북에어(2022)나 아이패드 프로(2020)에서 가능한 것만 합니다. 컨트롤러로만 합니다. 싱글 플레이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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