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5살짜리 아이는 잠자리 들기 전 동화를 들려주라고 보챈다. 그냥 정해져 있는 동화책 안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름의 창작물이 만들어져야 한다.
머릿속으로 곰곰이 생각한 끝에 소재를 끄집어내어 동화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이가 깔깔대며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일부러 과장을 섞어가며 동화를 들려주는데.
자꾸만 이야기를 끊는다.
자꾸만 아이가 이야기의 줄거리에 중간중간 끼어들어 본인이 원하는 스토리를 구성한다. 나는 아이를 웃게 만들 자신이 있는, 내가 구성한 재미 가득한 나만의 창작물을 들려주려 하는데 아이는 그럴 때마다 자꾸만 고집을 부린다.
아이가 만들어 내는 동화는 정말 재미없기가 그지없다. 이야기는 산으로만 가고 너무 재미가 없어 동화를 들려주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맥이 빠져 버린다. 그래도 힘을 낸다. 이 이야기만 끝을 내면 아이는 꿈나라로 갈 거고 나만의 시간이 찾아올 테니.
그러면서도 생각한다. 내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아이가 듣는다면, 웃는다면 정말 행복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아이도 마찬가지일 꺼고.
이미 산으로 떠난 이야기를 겨우 끝내고 나니 속이 다 후련했다. 아 이제 아이도 금방 잠들겠구나. 이제 나만의 시간이 다가온다. 아이는 못내 아쉬워 엄마에게도 동화를 들려주라고 하지만 피곤함에 엄마는 잠이 들어 버렸다.
금방 꿈나라로 떠날 것처럼 하더니 아이는 혼자 중얼거리며, 생각하며 자기만의 동화를 스스로 만들어 낸다. 내가 자장가 노래를 부르면 방해된다고 조용히 하라고까지 하면서.
그렇게 아이는 동화 이야기를 상상하며 잠자리에 든다.
그렇게까지 집중해서 생각하면서
얼마나 머릿속에 그리고 싶었을까.
그렇게까지 집중해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얼마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상상하고 싶었을까.
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아이를 위해서다. 아이를 위하는 일에 나의 시간을 기꺼이 쓴다는 것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듯.
아마도 그 생각은. 행복이 피어오르는 아이의 얼굴에서 동시에 피어나는 듯하다.
누군가를 위해 나의 일부를 내어줄 때에는 나를 내려놓는 일이 수반되어야 할 것만 같다. 내려놓음이 있어야 그 사람의 말이 들리고 행동이 보이고 생각이 다가온다.
어렵겠지만. 자꾸자꾸 욕심이 생겨나겠지만. 딱 한번만. 그리고 계속.
어깨힘을 빼고 입꼬리를 슬며시 올려 동화를 듣는 아이를 바라보는 장면을 떠올린다.
눈이 정말이지 초롱초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