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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드류 May 18. 2021

결국에는 바닥

 바닥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자신의 밑바닥을 어김없이 보여주는 사람, 바닥을 딛고 겨우 올라왔지만 그 위에서의 시간이 매미처럼 짧은 사람, 나를 바닥으로 이끌어 내리는 사람까지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람들은 바닥을 싫어한다. 심지어 두려워한다. 그곳의 축축함과 끈적함에 녹아 다시는 올라오지 못할 거라 믿는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바닥 위에서 산다. 옥상에도 바닥이 있고 지하에도 바닥이 있다. 천장을 즈려밟으며 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돌아보면 모든 순간이 바닥이었다. 영원히 머물고 싶은 겨울 아침의 포근한 이불 같던 순간도,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을까 앞을 봐도 막막하고 뒤를 보면 더 막막했을 때도, 한남대교를 건너 강남에서 이태원까지 마음을 달래며 걸었던 때도 나는 바닥이었다.


 결국 모든 순간순간이 바닥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천장에서의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천장이란 결국 또 다른 바닥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나는 나의 바닥을 사랑한다. 그래서 모든 이들의 바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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