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상경 후 줄곧 서울에 살고 있다. 6년 전 나에게는 서울이 필요했다. 올라오기만 하면 모든 일이 잘 될 거라 믿었다. 방은 비좁고 비싸도 높은 고층 빌딩과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맥도날드가 좋았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는 연예인과 TV 속 내가 아는 장소가 나올 때면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오늘. 이제는 서울에서 벗어나고 싶다.
서울은 버겁다. 강을 남북으로 나뉜 천만 인의 도시에서 산다는 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꽉 막힌 차들로 돌아버릴 거 같은 뱅뱅 사거리, 여기저기 깔린 유흥업소, 거리의 비둘기와 도를 아십니까. 1호선은 낯설고 월세는 부담스럽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내 친구들은 서울말을 쓰고 1호선에도 능숙하다. 월세 걱정 없이 한 달을 버티지만 서울에 젖어 살고 있지는 않다. 과연 이 도시에 젖어 사는 사람이 있을까?
그럼에도 아직 나는 서울이 필요하다. 고향 홈플러스보다 큰 교보문고, 휴대폰에서 눈을 떼게 하는 2호선 당산-합정의 한강 뷰, 언덕 하나만 올라도 보이는 야경을 포기할 수 없다.
서울이 필요 없어질 때까지, 천만 중 하나로 살기 위해 서울의 뭉클함을 찾기 시작했고 천만 개의 뭉클함을 찾았다. 누구에게나 뭉클한 구석 하나쯤 있으니 서울에는 천만 개의 뭉클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