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두 번의 조직문화 워크숍을 되돌아보며

박사급 연구원과 생산직 직원들이 한팀으로 뭉쳤다

팀 단위 워크숍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 팀의 팀원들이 다함께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하루를 함께하며 팀의 비전을 세우거나 협업을 위해 소통하는 워크숍이다. 


한 고객사에서 전사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팀 워크숍 퍼실리테이션을 의뢰해 왔다. 우선 3개 팀을 파일럿으로 운영한 뒤, 사내 퍼실리테이터들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내재화하는 것을 윤곽으로 잡았다.

 

그간 두차례의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워크숍 준비를 위해 만난 팀의 상황은 너무 달랐다. 그러니 당연히 워크숍 프로그램도 다르게 설계될 수밖에 없었는데, 표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전사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던 조직문화팀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일 수도 있겠다.


연구소와 영업팀 간의 협업강화 워크숍 


첫번째 워크숍에서 만난 참석자들은 영업팀과 연구소 소속팀이었다. 기술영업의 특성 상 영업과 연구소와의 밀접한 협업이 필요한데, 상호 업무의 차이와 서울과 대전이라는 지리적 거리 등으로 인해 수년간 업무 간의 갈등은 감정적 갈등으로 커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더욱 치열해지는 외부 시장환경과 더불어 타이트해지는 내부 인력상황은 서로의 협업을 더욱 힘들게 하는 요소였을 것이다. 


첫 세션은 서로에 대한 공감을 높이는 디자인씽킹의 공감지도 (Empathy Map)로 풀어갔다. 즉, 상대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힘들어하는 것 (Pains & Gains)를 생각 해 본 뒤, 서로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상대방으로부터 이해 받고, 또 아름다운 오해에 대해서는 서로 피드백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서로에 대한 공감세션이 이어지는 구체적인 협업이슈를 협의할 참석자들의 마음을 열어 주었다.


박사급 연구원들과 생산직이 함께하는 One Team 워크숍 


두번째 협업 워크숍을 신청한 팀은 꽤 먼 지방이어서 인터뷰와 워크숍을 위해 장거리 운전을 했어야 했는데, 그만큼 보람도 있었다.  세계 최초로 바이오 물질을 상용화 수준으로 개발하고 개발을 이끌었던 연구원들과 공장을 운영 할 생산직 인원들이 한 팀으로 모인 보기 드문 케이스였다. 연구를 이끌었던 박사급 연구원들과 생산을 위해 새로 채용된 직원들은 그들의 업무만큼이나 학력, 고용형태, 연령대 등에서 너무 달랐다. 


그런데, 워크숍을 위한 사전 인터뷰에서 만난 팀원들은 한결같이 서로를 배려하는 현재의 조직문화에 너무 만족하는 것이었다. 유일한 고민은 공장이 정상화되는 미래에 맞는 조직문화를 함께 고민하고, 그에 맞는 R&R도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연구개발이 완료되어 상용화를 앞둔 시점에서, 생산직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함께 미래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도록 돕는 것이 중요했다. 지금까지는 연구원들의 역할이 중요했지만, 미래에는 생산이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팀을 위해 제시했던 워크숍의 첫 단추는 ‘Historical Scanning’이었는데, 참석자들에게 팀에 소속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근무하면서 보람 있었던 때 (Proud)와 힘들었던 때 (Sorry)를 

공유하게 한 것이다. 입사 6개월차 막내 사원이 ‘첫 월급을 탔을 때’를 제시하기도 하고, 프로젝트 첫 시작부터 일해왔던 연구원은 파란만장한 초창기 스토리들을 나누었다.  선배들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보람을 살아있는 이야기로 나누고, 새로 조인한 후배들도 나름의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Historical Scanning을 이렇게 마치고, 팀은 미래로 시선을 돌려서 함께 미래를 상상하고, 그런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중요한 사안들을 토론했다. 팀리더와 팀원 한 명 한 명이 토론된 내용 실행을 위해 각자 무엇을 할 것인지 기록한 메모가 포스터를 가득 채우며 하루 워크숍이 마무리되었다. 


정년퇴직 했던 대선배님들이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 


되돌아보면 이 팀에는 다른 조직에는 없는 굉장히 독특한 특징이 하나 있었다. 바로 생산직 관리자들이 회사에서 정년퇴직 했던 대선배님들이 계약직으로 재입사를 한 분들이었다는 것이다. 사전 인터뷰에서 “잘 해야 경비로나 재취업 할 텐데, 평생 익힌 노하우로 새 공장을 짓고 안정화하는 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죠” 라고 웃으시던 세 분의 조직장님들. 


이 분들의 풍부한 경험과 여유로움, 그리고 아버지 뻘 되시는 선배님들을 팀 구성원으로 함께 받아들이고 함께 일했던 팀장님과 팀원들의 열린 마음이 이 신비롭고 일 잘하는 팀문화를 만들어 냈던 것 같다.

최근 현장에서 조기 퇴직하는 많은 전문 인력들을 잡지 못하는 우리 기업들의 피치못할 상황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함께 잃게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면..참으로 안타깝다.


작가의 이전글 다국적 기업의 성장전략 워크숍 사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