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빌더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스물 셋, 저는 정치인입니다.

새로운 규칙, 다른 서울 #27_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대학생위원회 정세연

간단하게 본론부터 말할게요. 청년들은 정치에서 소외되고 있어요. 흔히 정치권이나 정당 내에서 강한 파워를 가지고 계신 분들을 생각해보시면 될 거에요. 그런 분들 중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청년'의 범주에 속하는 분들이 있을까요? 거의 없을 거예요. 청년이라는 범주 그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요. 당별로 차이는 있지만 민주당을 기준으로 보면 청년의 정의는 '만 19세~45세'까지에요. 청년의 범위가 당마다 다른 데다가 실제 우리가 청년이라고 인식하기 힘든 나이대의 정치인이 이름만 '청년정치인'으로 명명되는 경우도 많죠.  


청년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닿지 않는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가 뭘까요? 정치에 참여하려는 청년이 없어서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민주당을 예로 들면,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로 대학생-청년 당원들의 수는 굉장히 많이 늘어났어요. 그런데 실제로 이 분들을 만나보면 당원이면서도 정당 활동을 하는데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일단 어떻게 활동할지 방법을 모르는 거죠. 당에 가입하긴 했는데 막상 정치 활동을 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청년 정치인을 육성할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고 그러다보니 정치적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그걸 어디에 이야기할 수가 없는 거예요.  


특히 정당은 상하관계의 조직도가 필수적인 단체잖아요. 역설적이지만 당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밑바닥의 신규 청년정치인들이 위쪽과 소통할 방법은 줄어들기 마련이죠.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결과만 놓고보면 새로 유입된 청년 당원들을 당에서 방관하고 있는 셈이에요.  



저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당 대학생위원회', 그리고 '청년위원회' 소속 청년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모인 정당인들이에요. 정당 내에 우리 이야기를 들어줄 곳이 별로 없지 않냐, 청년들이 정치에서 배제되는 현상을 우리 손으로 직접 바꿔보자 하고 모였죠. 


제가 속한 대학생위원회는 민주당 캠퍼스 지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요. 대학 내의, 대학생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특정한 이슈들을 정당 차원에서 취합하고, 이미 말했듯 '방법을 몰라서' 정치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 정당인들을 규합하기도 하죠. 소위 '위쪽'과 교류하기 힘들었던 청년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그곳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어리고 경험 없으니 '아직 이르다'고요? 


저희가 가장 말하고 싶은 건 '당사자 주의'의 필요성이에요. 지금의 정치 형태에선 청년정책을 만들어도 그 과정에 청년들이 끼질 못해요. 중앙 국회에 청년이 진출하는 건 꿈같은 일이잖아요. 대학생위원회, 청년위원회와 같은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이 단체들의 주장도 의원들에게 크게 주목받진 못하고 있지요.  결국 기성세대의, 기존 정치인 분들이 그들의 시각에서 정책을 만들게 돼요. 지금 청년들의 사회는 그분들이 살았던 사회와 다른 사회인데, 이전의 시각을 기준으로 정책을 만드시니 당사자 입장에선 마음에 안 들 수 있는 거죠.  


청년 당사자의 직접 참여를 이야기할 때마다 듣는 말이 있어요. 그것은 '무리수'라는 이야기. “20대에 무슨 정치!”하는 호통도 있고, 아직은 이르다 혹은 부족하다 하는 지적도 있지만 결국 하는 얘기는 비슷해요. 정치를 하기에는 청년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  


그런데 가장 고도화된 교육을 받고 자란 지금의 청년세대에게 부족한 그 역량이라는 게 뭘까요? '경험'이겠죠. 가령 이런거잖아요. “네가 지선, 총선, 대선 다 뛰어봤어?”, “세 번, 네 번씩 뛰어봤어?”, “아니지!” 그런데, 기회가 주어지고 시간이 주어져야 쌓이는 게 경험 아닌가요? 오히려 지금의 청년들이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다면 그들은 '그러지 못했던' 이전 세대의 정치인들보다도 훨씬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잖아요.  



청년이 왜 미래인가? 


예를 들면 제가 다음 돌아올 지방선거에 출마를 하고 싶다고 치면요. 사실 저는 나이가 안 돼서 출마 자체를 못해요. 사회가 정해놓은 거죠. 스물 셋은 지선에 출마할 나이가 아니다, 정치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하는 식으로 실제 역량과는 관계 없이요. 그리고 이런 '규정'들은 제가 경험을 쌓을 수 없게 만들죠.  


저희 대학생위원회 소속 중 한 분은 스무살 무렵 바로 당에 가입하고 무려 7년차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 나이 때에 그렇게 다년 간의 경험을 쌓기도 쉽지 않은데 당직자 공채에선 서류부터 탈락하더라고요. 결국 제도의 문제만이 아니에요. 기성의 시각 자체가 그렇게 짜여져 있다는 게 진짜 문제죠. 떨어진 그 분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경험의 기준과 저분들이 가지고 계신 경험의 기준이 다르구나. 이 사람의 경험은 경험이 아닌 걸로 판단 됐구나. 그들에게 청년은 '미래'의 자원이니까. 아직 현재의 정치인은 아니니까.  


저는 묻고 싶어요. 청년이 왜 미래인가요? 청년은 현재에요. 현재의 청년들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해 나갈 현재의 주체들이죠. 그리고 그들은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유례없는 강도의 교육을 통과하고 나름의 사회변혁을 경험해 보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정치에 대한 욕구와 열정을 가지고 있죠.  


누군가 청년이 정치에 진입하기 위해 뭘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래서 이렇게 대답할래요. 청년들은 정말 잘 하고 있다고. 이제 청년이 아닌 위의 세대가 움직일 차례라고요. 



기획·편집_청년자치정부준비단

인터뷰·글_한예섭

사진_김재기


세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규칙들로 가득하다. 1980·90년대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준, 과정, 결과들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여기 관성을 넘어 다른 시각으로, 기성세대가 이끄는 룰에서 벗어나 보다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나가는 ‘빌더’들이 있다. 우리의 삶과 세상에 크고 작은 균열을 가져올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서핑과 위스키만으론 바뀌지 않는 당신의 삶에, 어딘가 색다른 균열이 생기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모두에게 안전한 '커뮤니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