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부자가 진짜 부자
인스타 팔로우짓을 끊었다. 타인의 편집된 일상을 엿보며 부러워하고 그러다 신세한탄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한심해져서다. 인스타에는 왜 그렇게 세계일주하며 여배우 화보같은 사진을 찍어대는 그녀들, 고급스런 핫플레이스에서 비싼 옷 두르고 파티 중인 그녀들이 그리도 많은지. 그렇게 팔자 좋아보이는 그녀들의 일상을 팔로우 하는 게 세상 시간낭비라는게 깨달음을 얻은 뒤로, 일순간 호기심이 싹 사라졌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런데, 사진 속의 그녀들은 진짜 행복할까?
연출된 행복, 남에게 과시하는 행복으로 서로 속고 속이는 건 아닐까. 또는 로또 당첨같은 엄청난 큰 행운만이 행복이라고 착각한 건 아닐까.
사회 생활자로 살면서 내 꿈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이 됐다. 뭐가 가지고 싶다거나 어떤 위치에 오르는 게 아니라,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그런데 목표를 이루는 방법 설정이 그 동안 잘못 됐던 거다. 애초에 공식이 잘못 됐으니 답이 나오지 못한게 당연하다.
어느 밤, 자려고 형광등을 끄고 작은 조명들만 켜 놓았는데, 침대 정면에서 바라보는 그 각도의 내 작은 방 풍경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 생각지도 못한, 사실 별 것도 아닌 장면에 행복감이 올라왔다. 이렇게 작고 소소한 행복들이 겹겹이 쌓인다면, 나의 24시간, 나의 일주일, 나의 일년, 나의 인생을 행복으로 꽉꽉 눌러담을 수 있는 거 아닐까.
큰 행복 < 작은 행복들
강동원 처럼 신기루 같은 남자보다 당장 만질 수 있는 현실남친이 최고듯. 멀리 있는 큰 행복대신 손에 잡히는 확실한 작은 행복들을 찾아봤다.
비싼 명품숍에서 신상 가방 쇼핑은 멀리 있지만, 최신 유행하는 신상 빵쇼핑은 지금 당장도 할 수 있다. 회사 그만두고 남미일주는 못 가지만, 주말끼고 3박4일 삿포로는 마음만 먹으면 담주라도 갈 수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손에 잡히는 것들부터 시작해보자. 카페에서 봤던 테이블 꽃장식을 사진 찍어뒀다가 강남 꽃시장에서 몇천원에 득템하기, 린넨 베개커버 깨끗이 빨아 옥상 빨랫줄에 바짝 말려뒀가가 빳빳한 채로 베고자기, 일반 칫솔보다 몇천원 비싼 전동칫솔로 스켈링 한듯 구석구석 양치하기. 생각해보니 셀 수도 없다.
크기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행복 쌓기. 내일 하루도 작은 행복으로 꾹꾹 눌러담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