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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Aug 09. 2022

불안한 당신께 전하는 식물 이야기   

10.불안한 당신께 전하는 식물 아티스트 3인 ; 생활 속 예술

10.불안한 당신께 전하는 식물 아티스트 3인 ; 생활 속 예술



불안함이 스며들면 온 세상이 휘엉청 기울어 온다. 온 장기가 바드르르 떨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내가 두 발을 제대로 왔다갔다 하며 걷고 있나 실감하려고 하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실현해 있는 어떤 것을 보며, 들으며, 걷고 말하고 먹고 그리고 쉰다. 나에게 불안은 아주 많은 정보치를 요구하는 감정이었다. 불안할 때 마다 뇌는 많은 정보를 요구했는데, 그때마다 여기저기 사이트, 외국 갤러리 사이트(초 고화질의 작품사진을 무료로 볼 수 있다.)들을 둘러보곤 했다. 실물의 어떤 것을 무형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식물을 담은 그림은 아주 재밌게 보곤 했는데, 화가가 상상만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4계절의 꽃들을 모두 한 꽃병에 담아 그려낸 것이 아주 재밌고 우스웠기 때문이다. 그래, 사람의 욕심이란게 이런거지. 내가 그림을 이만큼 잘 그린다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그렸을거야. 난 나무에 있는 꽃도 꺾어다 그렸을껄? 그게 그림의 힘이고, 상상력이고, 장치이지. 그렇게 구경하는데, 문득 한국 젊은 작가들이 궁금해졌다. 


나난(Nanan Kang)-강민정, 이라는 작가가 있다. <롱롱타임플라워>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결혼하는 친구의 아름다운 부케가 시드는 것을 보며 너무도 안타까워서 오래보는 꽃을 프로젝트로 삼아 시작했다고 한다. 선명하고 강렬한 색체의 꽃은 한 번 보면, 두 번 다시는 잊지 못할 정도로 작가풍이 독창적이다. http://nanan.co.kr/ 그녀의 공식홈페이지를 들어가면, 그녀가 작업했던 윈도우 프로젝트부터 기업과 함께한 실내장식 일러스트, 숱한 작업과 전시기록들을 볼 수 있다. 

출처 : 나난 공식 홈페이지


일전에 전시회에서 꽤 두툼한 종이에 작가의 작품(꽃)을 프린트 해서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나도 사다가 내 머리맡에 꽤나 오래 두었었다. 습기가 많은 나라인지라, 습기를 머금고 꼬여버리는 바람에 오래 가지 못했지만, 아크릴이었다면 좀 다른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두번째 작가는 휘조원(백두리)이라는 작가이다. 내가 굉장히 애정하는 작품들을 계속해서 그려내시는데, 식물이 가진 초록과 가지, 목대, 뿌리만 그리는게 아니라 빛이 들 때 그 ‘빛’ 빛이 식물을 통과해낸 그림자, 바닥의 얼룩, 그리고 그것이 나를 비친 모습 등을 담아 정취있게 담아낸다. 그럴싸한 분위기가 있으면서 끈적거리는 느낌은 없다. 

출처 : 휘조원 공식 홈페이지


그런 그림들을 연작으로 그리시다가도 어느 날이면 시원한 야자 사진을 턱 하고 그러내는 발랄함이 있다. <빛 수집가>라는 전시를 최근에 하셨다. 나는 아주 오래 사진을 찍었는데, 그렇다 보니 식물 사진을 찍을때, 식물의 본질을 찍기도 찍지만, 식물이 품은 빛이나, 식물을 스친 빛을 찍을 때가 많다. 이런 점에서 나를 경쾌하게 만들어주는 면이 있다. 식물을 담는 다른 작가들과의 전혀 다른 면을 보면서, 속이 시원해진다. 그림자로 자꾸만 향하는 이유는 빛의 근원에 닿기 위함이니까. https://www.hwijowon.com/ 역시 이 사이트에서 그동안 하셨던 전시나 여러가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인스타그램 @baekduri 으로 작업과정을 볼 수 있어서 구독해두고 열심히 보는 편이다. 




출처 : 인스타그램 @baekduri



마지막으로 조금 전문적으로 식물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작가를 추천하고자 한다. 바로 이소영씨. <식물과 나> 라는 단행본을 최근에 발행하셨고, 서울신문에서 정기적으로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이라는 코너로 연재를 하고 계셔서 그 글을 열심히 읽는 중이고, https://cargocollective.com/soyoungkr/PLANT-WALK 에서 많은 작품과 활동의 근거들을 모아볼 수 있다. 



출처 : 서울신문

자신을 ‘식물 세밀화가’ 라고 표현하고 있으며(나에겐 박사님처럼 보인다) 말 그대로 식물을 잎 끝에서부터 뿌리 끝까지 모조리 살펴서 관찰한다. 그것을 자신의 생각을 담아 이야기 해내는데, 구체적이고 담대한 이야기의 흐름이 재미있고 의미도 있어서 안읽을 수 없다. 


세 가지 정도의 식물을 일반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작가 세 분을 소개해 봤다. 마음 깊게 이 세 분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한 분정도는 있길 바란다. 그래서, 시야가 트이고 보이는 것이 많아 지길 바란다. 그러함과 동시에 당신의 일상에 이 사람들이 들어와, 일상에 툭툭 예술품을 두고 가면 당신은 음~ 하는 마음으로 음미하고 그 음미로 인하여 불안이 잦아들길, 그러하길 얄팍한 마음으로 바라보곤 하겠다. 


식물은 곁에 있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왕지사 옆에 있으면 삶이 더 풍부해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식물이 집에 없다고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식물을 다루고, 이야기하고, 그것을 늘 생각하는 예술가들, 이야기꾼들과 함께 할 때, 숲길 어느 한 곳을 우연히 짧게라도 걷게 되었을 때, 그때마다 당신은 식물을 곁에 두는 셈이다. 나는 늘 숲에 있을 순 없어서 히노키오일을 샀다. 아끼는 마음으로 안정이 필요할 때 두어 방울 씩 뿌려 향을 누린다. 숲을 그리며, 숲을 상상하며. 


당신에게도 용기를 주고싶다. 손바닥만한 식물을 죽였다고 너무 좌절할 것 없다. 길든 짧든 죽음은 반듯이 온다. 당신이 실수로 그 식물을 죽였다면, 반성을 깊고 짧게 한 후, 원인을 생가해보고 다시 시도해보면 된다. 괜찮다. 정 안되겠다면 식물 종류를 바꿔보라. 매칭이 잘 되는 식물이 있다. 식물도 사람스타일을 탄다. 내가 아직도 콩난을 태우듯이…, 힘을 내보자. 숲은 어디든 당신을 반기고 있다. 모기도 반기니 모기 기피제 같은 것을 바르고 들어서자. 우리 피부는 소중하니까, 선크림도 꼼꼼히 바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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