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툼 어울림

노랗고 빨간 점묘의 들판에서

by 이지완


《다툼 어울림》


여름이 봄에게서

색색의 물감 물려받고서

유등천 벌판에다

노란 메리골드랑 빨간 양귀비꽃

하염없이 흩뿌렸는데

자전거 페달 멈춰 궁금해한다


점묘화가의 색들은 다투는가 어울리는가

꽃들끼리는 으르렁대는가 무심한가

여름은 봄에게 공손히 넘겨받는가 빼앗는가


날카롭게 벼르는 일에 익숙한 나는

색깔 나눠 삿대질 주고받는 우리는

꽃들의 대화에 마음 기울이지 못하고

한숨을 동력으로 다시

가던 길 간다



keyword
이전 06화찔레꽃